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흥부’ 정우 “배우의 길, 작품 할수록 더 어려워”
[NI인터뷰] ‘흥부’ 정우 “배우의 길, 작품 할수록 더 어려워”
  • 승인 2018.02.1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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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라는 두 글자가 주는 이미지가 강했던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듣고 보던 이미지를 깬 것이 캐릭터의 반전이라고 할까요. 고민이 많았어요. 혼자서 끌고 갈 용기는 없었고 선배님들, 특히 주혁 선배님이 하신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내고 도전했어요.”

배우 정우가 모두가 알고 있는 ‘흥부전’을 재해석한 새로운 흥부를 만들어 냈다.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이하 ‘흥부’)는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정우 분)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흥부전’을 집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로 현대극에서 연기를 펼쳤던 정우는 ‘흥부’를 통해 첫 사극에 도전했다. 

“매 작품마다 비슷한데 사극이라는 시대적 배경보다는 한 인물에 대해 생각하고 출발했어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처음 접근은 어렵지 않았어요. 다만 흥부가 맞이해야 하는 각 캐릭터마다 다른 감정을 가져야 하니까 이를 차별화해서 표현하는 것을 고민했어요.”

정우는 사극이라는 틀에 갇히기 보단 무게를 덜어내고 자유롭게 뛰노는 흥부를 만들어 냈다. 극 초반 음란 소설로 유명세를 얻은 흥부는 능청스러운 행동들로 웃음을 유발한다. 관객들이 쉽게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고, 극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이끄는 역할을 한 정우는 후반부에는 진중한 감정들을 토해내며 폭넓은 연기를 펼친다.

“감정의 폭이 넓은 캐릭터라서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고민이 많이 됐고 감정을 연기하기 위해선 이유와 명분을 찾아야했어요. 영화에서 감정의 폭은 넓게 표현되지만 에피소드가 쌓이는 느낌은 덜하잖아요. 그래서 압축해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인물의 감정에 있어서 그 이유를 찾아야지 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과 확신이 생기는데 그걸 찾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인터뷰 도중 정우는 지난해 안타까운 사고로 우리의 곁을 떠난 故김주혁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흥부’에서 김주혁은 민란의 틈에서 고아가 된 아이들을 기르고 가르치는 조혁을 연기했다. 극 중 조혁은 흥부전의 모델이자 흥부에게 깨달음을 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정우와 정진영은 ‘여전히 작품 속에 살아있는 배우’라며 김주혁을 추억했다. 

“촬영하면서 큰 힘이 됐고 선배님이 아니었다면 ‘흥부’라는 작품은 없었을 겁니다. 영화 속에서 조혁이 흥부에게 하는 말들이 선배님께서 저에게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를 보며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 속에 있는 단어 하나하나를 떠나서 감정적으로 느꼈고 그래서 보는 내내 힘들었습니다. 정진영 선배님 말씀대로 스크린 속에 선배님은 살아 계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단역으로 시작해 극의 중심에 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배우로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는 시간이었고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어느 정도 능숙함을 지닐 만도 하지만 그는 배우를 하면 할수록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예전에는 경험도 부족했고 나이도 어렸고. 그래서 철도 없었고 알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많이 알지 못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알아가고 있지만 점점 더 힘든 것 같아요. 엄살처럼 보일 수 있는데 제 심정이 그래요. 지금 촬영하는 작품에 몰입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네요.”

   
 

‘바람’의 짱구, ‘쎄시봉’의 오근태, ‘재심’의 이준영,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 등 정우의 필모그래피에는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가 포진되어 있다. 지금까지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 그는 특별한 전략보다는 매력을 주는 작품을 우선적으로 택했다. 그는 ‘매력적인 작품’에 관해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계획적으로 작품을 할 정도로 똑똑하지 않아요(웃음). 돌아보면 당시에 울림을 주는 시나리오였던 것 같아요. ‘흥부’도 그런 작품 중 하나였고 처음 마음보다 지금 의미가 더욱 커진 작품이에요. 장르는 항상 다양하게 들어와요. 선택하는데 있어서 어떤 장르보단 어떤 시나리오인지가 우선인 것 같아요. 시나리오의 순도, 감독님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 혹은 시나리오 자체의 메시지가 될 수도 있어요. 때로는 캐릭터가 매력적일 수도 있고요.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데 있어서 분명한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처럼 선택하는 작품도 그런 느낌이에요.”

‘흥부’,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궁합’ 등 사극이 연달아 개봉하는 2월, ‘흥부’ 만의 아이덴티티를 묻는 말에 정우는 풍성한 볼거리가 있는 공연 신과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소재를 꼽았다. 또한 “배우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관람하면 더욱 즐겁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흥부’를 추천했다. 끝으로 정우는 김주혁이라는 배우를 추억해주길 당부했다.

“‘어떻게 하면 ‘흥부’라는 작품을 김주혁 선배에게 누가 되지 않게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어요. ‘흥부’가 따뜻한 감동을 주는 영화로 기억되길 바라고 김주혁이라는 배우에 관해서 한 번 더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