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염력’ 류승룡 “배우는 상상력의 마중물 역할”…설렘과 긴장 사이
[NI인터뷰] ‘염력’ 류승룡 “배우는 상상력의 마중물 역할”…설렘과 긴장 사이
  • 승인 2018.01.31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진= 프레인글로벌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연상호’스러운 영화기도 하지만 ‘류승룡’스러운 영화이기도 해요. 적절하게 잘 만난 것 같아요.”

연극과 공연을 거쳐 서른이 넘는 나이에 스크린에 처음 얼굴을 비친 류승룡은 거침없이 질주하며 충무로 대표 배우 반열에 올랐다.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 2013년 ‘7번방의 선물’, 2014년 ‘명량’까지 매해 천만 영화를 탄생시키며 승승장구했던 류승룡은 2015년 ‘손님’, ‘도리화가’ 이후 3년에 가까운 공백이 생겼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선택했던 ‘7년의 밤’이 개봉이 미뤄졌고, ‘제5열’은 제작 자체가 보류됐다. 결국 마지막에 선택한 ‘염력’이 가장 먼저 개봉하게 됐다. 다사다난했던 공백기를 돌아보던 류승룡은 “원래는 ‘7년의 밤’에서 진지한 역할하고 ‘제5열’에서 악역하고 ‘염력’으로 가벼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염력’ 제일 먼저 나왔다”며 웃어보였다.

당초 계획과는 정반대가 됐지만 류승룡의 복귀작으로 ‘염력’은 관객들에게 충분히 반가운 작품이 됐다. 초능력이 생긴 아빠 석헌(류승룡 분)과 위기에 빠진 딸 루미(심은경 분)의 이야기를 그리는 ‘염력’에서 류승룡은 그만의 호흡이 담긴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관객을 극의 한가운데로 잡아당긴다.

“현실에 대한 메시지와 판타지를 잘 녹여서 연상호 감독님스러운 영화가 나왔어요. 간극이 클 수 있는데 하나의 원처럼 잘 그려낸 것 같아요. 만족스럽고 볼거리도 있고 ‘토종 아재 히어로’로 가족애와 메시지도 있고 통쾌한 카타르시스도 있어서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같아요.”

애니메이션 ‘서울역’ 목소리 출연으로 연상호 감독과 연을 맺은 류승룡은 감독의 차기작 ‘염력’의 시나리오가 완성되기 전부터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어느 날 약수터에서 물을 마시고 초능력이 생긴 남자’의 이야기는 점차 살이 붙어가며 연상호 감독 특유의 메시지가 담긴 블랙 코미디 성격의 영화로 완성됐다. 

“시나리오를 받기 전에 구두로 하기로 했어요. 그런 경우는 저도 처음이에요. 원래는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요. 감독님에 관해서는 ‘서울역’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었고 ‘부산행’ 개봉 전에 시놉시스를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때 약수터에서 운석 맞은 물을 먹고 평범한 사람이 초능력이 생겨서 어려운 사람을 구해주는 이야기라고 했는데 농담인줄 알았어요(웃음). 그 이야기를 키워나가고 나중에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그리고 대척점에 무엇을 세울지 이야기했고, 흔히 외국 히어로물에는 빌런이 있는데 우리는 이를 권력이나 부를 부당하게 악용하는 세력으로 생각했어요.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우리의 편이 되어 싸우는 카타르시스를 주고자 했죠. 가장 보편적인 소재를 생각했을 때 지금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개발이라는 소재를 넣게 된 것 같아요. 용산 참사와 같은 실제 사건 하나를 특정한 건 아니에요.”

   
▲ 사진= 프레인글로벌

류승룡은 석헌이라는 캐릭터에 관해 “평범하고 철없고 약간 무책임하다. 숨기고 회피하고 사회에 순응하며 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저씨”라며 “아빠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힘을 얻고 자신을 찾아가고 성장하는 인물 같다”고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염력’에서 석헌은 무책임하고 다소 비겁한 모습을 보이다가 점차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며 딸과의 관계를 회복한다. 다른 히어로물에서 초능력을 가진 인물들이 영웅적 행보를 보인다면 석헌은 능력을 이용해 나이트클럽에서 공연하며 돈을 벌고 딸과의 관계를 회복할 생각을 한다. 현실에 발을 붙인 판타지답게 류승룡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도 화려하기 보단 ‘웃픈’ 감정을 유발하는 장면이다.

“좋아하는 장면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 딸하고 소통하려고 하는데 어긋나는 장면들이 좋았어요. 석헌은 루미 앞에서 넥타이를 들어 올리면서 걱정 말라고 하는데 루미는 고작 그거 배우려고 그랬냐며 화를 내잖아요. 염력으로 물건들을 띄우는데 그것도 루미 뒤에서 벌어져서 보지 못하고. 그런 코믹하면서 슬픈 장면이 좋았어요.”

인터뷰 중간 중간 류승룡은 ‘불신지옥’, ‘퀴즈왕’,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다양한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심은경을 비롯해 연상호 감독과 다른 배우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오랜만에 관객 앞에 나서는 류승룡은 설렘과 긴장, 두려움과 기대감이 함께 하고 있었다. 

“‘염력’에는 저와 연극할 때부터 친했던 동료들이 많았어요. 유승목 선배도 작품을 같이 많이 했고요. 지방에서 함께 자전거도 타고 고기도 구워 먹기도 했어요. 팀워크가 좋았어요. 그들이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어줬어요. 태항호 배우도 안에 갖고 있는 게 너무나도 많은 배우예요. 앞으로가 기대되고 얼마 안 있어 두각을 드러낼 것 같아요.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적재적소에서 큰 역할을 해주셨어요.”

   
▲ 사진= 프레인글로벌

‘최종병기 활’, ‘내 아내의 모든 것’, ‘7번방의 선물’, ‘표적’ 등 유쾌함과 진지함을 오가는 류승룡 안에는 다양한 얼굴이 있다. ‘염력’에서 류승룡은 연상호 감독을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며 관객을 맞이했다.

“배우는 여러 감정을 세공하고 연주하는 직업이에요. 상상의 나래를 끊임없이 펼칠 수 있게 마중물 역할을 하는 거잖아요. 때로는 진지하게 심연으로 들어가서 나라는 존재의 근원을 돌아보게 하는 역할도 하는 것 같아요. 그때마다 그러한 감정의 최대치를 찾으려고 탐구하고 노력하고 수련하고, 그런 거죠. ‘염력’ 같은 경우는 재미있고 유쾌하고 수월하게 찍었어요.”

2018년을 ‘염력’으로 시작한 류승룡은 공백이 길었던 만큼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낸다. 오래전에 찍은 ‘7년의 밤’이 개봉하며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도 촬영 중이다. 캐스팅을 완료한 영화 ‘극한직업’도 상반기 크랭크인 예정이다. 극과 극을 오가는 모습 속에서 류승룡은 앞으로도 관객들과 함께 웃고 우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한국영화는 기획도 뛰어나고 좋은 작가, 감독님, 배우가 많아요. 소재도 너무나 다양해졌고요. 선배님들이 앞서 걸어가고 계시고 저는 그 길을 잘 따라가면 될 것 같아요. 후련하게 같이 웃어주고 우는 장을 마련해주는 매개가 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