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신과함께-인과 연’ 캐릭터의 맛 살린 ‘영화인’ 하정우의 진가
[NI인터뷰] ‘신과함께-인과 연’ 캐릭터의 맛 살린 ‘영화인’ 하정우의 진가
  • 승인 2018.08.0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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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티저 예고편이 공개되고 악평이…. 비상근무체제였죠(웃음).” 

‘신과함께-죄와 벌’의 첫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만 해도 배우와 감독을 비롯해 모든 관계자들은 쏟아지는 악플로 큰 중압감에 시달렸다. 인터뷰 도중 하정우는 당시를 회상하며 웃음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렸다. 결과적으로 ‘신과함께-죄와 벌’은 누적 관객수 1441만 명으로 역대 박스오피스 흥행 순위 2위에 등극했다. 후속편인 ‘신과함께-인과 연’은 개봉 첫날 12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오프닝 스코어를 갈아치웠다. ‘신과함께’ 쌍천만 달성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물론 도합 3000만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1편의 개봉을 앞둔 시점으로 돌아가서 생각하면 ‘이게 될까’ 싶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2편이 좋았어요. 쉽게 말하면 1편이 성공해야 2편을 볼 텐데 이 큰 허들을 어떻게 넘길지 고민이었죠. 1편에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재미가 무엇이 있을까 봤을 때 삼차사의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자홍과 수홍의 이야기를 통해 폭발하는 눈물 구간이 있는데 그것이 감독님의 장기라고 생각했어요. 우려의 시선이 많았어요. 우리가 이뤄낼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1편의 반응을 보고 너무나 감사했고 다행이었죠. 감독님께 1편이 성공하고 2편 편집할 때 힘이 들어갔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더 과감할 수 있었다고 했어요. 만약 1편이 사랑받지 못했다면 2편이 약했을 거예요. 너무나 감사한 부분이죠.”

‘신과함께-죄와 벌’이 자홍(차태현 분), 수홍(김동욱 분) 형제의 이승과 저승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신과함께-인과 연’은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삼차사의 과거가 더해지며 세 개의 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더욱 화려해진 CG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점차적으로 밝혀지는 진실은 관객의 몰입을 더하며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 1편에서 뜨거운 가족애가 눈물을 자아냈다면 2편에서는 서서히 감정을 쌓아가며 감정의 진폭을 키워간다. 이 과정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강림은 1편과는 확연히 다른 캐릭터의 맛을 보인다. 1편에서 하정우라는 배우의 활용도가 다소 낮았다면 2편에서는 그가 가진 배우로서의 진가가 발휘된다.

“과거 사극 장면이 캐릭터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캐릭터 표현에 있어서 보면 1편에선 일관된 모습이에요. 단면적일 수 있고 가이드 역할이죠. 그런 기능적 측면이 있었다면 2편에서는 삼차사와 염라의 사연이 있고 관계들이 밝혀지죠. 그래서 서로의 캐릭터를 표현하고 보이는 데 있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드라마가 받쳐주니까 인물들이 보이는 거죠. 2편을 보고 결정한 거나 다름없어요. 캐릭터를 선택할 때 입체감이나 이면을 보고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 인물에 더 호기심이 생기고 흥미가 가죠. ‘추격자’나 ‘1987’ 같은 경우도 그랬어요. 상반된 지점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었죠.”

   
 

이승과 저승에 과거까지 이야기가 늘어나면서 ‘신과함께-인과 연’은 세 이야기를 짧은 호흡으로 환기시킨다. 이미 1편에서 다뤄진 저승 재판이 지루하지 않게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정우는 끊임없이 감독과 대화하며 숙제를 풀어나갔다. 

“편집에 관해서는 제가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만 각 이야기를 붙였을 때 너무 재밌게 봤어요. 저는 수홍의 여정이 1편과 반복되는 느낌을 받을까봐 걱정됐어요. 1편에서 이미 지옥과 재판과정이 소개됐는데 반복되는 걸 어떻게 풀어갈지 많이 여쭤봤어요. 다행히 편집과정에서 잘 조정이 됐어요. 감독님과 늘 이야기를 많이 해요. 쓸 만한 게 있으면 쓰고 아니면 마는 거죠. 끝까지 주장하진 않아요. 감독을 해보니까 저는 그런 아이디어를 받길 원했어요. 리딩도 많이 하고 배우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그래서 배우로 참여할 때도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던지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요. 그런 것들이 쌓이면 그만큼 유리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있어요. ‘허삼관’ 이후로 그런 시간을 많이 갖게 됐어요.”

‘더 테러 라이브’, ‘군도: 민란의 시대’, ‘암살’, ‘터널’ 등 극장 성수기라 불리는 여름 시즌 대작에는 항상 하정우의 이름이 올라온다.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사활을 건 작품들에 참여하며 큰 부담도 느끼지만 배우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순간이기도 하다. 물론 성공만 있던 것은 아니다. 2014년도에는 자신 있던 ‘군도: 민란의 시대’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얻었다. 하정우는 윤종빈 감독과 이를 두고 1년 동안 토론하며 나름의 결론을 얻었다.

“늘 태풍의 눈에 작품들이 들어가게 돼서 경쟁도 치열하고 스트레스도 받지만 배우로서 가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잖아요. 숨죽이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맞이하는 거죠(웃음). 절대 말 함부로 하지 않고 행동거지도 조심해요. ‘군도’ 때는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났어요. 당시 역대 최고 드롭을 기록하고 그 다음 주에 한국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작(‘명량’)이 개봉했죠. ‘군도’를 두고 윤종빈 감독과 1년을 토론했어요. 일단 시나리오의 문제가 컸어요. 심플하게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지 못한 거죠. 원하는 결말을 맞이하지도 못했고요. 좋고 나쁜 걸 이분법적으로 나눌 순 없지만 당시 ‘군도’를 베스트라고 생각했어요. 윤종빈 감독도 최선의 노력으로 모든 에너지를 썼죠. 그래서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허삼관’으로 엄청난 공부가 됐어요. 그런 시기를 지나오면서 얻은 결론이 감독과 배우가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겠다는 거였어요. ‘군도’ 당시에는 대화가 가장 없었어요. 저는 ‘롤러코스터’ 후반 작업을 하고 ‘더 테러 라이브’ 개봉을 앞두고 있었어요. 이전에는 윤종빈 감독과 매일 10시간씩 대화를 나누면서 지냈는데 ‘군도’ 때는 자만했던 거죠. 큰 가르침이 됐어요. ‘허삼관’은 또 달라요. 감독으로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와 작품을 위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기획력뿐만 아니라 정말 마음을 담아서 가장 보고 싶은 걸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하정우는 작품의 흥행을 주식 시장에 비유했다. 수많은 예측과 무성한 말들이 생성되지만 이를 정확히 맞출 수는 없다. 그래서 흥행에 대한 부담은 매번 새롭게 다가온다. 수많은 흥행작에 출연하고 감독과 제작사 대표로서 영화계의 선봉에 서있는 그는 궁극적으로 좋은 영화인이 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배우로서 계속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고 좋은 배우가 되어 캐릭터를 소화하려는 과정을 가고 있는 거예요. 배우로서는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 고민이죠. 감독으로서는 이제 두 작품을 했는데 제 삶에서 그동안 쌓인 것들이 저 만의 맛을 내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그릇이 되는지 생각하며 꾸준히 준비하고 있고요. 제작사로서는 두 경험을 결합해서 신인 감독을 발굴하거나 좋은 패키지를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해요. 단순히 상업 영화나 시즌 영화뿐만 아니라 작은 영화로 자유롭고 과감한 이야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바라며 생활하고 있죠. 저는 한국영화와 영화인을 너무너무 좋아해요. 저도 그곳에서 자랐고 영화를 배웠죠.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한국영화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과함께’ 뿐만 아니라 정말 수준이 대단해요. 우리 영화가 세계 영화의 중심이 되고 아시아의 중요한 스튜디오가 됐으면 해요. 거기에 한 몫 하는 영화인이 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