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강동원 “‘인랑’, 집단 안에서 개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묻는 영화”
[NI인터뷰] 강동원 “‘인랑’, 집단 안에서 개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묻는 영화”
  • 승인 2018.07.27 12: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한 일본 애니메이션 ‘인랑’이 한국 스크린에 옮겨졌다. 장르의 마술사 김지운 감독은 통일을 앞둔 근 미래 한국으로 배경을 옮기며 한국적 정서와 원작의 무드를 조율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인간과 짐승의 갈림길에 선 강동원이 있었다. 인간병기라 불리는 특기대 요원 임중경을 연기한 강동원은 짐승이 되길 강요하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물의 고뇌를 눈빛에 고스란히 담았다.

“시나리오보다 다이내믹하게 나온 것 같아요. 시나리오는 좀 더 어둡고 액션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는 게 아니니까 촬영하면서 액션이 추가도 됐죠. 재밌게 봤어요. 조직, 인물의 관계가 복잡하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정치적인 부분보다는 인물의 갈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처음 볼 때 조직도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보다는 집단 안에서 개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질문이 가장 큰 영화예요.”

극 중 임중경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감정표현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대부분 대사보다 눈빛으로 표현되며 강화복을 착용할 때는 얼굴 표정마저 볼 수 없다. 강동원은 극의 중심을 잡기 위해 최대한 감정 표현을 절제했다. 

“원작의 캐릭터와 비슷하게 가려고 했어요. 원작이 워낙 팬이 많기도 하고 다른 캐릭터는 변화가 있어도 제 캐릭터는 묵묵히 가야 했어요. 차갑게 하려고 했는데 조금은 뜨거운 캐릭터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원작은 워낙 인물의 표정이 미니멀하게 그려져서 감정이 잘 안 드러나요. 특기대라는 조직은 마구잡이로 살인을 하는 집단이 아니에요. 발포하는 것도 상대방이 먼저 한 다음 대응하는 부대이고. 그 안에 있는 인랑은 대의를 위해 부패세력을 처단하는 숨겨진 암살집단이죠. 그리고 그 안에서 임중경은 오발 사태 이후 트라우마를 겪는 거죠. 저는 임중경의 감정을 감추는 느낌으로 가고 싶었고 감독님은 좀 더 드러내길 바라셨어요. 결과적으로는 좀 더 표현하는 쪽으로 편집됐어요.”

   
 

‘인랑’은 원작의 무드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애니메이션과 거의 동일한 장면들이 중간 중간 등장한다. 일부 장면은 다르게 촬영했다가 원작과 비슷하게 재촬영하기도 했다. 강동원은 “강화복이나 수로 액션, 원작의 느낌을 구현한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영화”라며 원작의 팬으로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인랑’의 이미지로 대표되는 강화복은 40kg에 육박해 실사 촬영에 어려움이 있었다. 얼굴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상당 부분 스턴트맨이 대신 할 수도 있었지만 강동원은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스피드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힘 있게 하려고 했어요. 몸도 많이 키운 상태였고 갑옷 같은 경우도 입다보니 적응이 되더라고요. 얼굴이 안 보이는데 사실 ‘아이언맨’처럼 안에 얼굴을 보여주기도 애매했어요. 그 속에 감춰진 인간인지 짐승인지 인물을 궁금하게 만들어야 했고 어차피 그 안에서도 큰 감정표현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동안 남다른 액션 연기로 감독들로부터 극찬을 받아온 강동원이지만 최근에는 겁이 많아졌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워낙 액션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고 운동도 좋아해요. 다만 작품을 찍으면서 계속 부상이 생기니까 겁이 많아지더라고요. 액션을 찍으면 항상 어떻게든 다치는데 얼마나 덜 다치고 끝내느냐가 중요하죠. 사실 CG로 얼굴을 갈아 끼우는 것도 잘 안되니 결국 배우가 다 소화해야 돼요. 쉽지 않아요. 갈수록 힘들고 겁이 많아져요. ‘마스터’ 촬영 때 유리가 목에 꽂혔는데 겁이 날 수밖에 없죠. 이번에 유리를 터트리는 신이 많았는데 액션을 하다가 앞에서 유리가 터지면 순간 몸이 멈추더라고요. 몰랐는데 촬영 감독님이 보여주셔서 알았어요.”

‘인랑’에서 임중경은 눈앞에서 자폭한 빨간모자 소녀의 유품을 전달하면서 이윤희를 만난다. 두 사람은 각자의 목적을 지닌 채 접근하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대하게 된다. 이 과정을 두고 다소 급진적으로 멜로가 진행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감독님과 이야기한 건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상황에서 만났는데 서로의 아픔을 느끼는 거죠. 둘은 서로에게 다가가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임중경은 이윤희의 목적을 알아야 하고 이윤희는 임중경을 계획에 끌어들여야 하니까. 그러다가 동화가 되면서 갈등하는 거죠. 러닝타임이 좀 더 길어서 신을 더 넣었다면 두 사람의 관계가 급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편집은 됐지만 다른 신들도 촬영 했어요.”

   
 

혼돈의 시기를 살아가는 다른 듯 같은 두 사람. 20년이 지나 다시 만들어진 ‘인랑’이 지금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강동원은 “전체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살아남으려는 개인의 이야기“라고 ‘인랑’을 정의했다.

뚝심 있게 매 작품 자신만의 인장을 남긴 강동원은 현재 할리우드 재난 영화 ‘쓰나미 LA’를 준비 중이다. 오래전부터 해외 진출, 한국 영화시장의 확대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는 그는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현재 소감을 밝히자면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어요(웃음). 이 시기를 잘 버티고 촬영 마쳐서 좋은 작품을 했으면 해요. 우선 말이 안 통해요. 대화는 가능하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건 또 다른 거라 힘들어요. 표현의 한계도 있고 문화적 차이도 있죠.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고 하는데 다르더라고요(웃음). 복지가 잘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만큼 냉정하기도 해요. 그리고 놀라운 건 제가 이 프로젝트가 가장 먼저 합류해서 그런지 저에게 다 물어보더라고요. 시나리오도 회의하면서 바로 수정하고 배우의 의견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엄청 빨라요. 다음날 바뀐 시나리오가 넘어오고 그러면 또 피드백을 하고. 그런 부분은 재미있었어요. 향후 몇 년은 해외활동과 한국에 올인하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아요. 영어 수업도 일주일 내내 하고 있어요. 살아남으려면 해야죠. 한국 배우중에 할리우드에 활동하는 배우가 많이 없잖아요. 이병헌 선배님 아니면 그곳에서 태어난 분들 정도인데 한국에서 유명한 배우라고 해서 데려다 썼는데 못하면 한국영화 욕 먹이는 것 같아서 열심히 해야죠.”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