[NI인터뷰] ‘협상’ 현빈 “한 우물에 갇히고 싶은 마음 없어”…큰 그릇 빚는 착한 배우
[NI인터뷰] ‘협상’ 현빈 “한 우물에 갇히고 싶은 마음 없어”…큰 그릇 빚는 착한 배우
  • 승인 2018.09.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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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이 또 다시 변했다. 과묵한 북한 형사와 화려한 언변을 지닌 지능형 사기꾼으로 분해 연타석 흥행에 성공한 현빈이 이제는 사상 최악의 인질극을 벌이는 인질범으로 모습을 달리했다. 매 작품 독보적인 매력을 발산하던 현빈은 ‘협상’을 통해 생애 첫 악역으로 관객을 만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현빈의 악역 변신은 성공이다. ‘협상’에서 현빈(민태구 역)은 협상가 하채윤 역의 손예진과 함께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협상 공방을 펼친다. 화려한 액션 없이 제한된 공간 안에서 전개되지만 물이 오른 두 배우가 만들어 내는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팽팽하다. 한 우물에 갇히길 거부하는 현빈은 좋은 배우, 착한 사람이 되길 위해 그에게 맞는 그릇을 빚고 있다.

Q.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다. 민태구라는 인물을 어떻게 그려내고 싶었나.

A. 감독님과 민태구의 모습에 연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처음에 했어요. 연민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생각하며 시작했어요. 그래서 계속 강하게만 하지 않았어요. 무조건 나쁜 놈으로 그려질 때 관객이 공감을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표를 갖고 다른 방식을 찾아갔어요. 그래서 사람을 대할 때도 각기 느낌을 다르게 주고 웃는 모습도 악역의 틀 안에서는 자주 보여주는 편이에요.

Q. 본인의 이미지를 깨고 싶은 욕구가 있었나.

A. 감독님이 처음에 저를 캐스팅할 때 의외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어요. 현빈에 대한 것, 배우로서 제가 가진 이미지에 대한 것들이 포함된 것 같아요. 제가 이런 작품을 많이 안했고 계속 다른 지점을 찾고 싶었어요. 한 우물 안에 갇히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어요. 그런 마음은 모든 배우가 같지 않을까요. 대중 분들에게 현빈은 ‘바른 이미지’라는 게 기본적으로 있는 거 같아요. 물론 그런 모습이 없진 않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는 거죠. 작품으로 인사드릴 때는 또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제 안에 있는 다양한 것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계속 찾고 있어요.

Q. 이번에 거친 욕도 소화한다. 평소 워낙 차분한 말투라 욕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A. 더 세게 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적당한 지점을 찾았어요. 개봉도 해야 하고 청소년관람불가가 되면 안 되니 감독님도 고민을 많이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웃음). 저도 수위를 어디까지 가는 게 맞을지, 너무 나쁘게 보이면 하채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생각했어요. 끝까지 고민한 건 하채윤에게 욕할 때예요. 민태구로서는 적절했지만 여자 관객 분들이 어떻게 느끼실지 걱정돼요(웃음).

   
 

Q. 악역을 연기하면서 새롭게 시도하거나 느낀 것들이 있나.

A. 이번 작품에선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몸을 쓰고 말하는 방식에 있어서 좀 더 자유롭게 했어요. 제한된 공간이라서 자칫 지루할 수 있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소품을 활용하거나 위치를 조금씩 바꾸면서 일인극처럼 연기했어요.

Q. 본인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협상이 있었다면.

A. 아버지에게 연극 허락을 받은 일이에요. 굉장히 큰 협상이었죠. 연극을 하고 싶은데 반대에 부딪혀서 몰래 나가다 혼나곤 했어요. 결국 아버지께서는 중앙대학교 연극학과를 들어가면 허락해주신다고 했어요. 당시 어른들 세대는 ‘어느 학교 어느 학과’라는 것이 강하던 시기였는데 아버지가 생각하시기에 중대 연극학과가 가장 좋으셨나 봐요. 다행히 들어갔고 이후로는 별 말씀 없으셨어요. 아버지 세대에 연기라는 건 불확실하고 힘들고 성공하기 어려우니 걱정이 되셨겠죠. 다행히 합격하고 이 일을 할 수 있었어요.

Q. 이번에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참고한 것들이 있다면.

A. 참고한 영상 자료는 없어요. 감독님께서 협상 관련 책 주셔서 읽어봤어요. 저는 영상을 보고 잔상이 남으면 현장에서 연기할 때 마치 그게 정답 같은 느낌이 들어요. 다르게 할 때 틀린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영상은 잘 안 봐요. 활자를 참고하거나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에요.

Q. 신인감독과 연이어 작품을 했다. 리스크가 있는 선택일 수 있는데.

A. 배우가 신인을 거치는 것처럼 감독님들 중에 입봉작을 겪지 않는 분은 없잖아요. 그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할 뿐이에요. 물론 거장 감독님, 유명한 감독님과 작업하면 장점이 많이 있죠. 입봉 감독님의 장점은 다른 시선과 아이디어가 있어요. 그리고 소통도 개방적인 것 같고요. 저는 입봉작을 함께 하는 거 좋아요.

Q. 삼십대 중반을 넘어섰다. 사십대 배우 현빈의 청사진을 그려봤나.

A. 저도 기대하는 지점이에요. 연기든 사적인 부분이든 앞으로 제 모습이 궁금하기도 해요. 잘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지금보다는 조금이나마 저라는 그릇이 커져있지 않을까요. 물론 막상 그때가 돼서 ‘똑같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조금이나마 커질 그릇을 위해 지금 이러고 있는 거니 기대를 해보는 거죠.

   
 

Q. 작품을 하다보면 과정은 좋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도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돌이켜 봤을 때 과정과 결과 중 어떤 걸 중요하게 생각하나.

A. 저는 과정이 좋은 걸 더 선호해요. 다시 만나고 싶은 스태프와 배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커요. 결과는 모르는 거잖아요. 하지만 과정은 경험했으니 알잖아요. 작품 끝나고 감독님들께서 연락을 해주세요. 다음에 준비하는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같이 하자고 하죠. ‘공조’에 이어 ‘창궐’을 함께 한 김성훈 감독님도 그렇죠. ‘그들이 사는 세상’의 표민수 감독님, 노희경 작가님과도 다시 함께 하고 싶어요.

Q. 9월에 ‘협상’, 10월에 ‘창궐’이 개봉하고 11월엔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방영된다. 기대와 함께 우려도 있을 것 같다.

A. 어쩌다 보니 한 달에 한 번씩 나오게 됐네요(웃음). 제 나름대로는 다른 것들을 찾아서 선보이는 거라 차이는 분명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좋게 봐주셨으면 해요. 일 년에 한 두 작품씩 꾸준히 해왔는데 이번에 이렇게 몰리게 됐네요. ‘협상’이 촬영 기간이 비교적 짧아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제 기준에는 일 년에 두 작품이 맥스인 것 같아요.

Q. 현재 기획사에서 후배도 양산하고 있다. 현빈이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A. 기본적으로 착한사람들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배우는 계속해서 함께 일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바뀌잖아요. 한 작품을 할 때마다 100명의 사람들이 바뀌는데 어떤 행동과 말을 하느냐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연기야 당연히 잘하면 좋겠고 착하고 사람 됨됨이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고요.

Q. ‘협상’이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이 됐으면 하고 배우 현빈에겐 어떤 의미로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나.

A. 처음으로 시도된 소재와 촬영방식이라 제 나름 큰 의미를 두고 있어요. 좋은 반응을 일으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죠. 그리고 이종석 감독님, 손예진, 그 밖에 배우들과 함께 한 것도 큰 의미가 있죠. 좋은 분들을 만난 작품이라 다른 작품으로 또 만나고 싶은 기대도 있어요. 관객 분들이나 관계자 분들에겐 현빈이라는 배우가 이런 것도 표현할 수 있고 이런 모습도 어울린다는 것을 봐주신다면 만족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