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너의 결혼식’ 박보영, 묘하게 이상적이며 현실적인 첫사랑의 얼굴
[NI인터뷰] ‘너의 결혼식’ 박보영, 묘하게 이상적이며 현실적인 첫사랑의 얼굴
  • 승인 2018.08.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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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블리’ 박보영이 모두의 첫사랑으로 돌아왔다. 3초의 운명을 믿는 승희(박보영 분)와 승희만이 운명인 우연(김영광 분)의 첫사랑 연대기를 그린 ‘너의 결혼식’에서 박보영은 묘하게 현실적이며 이상적인 얼굴로 관객들의 심장박동수를 올린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돌연변이’,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등 스크린에서 박보영은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한계를 깨기 위해 거듭 노력해왔다. 오랜만에 찾아온 로맨스 ‘너의 결혼식’은 일찍이 출연을 결정했지만 제작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박보영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로맨스이자 캐릭터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 묵묵히 기다렸다. 

“‘너의 결혼식’이 출연을 결정하고 제작되기까지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어요. 중간에 ‘힘쎈여자 도봉순’을 하고 왔죠. 멜로를 해보고 싶다고 쭉 이야기 해왔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의 멜로는 더 없는 것 같아요. 절절한 로맨스는 표현하기에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 같고 지금 정도의 인물은 표현할 수 있는데 딱 만났으니 운이 좋은 것 같았죠. 그래서 기다린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도 하고 싶었고 만나기 어려운 기회니까.”

박보영이 분한 승희는 조금은 까칠하고 얄미운 구석이 있는 인물이다. 닿을 듯 닿지 않아 더 애가 타는 첫사랑 승희는 언제나 솔직하고 현실적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승희 캐릭터를 접한 박보영은 승희가 자칫 나쁘게 비춰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보영은 승희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되길 바라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조율해갔다.

“약간의 변화가 있어요. 우연이도 처음에는 약간 지질한 캐릭터였어요. 우연이가 김영광이라는 배우를 만나면서 밉지 않고 여자들이 보기에도 순수한 사랑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매력이 생겼어요. 승희도 처음에는 여자가 보기에 조금 나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변화가 있었죠. 승희를 보면서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 같았어요. 잘못 보면 여지를 남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죠. 제 입장에선 승희가 여자 분들에게 공감을 많이 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서 조금 그렇게 보였어요.”

   
 

고등학교 전학생으로 시작한 승희의 연대기는 대학생을 거쳐 사회인이 된 후까지 긴 시간을 그려낸다. 박보영은 연기 톤의 변화나 설정을 추가하기보다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겹겹이 쌓아가며 자연스럽게 승희가 되어갔다.

“따로 뭔가 하지 않아도 되게끔 시나리오가 잘 나와 있었어요. 초반에 우연이와 만나는 고등학교 시절의 풋풋한 마음은 저도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 있으니까요. 대학생이 되고 서로 부딪히는 부분도 친구들에게 이전부터 많이 들어왔던 일들이에요. 별별 사람이 다 있더라고요(웃음). 다들 생각이 비슷하고 비슷하게 연애하는 구나 싶었죠. 장례식장 장면 같은 경우에 승희 대사에 공감이 많이 갔어요. 그리고 고궁에서 싸우는 장면도 우연이의 태도에 촬영하면서 정말로 상처받더라고요. 영광 오빠한테 “오빠, 여자친구랑 싸울 때 정말 이래?”라고 물었어요(웃음).”

‘피끓는 청춘’(2014) 이후 오랜만에 김영광과 재회한 박보영은 한동안 그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김영광이 아닌 우연은 상상할 수 없다’는 그녀의 말처럼 박보영과 김영광은 실제 그들의 연대기를 보는 듯 자연스러운 케미를 발산한다. 두 사람은 촬영 도중에도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감독에게 의견을 제시했다. 감독 역시 배우와 제작진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며 남녀의 미묘한 감정을 매끄럽게 정리했다.

“현장에서 사랑스러움은 오빠가 담당했어요. 매일 환하게 웃고 긴팔과 다리를 휘적거리면서 ‘승희, 잘 잤어?’ 이러면서 우연이처럼 나타나요. 웃음기도 많고 장난도 많이 쳐서 현장 분위기를 즐겁게 하는 건 오빠였어요. 생각해보면 오빠 덕분에 현장 분위기가 좋았던 거 같아요. 저는 보면서 ‘정말 우연이다. 완전 우연이다. 이 사람 아니면 다른 우연이는 상상할 수 없어’라고 할 정도였어요. 잘 표현해줘서 자칫 집착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랑이 순수하게 만들어 진 것 같아 굉장히 고마웠어요. 굳이 연락하지 않아도 다시 만날 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신기한 사람 같아요.”

   
 

‘사랑스럽다’라는 말만큼 박보영을 잘 수식하는 말은 없지만 그녀는 이를 벗어나려 한다. 여배우로서 모두가 욕심낼 수식어지만 박보영은 자신 안에 있는 다양한 면을 표현하고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본인의 이미지를 부정하고 정반대의 캐릭터를 선택하며 반항 아닌 반항도 했다. 

“이전 작품들도 저는 제 범주에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람은 여러 면이 있잖아요. 다들 보여주고 싶은 면을 보이고 아닌 부분은 가리는 건데 ‘경성학교’는 제 어두운 면을 크게 만들어서 보여주자는 생각이었어요.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의 어둠이라고 판단했죠. 조금 더 타협점을 찾은 건 드라마에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제 모습을 극대화하고 영화는 제 욕심을 조금 더 부리는 거였어요. 예전에는 대중들이 봐주시는 제 모습을 부정하고 싶었나 봐요. 지금은 인정하고 있어요. 팬 분들은 의견이 많이 갈려요. 어떤 분은 영화만 하라고 어떤 분은 드라마만 하라고 하세요. 아니면 다작을 하라는 분도 있고 하고 싶은 작품만 하라는 분도 있고. 잘 모르겠어요. V라이브에서 의견을 물었는데 결국 해답은 못 찾고 끝났어요(웃음). 지금 정도가 적절한 거 같아요.”

사랑스럽기만 한 캐릭터에서 벗어나 사랑스럽기도 한 승희를 만들어 낸 박보영. ‘너의 결혼식’은 박보영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첫사랑을 돌아보면 빛나던 자신을 마주할 수 있듯 박보영에게 ‘너의 결혼식’이 빛나는 ‘배우 박보영’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으로 남길 바란다.

“시간이 지나고 봤을 때 제가 앞으로 나가는 필모그래피 중 굉장한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너의 결혼식’도 승희도 제 나이에서 표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작품과 인물을 만날 기회가 잘 없잖아요. 때에 맞는 로맨스를 해보고 넘어가는 것과 아닌 건 다르니까 의미가 커요.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영화를 보시면서 누군가 한 명씩 생각나고 좋은 추억을 되새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과거에 반짝이던 자신을 봤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던 사람을 떠올릴 때 그 사람이 마냥 멋있는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서 보면 그때의 순수했던 내 모습이 빛나잖아요. 보시면서 예쁜 마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필름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