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신과함께-죄와 벌’ 차태현 “원작과의 비교, 재미있는지를 따지는 게 우선”
[NI인터뷰] ‘신과함께-죄와 벌’ 차태현 “원작과의 비교, 재미있는지를 따지는 게 우선”
  • 승인 2017.12.20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차태현이 웃음기를 빼고 돌아왔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신과함께-죄와 벌’에서 차태현은 19년 만에 나타난 정의로운 망자 김자홍 역을 맡았다. 원작의 김자홍이 평범한 회사원으로 술병과 과로가 겹쳐 사망했다면 영화에서 김자홍은 소방관으로 화재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다 사망한다.

‘엽기적인 그녀’, ‘복면달호’, ‘과속 스캔들’, ‘슬로우 비디오’ 등의 작품을 통해 따뜻한 인간미를 전달한 차태현은 화려한 CG와 스펙터클로 가득한 영화에서도 묵묵히 자신만의 드라마를 이끌어 간다. 차태현은 이질적인 저승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재판 과정에서 밝혀지는 그의 전사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안긴다. 어머니를 위해 본업 외에도 대리운전, 식당 등 각종 아르바이트로 바쁘게 살아가며 죽어서도 가족을 걱정하는 모습은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를 떠올리게 한다.

Q. 영화를 처음 본 소감은 어떤가.

A. 제 영화는 보통 언론시사회 때 처음 봐요. 미리 가서 안 봐요. 매번 모르겠어요. 잘 된 작품도 안 된 작품도 있는데 처음 느낌은 같아요. 항상 불편하게 봐요. 안 좋은 것들만 눈에 보이고 내용 보다는 편집 같은 게 들어오죠. 두 번째 볼 때 편하게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원작인 웹툰과는 캐릭터 설정에 많은 변화가 있다.

A.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예전에 찍어봐서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어요. ‘바보’를 찍을 때도 방대한 내용을 두 시간 안에 넣는 게 말도 안 되는 작업이었어요. 그리고 똑같이 구현하는 게 맞을지 완전 다르게 하는 게 맞는지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보고 재미있는지를 따지면 될 것 같아요. ‘신과함께’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면서 동시에 영화적으로 처음 시도하는 것들이 많아서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어 보여요. 개인적으로 비교할 생각은 안했어요. 그랬다면 시나리오 받을 때 거절했겠죠. 시나리오를 보고 강림, 진기한 두 인물을 합친 게 새롭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자홍은 제 기억에는 과로사로 죽은 평범한 회사원이라서 영화적으로 표현하기에 재미없고 임팩트가 부족할 것 같았어요. 바뀌어서 원작을 좋아하는 분들은 안 좋아하실 수 있어요.

Q. 차태현이라는 배우가 가진 특유의 유쾌함이 영화에선 보이지 않는다.

A. 자홍에 관해서는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진 않았어요. 제작보고회 때 감독님이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속으로 ‘그런 모습이 뭐지’ 싶었는데 전체적으로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자홍의 상황 자체가 웃을 수 없잖아요. 차태현이라는 배우가 영화에 나왔을 때 웃음이 주 포인트였고 눈물이 반전으로 등장했다면 이번에는 설정 자체가 낯설다고 할까요. 저도 보면서 ‘내가 한 번도 안 웃었나’ 싶었어요. 물론 스토리상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그러니 신파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Q. 자홍을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만들어 갔나.

A. 자홍이는 기본적으로 선한 캐릭터예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스타일의 성격이긴 하죠. 소방관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준비했던 것들은 있어요. 와이어 관련해서도 연습했고. 자홍은 원래 굉장히 효심이 강한 사람이에요. 준비하는데 크게 어려운 점은 많지 않았어요. 연기를 할 때 힘든 부분은 수홍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예요. 저는 형이 있어서 동생을 향한 감정을 모르겠더라고요. 부모님과의 감정은 조금만 건드려도 공감가고 연기할 때도 그런데 동생과의 감정을 잡기는 힘들었어요. 어머니에 대한 내용을 촬영을 할 때는 영화에서는 업경을 보지만 실제로 촬영할 때는 업경이 없잖아요(웃음). 시나리오를 보면서 울림이 컸던 장면이 둘이었는데 잘 보면 저는 없어요. 다행히 제 장면보다 먼저 촬영이 돼서 그 장면을 보고 촬영에 임했어요.

   
 

Q.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드라마가 강해진다. 신파로 흘러간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A. 개인적으로 신파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이것저것 많이 해봤잖아요. 한국 코미디 영화는 특히 무조건 끝에 울리려고 해요. 억지로 시나리오를 만들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했는데 나중에 바뀌어서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당황스럽죠. 누군가 과정에 개입한 거예요.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통한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개인적으로 억지로 신파를 넣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관객의 입장에서 저는 확 울고 나오거나 아니면 아예 확 웃는 게 괜찮더라고요. 시원하다고 해야 할까요. ‘부산행’ 볼 때 끝에서 얼마나 울었는데요(웃음). ‘신과함께’에서도 후반부 내용은 자연스러운 거지 감독이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 넣은 건 아니에요.

Q. ‘최고의 사랑’으로 연출에 도전했다. 감독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하게 됐나.

A. 사실 그전에도 감독님 마음을 이해한다고 생각했어요. 나름대로 감독님께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아니었어요(웃음). 연출을 해보니까 욕심이 하나씩 생기더라고요. 스태프의 중요성은 배우를 할 때와 감독할 때 확실히 차원이 달라요. ‘최고의 한방’을 할 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봐요. 그 이상은 제가 모르는 부분이에요. 한 가지 아쉬운 건 감독이 너무 생소해서 연기를 같이 했다는 점이에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물론 저에게 단독으로 오지 않고 호진이한테 기회가 와서 또 제안한다면 그땐 출연은 안하고 싶어요. 그리고 훨씬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배우 차태현에게 ‘신과함께’는 어떤 의미인가.

A. 저는 역할의 비중보다는 이런 작품에 함께 한다는 거, 감독님, 배우들과 함께 하는 것이 캐릭터보다 의미가 컸어요. 다른 영화보다 특히 잘 됐으면 좋겠어요. 처음 시도하는 것들이고 큰돈이 투자됐으니 그만큼 성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감히 말하는데 서로의 믿음이 없고 김용화 감독이 아니었으면 만들 수 없었을 거예요. 처음에 가이드 CG를 보는데 너무 말도 안됐어요. 어떻게 나올지 진짜 궁금했어요. 그러다가 부산에서 바이어에게 공개한 13분짜리 영상을 보고 걱정을 내려놨죠. 촬영 하면서도 감독님이 포인트를 아니까 믿고 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할 수 있는 건 김용화 감독밖에 없겠구나 싶었어요.

Q. 영화에서 자홍은 귀인이라고 불린다. 차태현에게 귀인은 누구인가.

A. 한명을 정하기 애매해요. 마누라라고 하려니 부모님이 걸리고(웃음). 그런 것보다 제가 지금껏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건 와이프의 역할이 엄청 크다고 생각해요. 제 주변엔 대부분 관계자라서 와이프가 가장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사람이에요. 그래서 의견을 굉장히 자주 물어봐요. 물론 다 따르진 않지만. 애도 오래 살다보니 흐려졌어요(웃음). 저는 평소에 대표나 운전해주는 친구 등에게 다 물어봐요. 절 아는 사람들이니 진짜 이야기를 해줘요. 그걸 많이 듣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제가 인맥이 넓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많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