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정해인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하지 않아”…차분하고 충실한 걸음걸음
[NI인터뷰] 정해인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하지 않아”…차분하고 충실한 걸음걸음
  • 승인 2018.05.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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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하면서 마지막 날을 D-day로 해놨어요. 마지막 촬영이 다가올수록 너무 아쉬워서 안 끝났으면 했던 작품이었어요. 어떤 작품이나 끝나면 시원섭섭하거나 후련한 감정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번 작품은 어떤 단어로도 표현이 안 돼요. 헛헛하고 슬픈 것 같아요. 처음이에요. 여운이 상당히 오래갈 것 같아요.”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연하남 서준희로 분한 정해인은 가장 성공적인 첫 드라마 신고식을 마쳤다. 훈훈한 외모와 환한 미소, 사랑에 직진하는 모습까지 드라마 속 서준희는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전 정해인은 드라마 ‘도깨비’,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으로 얼굴을 알렸다. 그간 작품을 통해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 온 그지만 오랜 기간 큰 사랑과 신뢰를 받아온 손예진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것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처음에 엄청 부담스러웠어요. 드라마에서 첫 주연이고, 상대 배우인 예진 선배가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가 있잖아요. 저의 부족함으로 혹여나 누나에게 누를 끼칠까봐 그런 일을 만들지 않는 게 첫 번째 목표였어요. 촬영 초반에 제가 어색한 모습을 보이니까 누나가 촬영 끝나고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해인아 너는 그냥 서준희 그 자체니까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해. 그게 맞는 것 같아’라는 내용이었는데 저에게 촬영 내내 어마어마하게 큰 힘이 됐어요. 그래서 내용을 캡처해서 힘들 때 보곤 했죠(웃음). 나라는 사람을 존중해주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걸 피부로 느끼고 편해진 것 같아요. 이후로는 친해지니까 더 좋은 호흡도 나오고 애드리브도 나왔죠. 누나가 아이디어가 많아요.”

초반 시청자들의 우려를 가볍게 떨쳐낸 정해인은 완벽하게 서준희가 되어 실제 커플을 보는 듯한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녹여냈다. 정해인은 평소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고 표현하는지 돌아보고 캐릭터에 투영했다. 그는 테이블 밑으로 처음 손을 잡은 신에서 실제로 떨림을 느꼈다며 회상했다. 손예진과의 호흡이 워낙 좋았던 탓에 실제 사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 정도였다. 인터뷰 내내 정해인은 손예진을 향한 애정과 감사의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선배님을 작품으로만 봤지 사석에서도 본 적 없어요. 처음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죠. 만나기 전에는 까다로운 분은 아닐까 싶었는데 만나서 대화하고 촬영에 들어가면서 제가 갖고 있던 선입견이 산산조각 났죠. 엄청 솔직하고 털털하고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엄청 똑똑하신 선배님이세요. 신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준비해 오세요. 어마어마한 노력을 하신다는 걸 함께 연기하고 호흡을 맞추면서 느꼈어요. 지금까지 함께 했던 어떤 배우들 보다 열정적인 분이세요.”

   
 

드라마가 사랑을 받은 만큼 촬영 현장도 웃음이 가득했다. 쪽 대본과 밤샘촬영이 이어지는 여느 드라마 현장과 달리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정확히 시간을 분배해 끝까지 안정적으로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물론 드라마 후반과 결말에 관한 시청자의 호불호는 갈렸다. 서준희, 윤진아 커플의 이후 모습을 기대하며 시즌2 제작을 바라는 시청자들의 의견도 있었다. 

“시즌2를 한다면 저는 무조건이죠. 달려가야죠(웃음). 우선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좀 있어요. 어머니와 갈등도 있고 3년이라는 시간동안의 아픔도 있을 테고요. 그걸 치유하는 과정이나 더 나아가서 신혼의 모습을 그릴 수도 있고요. 3년의 공백이 답답했어요. 결국 두 사람이 원한 건 사랑인데 다다르는 방법에 차이가 있었던 거죠. 사랑은 눈빛만 봐도 아는 것이 아니라 많은 대화를 해야 하는 거죠.”

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정해인은 여전히 여운을 간직하고 있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드라마를 차분하게 복기하고 싶다는 정해인은 “지금 서준희와 인터뷰를 하고 계신 거다”며 캐릭터에 여전히 빠진 듯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를 향한 애정과 함께 스태프가 우산에 적어준 롤링페이퍼를 언급하며 미소를 지었다.

“롤링페이퍼를 보면서 정말 펑펑 울었어요. 한 글자 한 글자 꾹 눌러서 쓴 게 보여요. 저는 촬영하면서 미리 내용을 알았지만 스태프들은 현장에서 대본을 받았었어요. 감독님께서 대본을 받은 스태프들이 구석에서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알려주셨어요. 정말 막내 스태프부터 배우, 감독님까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달렸던 작품이에요. 모두가 작품을 사랑했고 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롤링페이퍼를 받고 더 감동적이었고 슬펐어요. 평생 간직할 가보죠.”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정해인의 배우 인생에 있어 큰 변곡점이 된 작품임에 틀림없다. 차기작 제안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으며 체감하는 인기 역시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인은 “지금 감정을 반 정도만 느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다소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조급함은 없었다. 

“감정에 너무 빠지면 저에게 독이 될 것 같아요. 본질을 놓치지 않고 지금까지 그랬듯 묵묵하게 나아가고 싶어요. 처음부터 조급함은 없었어요. 늦은 나이에 데뷔했는데 조급함이 있었다면 못 버텼을 거예요. 사실 요즘 대세라는 말을 들으면 너무 부끄러워요. 새로운 분은 계속 나올 테고 지금의 인기는 드라마를 사랑하는 분들 덕분이고 언젠가 맥주거품처럼 사라질 거예요. 결국은 연기더라고요. 좋은 작품으로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더 좋은 연기를 보이기 위해 정해인은 곧바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연기를 쉬고 싶지 않다는 정해인은 앞으로도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차분하게 나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고 꿈꾼 적은 없어요. 주어진 하루를 감사하게 쓰고 오늘 하루 행복했으면 하는 게 꿈이에요. 하루하루가 모이면 무언가 되어 있겠죠. 저는 하루를 충실하고 행복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하지 않아요.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해요. 그리고 어디 안 아프고 밥 잘 먹는 게 행복해요. 덕분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밥도 사줄 수 있으니 정말 큰 행복이죠.”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 사진= FNC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