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김다미 “‘마녀’ 촬영하며 ‘배우의 길’ 체감…최대한 오래 연기하고 싶어”
[NI인터뷰] 김다미 “‘마녀’ 촬영하며 ‘배우의 길’ 체감…최대한 오래 연기하고 싶어”
  • 승인 2018.07.0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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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얼굴을 두 시간동안 보는 건 이상한 경험인 것 같아요. 얼굴도 너무 자세하고 나오고. 보면서 다음에 연기할 때 신경 쓸 부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직 영화를 전체적으로는 못 보고 제 모습만 봤어요.”

충무로에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여배우가 등장했다.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에서 김다미는 125분의 러닝타임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2017 동명이인 프로젝트’, ‘나를 기억해’ 두 편의 작품에서 짧게 얼굴을 알린 김다미는 1500대1의 경쟁을 뚫고 여성 원톱 영화의 주연으로 발탁됐다.

시리즈물로 기획된 ‘마녀’에서 김다미는 순진무구한 고등학생의 모습부터 초월적 액션까지 극과 극의 모습을 오간다. 1995년생으로 올해 24살이지만 앳된 얼굴을 지니고 있어 더욱 묘한 매력을 풍긴다. ‘마녀’를 기획하고 준비해온 박훈정 감독은 주인공 자윤의 이미지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던 중 김다미를 만나고 영화를 이끌어 갈 확신이 생겼다.

“처음에 오디션 소식은 기사를 통해 알았어요. 프로필을 내고 1차, 2차 오디션을 거쳐서 감독님을 만났어요. 마지막에 전화로 미팅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당시에는 이미 감독님이 마음의 결정을 하신지 몰랐어요. 만났는데 대본을 주시면서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를 뽑은 이유에 관해 길게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는데 자윤의 얼굴이었다고 하셨어요. 초반 자윤의 모습이 제 원래 성격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을 보시고 선택하시지 않았나 싶어요.”

갑작스레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상업영화에 원톱 주연으로 참여하면서 큰 부담을 느꼈겠지만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 박훈정 감독은 김다미의 긴장하지 않는 당찬 모습에 놀라움을 표했다. 김다미는 긴장감을 덜어내고 주연배우로서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며 극을 이끌었다.

“티가 안 나는 성격이라고 하나, 체질인가 봐요(웃음). 최대한 긴장을 안 하려고 했어요. 그래도 현장이 주는 무게가 있어서 긴장이 됐죠. 집중이 안 될 때는 혼자 있으려고 했어요. 아무래도 촬영장 안에는 세팅도 하고 많은 것들이 이뤄지고 있어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죠.”

   
 

미스터리 액션 ‘마녀’의 백미는 후반부 몰아치는 자윤과 귀공자(최우식 분) 패거리의 액션신이다. 일반적인 합이 아닌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은 초월적 액션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쾌감을 선사한다. 그 중심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캐릭터를 맡은 김다미는 촬영 3개월 전부터 액션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훈련을 받아왔다. 

“그렇게까지 운동을 해본 적이 없어요. 기본적인 운동을 즐기는 정도였는데 근력을 키우는 건 처음이었어요. 처음에는 훈련이 버거웠는데 점차 근육이 변하는 걸 보면서 성취감을 느끼니까 즐거웠어요. 카메라 앵글이나 효과 덕분에 제가 준비한 것보다 잘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 무술 감독님은 자윤의 액션적인 부분은 간결하고 절제된 모습을 원하셨어요. 그런 부분이 표현된 것 같아요.”

화려한 액션과 극을 오가는 감정선, 신예 김다미는 한 영화 안에서 많은 것들을 소화해야 했고 해냈다. 주연배우로서 많은 미션을 수행한 김다미에게 애착이 가는 장면을 묻자 의외로 평범한 장면이 나왔다. 친구 명희(고민시 분)와 오디션을 위해 서울로 향하는 기차를 타는 장면이다. ‘마녀’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김다미지만 영화에는 그녀 외에도 다양한 신예 배우들이 제 몫 이상을 해냈다. 특히 자윤의 친구이자 매니저를 자청하는 명희 역의 고민시는 다소 설명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전반부에 웃음을 유발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귀공자 크루의 일원을 연기한 정다은 역시 강렬한 액션으로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긴다. 

“명희와 계란 먹는 장면을 좋아해요. 저렇게 계란을 많이 먹었나 싶을 정도로 재밌게 찍었어요. 명희가 매니저 느낌으로 자윤의 입도 닦아주고 두 사람의 관계가 밝게 그려지는 것 같아서 재밌었어요. 고민시 배우와 촬영 전부터 많이 만나서 연습했어요. 촬영 전부터 친해졌고 촬영하면서는 민시 씨도 저와 같이 연기를 시작하는 단계라서 고민이 비슷했어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촬영하면서 서로 객관적으로 봐달라고 부탁도 하고 어떤지 의견도 들었어요. 다은 씨와도 촬영 전부터 만나서 같이 연습하면서 친해졌어요. 셋이서 현장에 같이 있으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언론 시사회 끝나고 쫑파티에서도 만났는데 서로 아쉬운 부분만 이야기했어요(웃음).”

   
 

‘마녀’로 영화계와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김다미. 어려서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김다미는 화면 속 배우의 감정이 화면 밖으로 전달되는 경험에 희열을 느끼고 배우의 꿈을 키워왔다. 김다미의 부모는 진지한 그녀의 태도를 보고 배우의 길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김다미는 ‘마녀’ 이후 “부모님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부모님께서 제가 연기하는 걸 많이 못 보셨으니까 굉장히 신기해하시더라고요. 미소가 떠나지 않고 흐뭇하게 바라보세요(웃음). 고등학교 친구들도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못 봤는데 영화를 보고는 명희와 있을 때 모습이 평소 저와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성적도 보통이었고 특별한 게 없었어요. 배우가 된다고 했을 때 끼가 없는데 어떻게 배우를 하냐는 말을 들었죠. 무작정 하고 싶다는 마음만 가지고 도전했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봤는데 당시 TV 안에 있는 배우의 연기를 보고 제가 감정을 느끼고 전달받는 게 신기했어요. 자연스럽게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라고 생각했어요. 고등학교 때 진로를 결정하고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데 하고 싶은 게 배우 밖에 없었어요.”

영화를 이야기하고 촬영 과정을 회상하며 그녀는 ‘좋은 출발점’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한 편의 영화로 다양한 수식어가 생기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 기쁨과 부담이 공존하지만 그녀의 배우 인생에 오래도록 회자될 작품임은 분명하다. 좋은 출발을 알린 김다미는 앞으로 그에게 펼쳐질 길을 한걸음씩 진한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갈 것이다.

“‘마녀’를 촬영하면서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는 걸 체감했어요. 현장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느꼈어요. 이전에도 작품이 있었지만 이렇게 길게 나온 게 아니어서 이번에 배우로서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걸 배우고 ‘내가 배우의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느낀 것 같아요. 자윤 캐릭터를 만나서 연기가 힘들면서 재밌었어요. 배우로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좋은 출발점이 된 작품 같아요. 이 작품의 전과 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정말 나이가 들어도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연기를 오래하는 게 어렵다고 들었어요. 어떤 시련이 올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오래 하고 싶은 게 제 바람이에요. 차근차근 밟아가며 다양한 연기를 하고 폭을 넓혀가고 싶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