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물괴’ 이혜리 “작품에 참여한 것 자체가 터닝 포인트”…배우 이혜리의 정면 돌파
[NI인터뷰] ‘물괴’ 이혜리 “작품에 참여한 것 자체가 터닝 포인트”…배우 이혜리의 정면 돌파
  • 승인 2018.09.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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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데이 혜리에서 배우 이혜리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배우로서 가능성을 확인한 이혜리가 스크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첫 영화에 첫 액션, 첫 사극까지 모든 것이 처음인 이혜리는 무거운 부담감을 이겨내고 주연으로서 당당히 활시위를 당겼다.

중종 22년, 역병을 품은 괴이한 짐승 ‘물괴’가 나타나 공포에 휩싸인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 ‘물괴’(감독 허종호)에서 이혜리는 윤겸(김명민 분)의 딸 명으로 분했다. ‘응답하라 1988’ 이후 작품에서 연기력에 대한 평가가 갈렸던 이혜리는 쉬운 길로 회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택했다. ‘물괴’에서 이혜리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사건을 앞장서 해결하는 명이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Q. 우선 스크린 데뷔 소감을 듣고 싶다.

A. 너무 긴장돼요. 영화 촬영할 때도 긴장했는데 개봉이 정해지고 제작보고회, 언론시사회를 하니까 더 그래요. 너무 다 안 해본 것들이라 떨리고 기대가 됐어요. VIP시사회에 찾아와서 영화를 봐주는 게 고마운 거라는 걸 이제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그냥 스케줄 맞으면 가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알고 나니 감사하더라고요. 저는 보통 VIP시사회에 가면 직설 반, 포장 반 정도로 말해요. 반대 입장이 되니까 갑자기 그 동안 했던 말들이 생각나면서 ‘포장 많이 해줄 걸’ 싶어요(웃음).

Q. 첫 영화라 긴장도 많이 했을 테고 준비도 할 게 많았다.

A.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날이 추웠고 봄부터 촬영에 들어갔어요. 사극에 액션도 있어서 준비할 게 많았어요. 처음에 캐릭터를 어떻게 잡아야할지 고민도 많았어요. 막막한 생각도 들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활을 쏘는 명이의 모습을 사진 같은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영화는 이런 거구나’하고 느꼈어요. 아무래도 드라마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준비기간도 길고 현장에 갔을 때 어색함도 줄어들어요. 스케줄도 확실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서 우왕좌왕하지 않아서 좋았죠. ‘물괴’를 찍고 드라마와 영화를 한 편씩 더 찍었어요.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 같아요. ‘이런 매력이 있어서 선배님들이 영화에 도전해보라고 했구나’, ‘이렇게 배우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영화를 통해 완성된 물괴의 모습을 보니 어떤가.

A. 해태를 본 따서 만든 건데 처음에는 너무 귀여웠어요. 몸집만 큰 귀여운 아이였는데 중간을 못보고 이번에 영화에서 보니까 생각보다 징그러웠어요(웃음). 처음에는 관객들이 귀엽게 보면 안 되니까 잘 나왔을까 계속 물어보고 빨리 보고 싶다고 했어요. 과정을 알고 보니까 이정도면 물괴가 잘 나온 것 같아요. 

Q. 명을 연기한 소감은 어떤가.

A. 명이로서 목표가 있는 장면들이 있어요. 준비도 많이 하고 걱정도 됐는데 중요한 건 명이의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그런 장면 때문에 욕심이 났어요. 그냥 물괴에게 도망만 다니는 인물이라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 거예요. 어렵지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이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Q. 명의 성격과 본인의 성격을 비교하자면.

A. 명이는 시체를 보고도 신나서 뛰어가요. 책에서 보던 걸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이 가득해요. 실제로 제가 그런 상황이라면 그렇게는 못하겠지만 평소에 추리나 미지의 세계에 궁금증이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방탈출 카페도 꽉 잡고 있을 정도예요(웃음). 얼마 전에 친척 언니들과 방탈출 카페를 갔는데 제가 쓱 풀어내는 걸 보고 ‘돈 많이 썼구나’라고 하더라고요. 명이도 자신이 글로만 배우던 걸 실제로 보는 호기심이 있었고 도움이 된다는 것이 너무 좋았을 거예요. 그런 지점에서 저와 명이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리고 용기 있게 앞장서서 사건을 주도하는 인물이라 캐릭터적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Q. 최우식과의 멜로라인이 인상적이다. 진지한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A. 김인권 선배님이 명이와 허 선전관을 보고 ‘놀고들 있네’라고 하는데 애드리브였어요. 명이와 선전관은 서로에 의해 만들어지는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물괴가 헤집고 다니고 불도 나는데 두 사람의 멜로가 깊게 그려지면 안 될 것 같고 풋풋한 러브라인 정도였음 좋겠다고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 허 선전관을 보고 명이가 반하잖아요. 명이는 초야에서 은둔생활을 하면서 아버지와 아재와 셋이서만 살았어요. 그래서 남자는 모두 그런 줄 알다가 옷부터 말끔하고 얼굴이 뽀얀 남자를 처음 본 거죠.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어요. 그런 마음을 깊지 않게 풀고 싶었는데 관객 분들이 영화를 보시면서 귀엽기도 하고 오글거리기도 하면서 웃으실 것 같아요.

   
 

Q. 첫 사극이라 톤을 잡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A. 목소리가 조금 특이한 편이라서 약간 답답하게 들린다는 분도 있고 단단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어쨌든 사극이라 어투가 어렵긴 했어요. 사극의 발음 자체가 어렵다고 느끼기보다는 시대적 배경이 어렵다고 느꼈어요. 어쨌든 말투는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들어갔죠. 명이는 완전 사극 말투로 하면 어색해보일 것 같았어요. 한양에서 아씨처럼 곱게 자란 인물은 아니잖아요.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 했어요. 그리고 김명민 선배님이 계시니 보고 들으면서 배우는 것도 있으니까. 선배님과 리딩도 리허설도 많이 하면서 찾아갔어요.

Q. 캐릭터 분석을 많이 했다는 게 느껴진다. 

A. 사실 저는 연기자로 시작한 게 아니라 현장을 먼저 배웠어요. 인물을 분석하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그걸 모르고 연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일 많이 배운 게 ‘응답하라 1988’을 할 때예요. 그리고 생각이 든 건 영화는 처음과 끝을 확실히 알잖아요. 인물의 전사와 이후를 펼치지 좋은 시스템의 매체가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명이의 과거와 아버지를 향한 감정들에 관해 대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인물을 이해하기 시작했죠. 조금이나마 배운 것 같아서 너무 좋았어요.

Q. 관객들에게 ‘물괴’가 어떤 작품이 되길 바라나.

A. 관객들이 스크린을 통해 제 모습을 본다는 것 자체가 떨리기도 하고 영광스럽고 뿌듯한 느낌이 있어요. 추석에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즐기면서 보고 당시 백성들의 애환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통쾌한 액션도 보시고 영화의 메시지도 느끼면서 무겁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에겐 이 작품을 촬영하고 참여한 것 자체가 터닝 포인트였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