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최우식 “‘마녀’, 연기 인생의 새로운 길로 통하는 문”
[NI인터뷰] 최우식 “‘마녀’, 연기 인생의 새로운 길로 통하는 문”
  • 승인 2018.06.2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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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시사회에서 처음 봤는데 정말 긴장 많이 하고 봤어요. 처음으로 하는 액션이었고 이런 이미지도 처음이라, 특히 등장신에서 조마조마했어요. 이전에 이런 이미지를 안보여주다가 갑자기 다른 모습으로 나오면 관객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오길 바라면서 조마조마하게 봤죠.”

‘궁합’에 이어 ‘마녀’, ‘물괴’, ‘그대 이름은 장미’, ‘사냥의 시간’, ‘패러사이트’까지. 최우식이 어느 때보다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영화 ‘거인’을 통해 완벽한 연기 변신에 성공한 그는 각종 신인상을 휩쓸며 충무로의 20대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후 ‘부산행’, ‘옥자’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한 최우식은 ‘마녀’를 통해 그의 연기 인생에 있어 새로운 길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대본에 쓰인 이름 자체가 ‘귀공자’예요. 처음에 엄청난 부담감이 있었죠. 사실 텍스트로 볼 때 대사가 더 강하게 느껴져요. ‘그새 이름이 생겼어, 마녀 아가씨’ 같은 대사가 저에게 어울릴까 싶었죠(웃음). 다행히 감독님께서 반전이미지를 좋아하셔서 저에게서 신선함을 보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단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원래 제가 많이 경험하고 장점인 요소들을 넣으면 좋을 것 같아서 감독님과 상의를 했죠. 처음 캐릭터와는 다른 길로 갔는데 그래서 부담이 덜어진 것 같아요. 정말 대놓고 폼 잡고 연기했으면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밸런스를 감독님이 잘 맞춰주셔서 다행이에요.”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는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은 의문의 사고, 그날 밤 홀로 탈출한 후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온 고등학생 자윤(김다미 분) 앞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액션 영화다. 최우식이 연기한 귀공자는 자윤의 과거를 알고 있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그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인 전개가 펼쳐진다. 최우식은 캐릭터에 본인의 색을 조금씩 입히면서 귀공자를 더욱 입체감 있는 인물로 그렸다. 자윤에 비해 부족한 전사를 채우기 위해 영어 대사나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같이 디테일한 부분까지 채워갔다.

“이 영화는 95%는 자윤을 따라가는 영화라 귀공자의 전사를 보여줄 수 있는 신이 별로 없어요. 어찌 보면 다른 영화에서 봤던 클리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짧으면서 캐릭터에 강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것이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었어요. 자윤과 다르게 귀공자는 억압받고 불안정한 환경에서 컸다는 전사를 표현하기 위해 의견을 냈고 감독님께서 넣어주셨어요.”

   
 

액션 연기 경험이 없는 최우식은 촬영 3개월 전부터 액션을 집중적으로 준비했다. 이전까지 감정을 중심으로 모션을 곁들이는 연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액션을 중심으로 감정을 집어넣는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연기적 재미도 느꼈다.

“액션은 영화 들어가기 3개월 전부터 ‘0’에서부터 시작했어요. ‘부산행’에서는 도망가고 맞고 물리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누군가를 때리고 죽이니까 부담이 컸어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노력을 많이 했죠. 3개월 동안 하루에 4~5시간씩 준비했어요. 영화를 보니까 스스로 ‘토닥토닥’할 수 있는 정도는 된 것 같아요(웃음). ‘마녀’를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번 작품으로 다른 감독님들이 저의 새로운 이미지를 봤으면 했고, 액션에 대한 이미지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마녀’ 전에는 이런 제안도 없었고 저를 ‘귀공자’로 생각하는 감독님도 없었어요. 이번 작품이 저에겐 큰 도전이었고 앞으로도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는 문이 됐으면 좋겠어요.”

‘마녀’의 부제는 ‘Part 1. The Subversion(전복)’이다. 애초에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마녀’는 극 중반까지 자윤이 시설을 나와 새로운 가족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아가다 일상이 깨지는 과정에 집중한다.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 관객에게 드라마에 중심을 둔 초반부는 다소 설명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

“물론 액션을 더 기대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영화가 대부분 자윤을 따라가면서 드라마적인 요소들도 많아요. 신선한 액션이 있지만 주인공의 시점과 감정을 따라가며 추리하는 재미도 있어요. 저희 영화는 미스터리 액션 안에 스릴도 있고 가족이야기도 있어요. 감독님께서 사람이 선하거나 혹은 악하게 태어나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다고 했는데 그게 딱 귀공자와 자윤인 것 같아요. 자윤은 어릴 때 시설에서 도망가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만들었어요. 귀공자는 잡혀서 더 안 좋은 시설에 가서 나쁜 환경 속에서 자랐죠. 그런 드라마 요소가 영화에 숨어있으니 그런 것들도 봐주셨으면 해요.”

한 인물을 쭉 쫓아간다는 점에서 ‘마녀’는 ‘거인’과 비슷하다. 최우식은 신예 김다미가 지닌 부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역할을 잘 소화해준 김다미에게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한 인물을 이렇게 따라가는 영화는 사실 드문 것 같아요. 그것도 신인을 주인공으로 했죠. ‘거인’도 비슷했는데 저는 이미 몇 작품을 한 경험이 있었죠. 그런데도 간장감과 부담감으로 절절맸어요. 다미도 분명 긴장도 많이 하고 부담감도 있었을 텐데 엄청나게 잘 해줬어요. 현장에서 저는 함께 호흡하면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는데 다음에 경험이 쌓이고 긴장을 덜면 어떤 연기가 나올지 너무 궁금해요.”

   
 

‘마녀’에는 김다미 외에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신예들이 많다. 현장에서 선배와 신인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을 했던 최우식은 함께 고생했던 후배들을 한 명 한 명 언급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보통 저는 매 작품마다 기댈 어깨가 있었어요. 현장에서 잘 못해도 선배님께 기대고 했는데 이번에는 다미도 그렇고 제 크루 아이들에게 어깨를 빌려줘야 했죠. 근데 놀라운 건 그런 게 필요 없었어요. 다들 알아서 너무 잘하더라고요. 자윤의 친구로 나오는 고민시 배우도 욕을 너무 차지게 했어요. 대본에 없는 욕을 감독님께서 해보라고 시켰더니 그렇게 길게 차지게 할 줄 몰랐어요(웃음). 저희 크루 친구들도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3개월 동안 함께 액션을 준비했어요. 우리 영화가 김다미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만 다은이나 고민시 같은 배우도 새롭게 세상에 알릴 것 같아요.”

다소 유약한 이미지로 시작해 지금에 오기까지 최우식은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꾸준히 도전했던 그는 ‘거인’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고 ‘부산행’ 영국, ‘옥자’ 김군에 이어 ‘마녀’ 귀공자에 도달했다. 현재도 작품을 촬영 중인 최우식의 다음 행보를 묻자 “어떤 장르나 캐릭터를 찾고 있지는 않다. 이전까지 차기작에 대한 고민과 걱정으로 앞만 보고 달린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휴식’이라는 말이 나올 거라 예상했지만 그는 “앞으로 더 연구해서 연기의 질을 높이고 싶다”며 다시 한 번 연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요즘 많이 느끼고 있는 게 저는 아직까지 역할을 ‘최우식화’해서 연기하는 것 같아요. 제가 가진 면을 조금씩 쓰는 건데 잘 생각해보면 그런 이미지, 경험들은 20대 초반정도까지의 것들이에요. 21살부터 지금까지 정말 중요한 시기에 인간 최우식으로서 느끼고 배우고 흡수해야지 미래의 최우식이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저는 배우를 하느라 대학생활도 잘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많아요. 인간 최우식이 많이 경험하고 다듬어야 나중에 배우 최우식이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정말 대단하신 선배님들을 보면 본인을 싹 지우고 새로운 사람을 창조시키잖아요. 저는 그렇게는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많이 느끼고 경험해야 업그레이드가 될 것 같은 거죠.”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JYP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