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데자뷰’ 남규리, 여린 외모에 가려진 강단…“가족·친구 덕에 희망 잃지 않아”
[NI인터뷰] ‘데자뷰’ 남규리, 여린 외모에 가려진 강단…“가족·친구 덕에 희망 잃지 않아”
  • 승인 2018.05.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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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자는데 자주 깨요(웃음). 작년에도 영화를 찍고 웹드라마도 했어요. 활동은 해오고 있는데 대중들이 보시기엔 오랜만일 것 같아요.”

남규리가 오랜만에 컴백을 앞두고 설렘과 긴장을 오가고 있다. 2006년 그룹 씨야로 데뷔해 가수로서 큰 사랑을 받았던 남규리가 어느덧 배우의 길을 걷게 된지도 10여년이 되어간다. 30일 개봉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데자뷰’(감독 고경민)에서 남규리는 사고 후 환각에 시달려 사람을 죽였다고 믿는 지민으로 분했다. 몇 번의 작품이 무산되면서 절실함이 커진 남규리는 새 작품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좋다는 말을 반복했다. 지난해 소속사를 나온 남규리는 ‘데자뷰’를 통해 배우로서 새 출발을 알렸다.

“솔직히 사랑 받았으면 좋겠어요. 저에게 의미가 깊은 작품이에요. 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로 시작해 연기를 10년 했어요. ‘그래, 그런거야’까지 비슷한 이미지를 소모해왔다면 ‘데자뷰’로 새롭게 시작하고 쌓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올해는 소속사가 없이 시작했지만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한때 예능을 비롯한 다양한 방송 활동을 이어가던 남규리는 한동안 드라마, 영화 외 방송 출연을 자제했다. 연기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예능 제의는 들어왔는데 본업과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쁘다는 건 아닌데 워낙 예전에 가수 활동을 하면서 많을 걸 동시에 해서 지금은 작품이 있을 때 방송에 나오고 싶었어요. 지금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활동하니 너무 좋아요. 연기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하나의 표현이기도 해요. 굳이 제가 연기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데 잘 되기 위해서 자주 방송에 나오고 싶지 않았어요. 물론 방송에 나오면서 더 잘될 수도 있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하고 싶은 걸 하는 대신에 하고 싶지 않은 것도 해야 하는 상황들을 많이 받아들였어요. 이제는 무리수를 두면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요. 진심일 때와 아닐 때 성과의 차이가 분명 있었어요. 물론 아닌 경우도 있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하고 안 되면 후회는 없더라고요. 지나서 돌아보고 싶은 무대나 작품이 있으면 그 힘으로 다음 스텝으로 갈 수 있는 희망이 생기는 것 같아요.”

   
 

환각에 시달리는 강박적인 캐릭터에 빠져들며 자연스레 살이 빠졌다. 감정을 유지하려다보니 자연스레 연락도 끊고 작품에만 몰입했다. 남자 배우들과 부딪히는 신들로 인해 크고 작은 상처들도 생겼다. 여건이 맞지 않아 36시간 연속으로 촬영도 했다. 힘든 티를 낼만도 한데 버텼다. 과거 가수 활동 당시에는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로 방송에도 출연했다. 여린 외모와 달리 강단 있는 그녀는 연기에 대해 누구보다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처음 준비할 때부터 촬영하는 것처럼 준비했어요. 서적이나 다큐멘터리 같은 것도 정말 많이 찾아봤어요. 그러면서 점차 캐릭터에 빠지게 된 거죠. 연기를 그냥 할 수는 없잖아요. 영화는 특히 더 사실적으로 보여야 하고. 스크린으로 보면 고민한 흔적이 드러나요. 단순히 스킬인지 진짜인지 알 수 있는 거죠. 이번에 살도 빠지고 촬영하면서 외부와 연락도 안했다고 했는데 굳이 의식한 게 아니라 작품에 몰입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예요. 저는 예쁘다는 말보다는 연기를 잘한다는 말이 듣고 싶어요. 못생겼다는 말을 들어도 전혀 상관없어요.” 

뜨거운 인기를 누리던 남규리는 의도치 않았던 논란도 많았다. 최근 몇 년간 그녀는 사람들을 만나며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갔고 연기 공부도 했다. 공백기를 통해 재정비를 거친 남규리는 조금씩 여유와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됐다. 

“공백기가 있어서 지금 대중들이 저를 어떻게 보시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요즘 관심 가져주시는 글을 보면 확실히 예전보다 좋은 글이 많아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악플이 많았어요. 제가 의도하지 않은 것들이 기사로 나가고 이슈가 됐어요. 말도 안 되는 거짓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서 엄마가 놀라서 전화하신 적도 있어요. 제가 원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제 이미지가 됐어요. 그런 것들이 연기하는데 있어서 불필요한 자료가 되거든요. 지금은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공백기가 있어서 오히려 좋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활발히 활동하고 잊히는 게 두려워 계속 나왔다면 지금 이렇게 영화를 못했을 수도 있죠. 그리고 지금의 이야기들이 진정성 있게 전해지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데자뷰’ 이후 남규리는 영화 ‘질투의 역사’로 다시 한 번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남규리는 “다음 영화는 나를 보여주기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해 기대를 높였다. 자신 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남규리는 진심으로 자신을 응원해주는 주변 사람들과 행복을 공유하길 기원한다.

“제 원동력은 가족이에요. 가족의 행복한 눈물을 다시 보고 싶어요. 그리고 가족 말고도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거라고 하는데 저는 그런 친구가 많아요.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희망을 잃지 않았어요. 절 특별하다고 생각해주고 진심으로 잘되길 빌어줘요.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질투가 날 수도 있는데 말이죠. 같이 연기하는 친구도 있고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런 친구들이 제가 나오면 진심으로 더 기뻐해줘요. 그런 것들이 원동력이 되는 거 같아요.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도 있지만 기다려주는 가족과 믿어주는 친구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남규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