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②] 하정우 “‘신과함께’·‘1987’ 쌍천만? 1+1 이벤트라도 해야 하나”
[NI인터뷰②] 하정우 “‘신과함께’·‘1987’ 쌍천만? 1+1 이벤트라도 해야 하나”
  • 승인 2017.12.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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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2017년 극장가는 하정우가 마무리한다. 12월 빅3로 꼽히는 ‘강철비’, ‘신과함께-죄와 벌’, ‘1987’이 일주일의 간격을 두고 개봉한다. 하정우는 ‘신과함께-죄와 벌’, ‘1987’ 두 편에 주연을 맡아 어느 때보다 높은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신과함께-죄와 벌’에서 하정우는 저승 삼차사의 리더 강림 역을 맡았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신과함께’는 1부와 2부를 동시에 촬영한 것은 물론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CG로 제작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다. 당초 올해 여름에 개봉을 계획했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12월로 일정을 변경했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1987’은 불의에 맞선 사람들이 광장의 거대한 함성을 만들기까지의 6개월을 다룬다. ‘1987’에서 하정우는 고문치사를 덮기 위한 화장동의서에 날인을 거부한 최검사를 연기했다.

본의 아니게 두 편의 영화를 동시에 홍보하게 된 하정우는 영화 공개에 앞서 하와이를 다녀오며 생각을 정리했다.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취재진을 만난 하정우는 특유의 입담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NI인터뷰①]에서 계속.

Q. ‘신과함께’에서의 연기는 장르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전에 보여줬던 유연함과는 다를 수 있다. 연기적 밸런스는 어떻게 맞추려고 했나.

A. 이것만 하고 끝날 건 아니니까. 다른 작품에서 표현할 수 있으니 작품에 맞게 답답함도 느껴봐야 하는 거예요. 원래 저는 디렉션에 자유로운 편이에요. 감독님께 제 해석을 먼저 드러내고 말하는 편인데 ‘아가씨’는 100퍼센트 디렉션을 들어보는 게 목표였어요. 감독님에 맞춰 촘촘하게 움직일 테니 나를 재단시켜달라는 거죠. 거기에 일본어 대사도 있으니 제가 비집고 들어가고 표현할 구석이 없었어요. 그런 다음 ‘터널’을 찍으니 표현하는 게 너무 좋은 거예요. ‘1987’에서도 정석대로 안한 부분들이 있어요. 물론 기본적인 룰은 지키지만 가는 길을 다르게 표현하는 거죠. ‘신과함께’에서는 영화 형식에 맞춰서 찍었어요.

Q. 저승 재판의 법정 연기는 어렵지 않았나.

A. 익숙지 않은 단어들이 있어서 쉽지 않았어요. 이전에 비슷한 걸 했다고 해서 이번에도 잘 할 수 있다는 보장이 되는 건 아니니까 물리적인 시간을 들여서 노력해야죠. 카메라 렌즈를 와이드로 많이 썼어요. 다른 렌즈로 촬영할 때는 카메라와 배우와 거리가 좀 있어요. 그러면 연기에 방해가 안 되는데 이번에는 엄청 가까워서 거슬렸죠. 계속 카메라가 움직이면 집중력이 뺏기죠. 감독님은 ‘레버넌트’에서 사용된 렌즈를 많이 썼다고 하는데 우리와는 전혀 다른 영화인데 모르겠어요.

Q. ‘신과함께’에서 완성된 CG의 만족도는 어떤가.

A.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해도 하나도 뒤처지지 않는다 생각해요. ‘신과함께’는 동양적이라 오히려 낯설 수 있는 거예요. 영어가 아니라 한국말이라 그런 느낌이 들 수도 있죠. 많은 부분에 있어 어마어마한 성과를 이뤘다고 하더라고요.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공정을 보면서 놀라웠어요. 한국 영화에서도 앞으로 판타지뿐만 아니라 세트를 짓고 시대를 구현하는데 있어서 많은 부분 CG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연기자 입장에선 이런 흐름에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린매트가 집 커튼처럼 익숙해져야죠.

Q. ‘국가대표’ 이후 오랜만에 김동욱, 김용화 감독과 함께했다.

A. 감독님이 동욱이가 수홍 역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연락했어요. 그래서 120퍼센트 찬성이라고 했어요. 1부의 클라이맥스와 2부의 라인을 저와 끌고 가야하는데 수홍 역은 인지도나 스타성이 아니라 진짜 연기를 잘해야 했어요. 저는 대찬성이었고 감독님도 끝까지 관철시켰어요. 당시 동욱이가 의기소침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다시 10년 전 김동욱의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너무너무 반가웠고 든든했죠. 태현이 형의 스타일은 감정표현이 드라마틱하잖아요. 진심을 다하는 스타일인데 동욱이의 연기 결은 막 떼쓰고 투정부리는데 그런 모습이 귀엽고 동정심을 유발시킨다고 할까요. 2부에선 ‘꼬장’(심술)의 향연이 펼쳐져요. 시나리오보고 동욱이에게 ‘너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했어요. 지훈이도 잘 가고 있죠. 주지훈은 더 큰 사랑을 받게 될 테고 김동욱은 재평가를 받을 거예요.

   
 

Q. 홍일점이자 막내인 김향기는 어땠나. 촬영장에서 예쁨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A. 향기는 향기롭죠(웃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사랑스러운 친구죠. 나라에서 보존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사실 아역부터 시작하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요. 정서적으로도 또래와 어울리면서 놀아야 하는데 어른의 세계에 너무 일찍 들어오면 안 좋을 수 있죠. 향기는 다행히 잘 지켜진 것 같아요. 건강하게 앞으로도 잘 해줬으면 좋겠어요. 촬영할 때 스케줄도 학교가 중요하니 시험 일정에 맞춰서 배려했어요.

Q. ‘추격자’, ‘황해’에 이어 ‘1987’로 김윤석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됐다.

A. 동지 같아요. ‘추격자’를 찍을 때 형은 ‘타짜’, ‘즐거운 인생’을 찍고 첫 단독 주연을 맡았어요. 저도 물론 주연으로 참여했고 나홍진 감독님은 입봉작이었죠. 그 첫 만남이 좋았어요. 저와 나이가 11살 차이나지만 동지의 느낌, 그런 마음으로 ‘추격자’를 만들고 ‘황해’까지 이어졌어요. 그때 윤석이 형을 보면서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유했던 것들이 있어 제가 지금까지 배우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연기는 설득이 되느냐 아니냐의 게임인데 늘 든든해요. ‘1987’에서 만났을 때 큰 고민 없이 선택한 것도 윤석이 형에 대한 신뢰겠죠. 그런데 그 형은 ‘허삼관’ 제의를 거절했어요(웃음). 여전히 누구보다 신뢰하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형이고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에서 만나서 함께 나눴으면 좋겠어요. 아, 이러면 종빈이(윤종빈 감독)가 섭섭할 수 있는데.

Q. 최근 영화에만 출연하던 배우들이 드라마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드라마에 출연할 계획은 없나.

A. 드라마도 늘 생각은 해요. 아직은 영화를 만들고 찍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래도 열려있다는 거죠. 물론 그 동네 가서 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있어요. 김성훈 감독님이 넷플릭스와 ‘킹덤’을 찍고 있잖아요. 함께 했던 분들이 드라마를 하면 생각 있죠. 요즘 공동제작 제의도 와요. 미국 작품 리메이크였는데 결국 고사했어요.

Q. 출연작 두 편이 모두 흥행해서 ‘쌍천만’이 되는 상상을 해봤나.

A. 상상만 해도 너무나 감사한 일이죠. 1+1 이벤트 같은 걸 해야 하는데. 아니면 ‘강철비’까지 해서 2+1도 좋겠네요. 패키지로 묶을 방법을 찾아야 돼요(웃음).

Q. 내년 계획이 궁금하다.

A. 고민하고 있어요. 일단 내년에 어떤 작품을 찍을지 결정 못했어요. 세 번째 연출작 시나리오 작업도 들어가서 물론 2~3년이 되겠지만 전반적인 계획을 재정비해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미리 찍은 작품들이 많으니 3개월이라도 쉴까하는 생각도 있어요.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히말라야 하이킹, 네팔 오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배낭여행을 해본 적이 없어요. 20대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해볼까 싶어요. 우선 연말까지 바쁘니 ‘1987’ 무대인사까지 마치고 천천히 생각해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