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손예진 “또 사랑이야기? 인류가 없어질 때까지 사랑은 반복”
[NI인터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손예진 “또 사랑이야기? 인류가 없어질 때까지 사랑은 반복”
  • 승인 2018.03.16 1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또 ‘그놈의 사랑’이냐고 하지만 인류가 없어질 때까지 반복될 것 같아요. 또 다른 방식으로 연주될 거고 계속 궁금해 하고 공감하겠죠.”

영화 ‘클래식’(2003),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로 손예진은 청순함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이후 ‘작업의 정석’, ‘아내가 결혼했다’, ‘해적: 바다로 간 해적’,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 등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 손예진은 여배우 기근이라 불리던 충무로의 대표 여배우로 우뚝 섰다. 한동안 멜로 연기에 목말라있던 손예진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그 갈증을 해소했다. 손예진의 미모는 여전했고, 내공은 깊어졌다. 

“사실 이 작품은 ‘비밀은 없다’나 ‘덕혜옹주’처럼 한 여자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감정선을 따라가는 건 아니잖아요.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고. 수아 캐릭터를 대할 때 감정적으로 강하지 않게 한 발짝 떨어져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연기를 해서 어떤 감정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은 독이 될 것 같았어요. 재밌는 신도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 않았고요. 그저 상황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힘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현실감이 있어야 관객들이 이입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거죠.”

멜로가 흥행하던 시절 손예진은 멜로의 중심에 있었다. 여성 중심의 영화에 대한 목마름이 강해질 때쯤 손예진은 또 다시 전면에 나섰다.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자극적인 작품들에 관객들이 지칠 때쯤 이번에도 손예진이 등장해 따뜻한 멜로로 지친 마음을 치유했다.

“오랜만에 멜로를 찍게 됐는데 그 전에도 시나리오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기획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제 마음에 와 닿는 작품이 없었어요. 이전 작품 중에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데 결이 다른 감동을 드리고 싶었어요. 쉽지 않더라고요.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원작은 아주 예전에 봐서 기억이 잘 안 났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게 이렇게 재밌는 내용이었나’ 싶었죠. 바로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구성은 원작과 같지만 일단 유머코드가 많이 들어있어요. 캐릭터가 다양해진 것 같아요. 일본 원작은 훨씬 절제되어 있어요. 캐릭터 연기 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아역의 비중도 적고요. 웃음 포인트도 많아지고 감정의 폭도 더 커진 것 같아요.”

   
 

영화 속 우진(소지섭 분)과 수아(손예진 분)는 우리가 이상적으로 꿈꾸는 사랑을 한다. 오랜 시간동안 서로의 대한 애틋한 감정을 키워오고 서툴게 만나고 깊게 사랑한다.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긴다. 손예진 역시 여전히 퇴색되지 않는 사랑을 꿈꾼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랑’의 의미가 퇴색되잖아요. ‘진짜 사랑을 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의 사랑이 진짜일까’ 같은 생각을 하게 돼요. 영화는 놓치고 혹은 잊고 지나갔던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진짜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데 우린 존재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죠. 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항상 고민해요. 운명 같은 사람이 나타나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기도 해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마음은 가지고 가고 싶어요.”

영화에서 손예진은 기억을 잃은 모습부터 과거 회상을 통해 새롭게 사랑에 빠지는 디테일한 감정 변화까지 다양한 모습을 연기해야 했다. 특히 따뜻한 모성애까지 더해지며 단순한 사랑을 넘어 ‘엄마’라는 존재에 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영화에서 우진과 지호가 수아의 빈자리를 느끼며 살아가잖아요. 제가 나오지 않는 장면들이라 이번에 보게 됐는데 그 모습이 너무 짠했어요. 엄마가 필요한 순간이 너무 많잖아요. 엄마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지호와 우진에게 사랑받는 수아가 부럽더라고요. 이전에도 ‘비밀은 없다’에서 엄마 역을 했지만 이번이 나이에 더 맞는 것 같아요. 언니가 조카를 키우는 걸 보면서 아이를 예뻐하게 됐어요. 아이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아직은 엄마가 되는 건 상상이 안 되고 제가 부족한 것 같아요. 누군가 책임질 수 있을 만한 사람일까 싶은 거죠. 반면에 아이가 있으면 너무 ‘올인’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뭐든 열심히 하는 게 문제예요(웃음). 그건 부러웠어요. 보통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면서 살진 않잖아요. 결혼을 하면 남편과 아이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니까 그런 의미에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예진은 좋아하는 장면으로 수아와 우진이 처음 정류장에서 손을 잡는 신을 꼽았다. 풋풋한 두 사람의 과거 신들은 ‘클래식’의 손예진을 떠올리게 한다. 손예진은 “‘클래식’을 찍을 때는 정말 잘하고 싶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버텼다. 너무 어린 나이에 1인2역을 맡아서 예민했고 감정을 잡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시간이 흐르고 많은 작품을 거친 후 손예진은 감정의 과잉을 지양하고 관객들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깊이를 만들었다.

“예전에는 ‘이 장면은 슬픈 장면이니까 이 감정이 나와야 돼’라고 했다면 이제는 배우가 슬픔을 느낀다고 해서 관객도 따라 슬퍼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가끔 어떤 배우가 연기를 할 때 막 슬프게 우는데 보는 사람은 안 슬플 때가 있잖아요. 물론 아직 정확한 답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요. 예전에는 그런 지점을 몰랐다면 이제는 아니까 오히려 고민은 많아졌죠.”

숱한 작품에서 상대배우와 실제 연인 같은 호흡을 보여주던 손예진이지만 의외로 실제 연애 소식은 접하기 어렵다. 이유를 묻는 말에 손예진은 “작품에서 순애보적인 남자만 만나서 현실에서 안 되나 싶다”고 토로해 웃음을 안겼다. 스크린에서도 현실에서도 손예진은 여전히 운명 같은 사랑을 기다린다.

“적극적이니 않아요. 쿨 한 척하는데 안 쿨 한 사람 있잖아요(웃음). 연애나 사랑에 관해서는 적극적이지 못해요. 어느덧 제 나이도 그렇게 됐더라고요. 워낙 일을 많이 하고 뭔가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현장에만 있으니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작품에서도 순애보적인 남자만 만나서 현실에서 안 이뤄지나 싶기도 하고. 항상 운명적인 사랑을 꿈꿔요. 이 사람 아니면 죽어도 안 될 것 같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요. 모르겠어요. 이러다 못할 수도(웃음).”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