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꾼’ 현빈, 새로움 찾아 묵묵히 전진하는 ‘바른 소신’
[NI인터뷰] ‘꾼’ 현빈, 새로움 찾아 묵묵히 전진하는 ‘바른 소신’
  • 승인 2017.11.2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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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이 올해 두 번의 변신에 성공했다. 780만명의 관객을 모은 ‘공조’에서 무뚝뚝하지만 의리 있는 북한 형사 철령을 연기한 현빈은 ‘꾼’에서 사기꾼을 속이는 사기꾼으로 분해 좀 더 가볍고 능청스러운 모습을 선보인다. 과거 ‘만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등을 통해 관객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면 최근 그는 한층 무게를 덜어내고 대중에게 다가서고 있다.

희대의 사기꾼을 잡기 위해 뭉친 사기꾼들의 팀플레이를 그린 영화 ‘꾼’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피라미드 사기 사건인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앞서 ‘마스터’가 조희팔 사건을 다룬 바 있고 금융사기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숱하게 개봉했다. 비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현빈은 기존의 영화와 진행방식부터 결론에 도달하는 지점이 다르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공조’의 성공으로 관객들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진 상황에서 그는 개봉을 앞두고 기분 좋은 떨림을 느끼고 있다.

“반전이 참 좋았어요. 시나리오가 재미있었고 복선이 깔려있어서 매력을 느꼈고. 그리고 지성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전사가 있잖아요. 명분이 확실해서 끌렸던 것 같아요. 다른 캐릭터도 재미있었고요. 제가 시나리오를 볼 때 느꼈던 반전의 재미나 캐릭터가 지닌 요소들의 재미를 관객이 온전히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해요.”

영화 속에서 현빈은 사기꾼을 속이는 사기꾼으로 등장하는 만큼 비주얼부터 연기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뽐낸다. 촬영 내내 ‘관객을 어떻게 잘 속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이어가던 그는 다양한 의상과 헤어스타일은 물론 특수분장까지 감행하며 과감히 변신했다. 그리고 변신은 과감하되 그 안에서 다른 배우들과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연기 톤은 튀지 않게 자연스러운 쪽으로 방향키를 잡았다.

“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의심을 받으면 안됐고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과 반응을 보고 다음 계획을 짜야하니까 튀지 않고 중심을 잡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영화 속에서 여러 상황이 벌어지잖아요. 능구렁이 같이 넘어갈 수 있는 유연함에 관해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촬영 할 때는 순차적으로 찍지 않으니 수위나 연기의 농도 조절 때문에 감독님과 상의했고 여러 방향으로 촬영했어요. 촬영 전부터 대사에 관해서 신경을 많이 썼어요. 지성의 대사에는 단순한 정보전달이 있고 흘리는 대사가 있고 어떤 대사는 나중에 힌트가 될 만한 것들이 있어서 어떤 식으로 톤을 처리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대사의 호흡들로 장난을 쳤다고 할까요.”

   
 

‘꾼’에서 현빈은 박희수 검사 역의 유지태와 공조와 대립을 오가며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유지태는 현빈에게 촬영에 도움이 될 만한 다큐멘터리 영화도 추천하며 적극적으로 도왔다. 현빈은 수개월 함께 호흡을 맞춰가며 배운 점이 많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연기를 계속하는 배우로서 그리고 이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게임이 안 되더라고요. 유지태 선배는 연기에 대한 열정도 워낙 큰데 감독도 하고 계시잖아요. 작품을 보는 시선이 두 가지인거죠. 시간만 나면 시나리오를 쓰고 뮤직비디오 감독도 하고. 지금은 드라마를 찍고 계시잖아요. 제가 하찮을 정도로 모든 것이 연기에 포커스가 맞춰있어요.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자극제가 된 것 같아요. 보면서 ‘나는 저렇게는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일단 저는 시나리오나 감독 욕심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분명 오래 남을 거 같아요. 저렇게 알아가 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해요.”

현빈은 바른 이미지를 소유한 배우다. 물론 이는 단순 이미지라기보다는 평소 모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드라마 ‘스크릿 가든’으로 절정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을 때도 결코 들뜨지 않았고 과감히 해병대를 선택했다. 인터뷰나 공식 석상에서도 항상 차분하고 신중하게 말을 이어간다. 신드롬과 같은 인기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던 건 답답할 정도로 현재보다 그 앞을 보는 성격덕분이다. 덕분에 그는 성패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서두르지 않았다.

“바른 이미지가 나쁜 건 아니니 싫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죠(웃음). 일부러 그렇게 행동을 안 한다고 바뀔 것 같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지금처럼 다른 장르의 작품을 통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죠. 예를 들면 ‘공조’를 할 때 ‘얘가 이렇게 액션을 해?’ 이런 말을 들었어요. 이런 게 작품을 통해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들이죠. 계속 다른 것들을 찾아나가야 새로운 것들이 생성되지 않을까요.”

   
 

계속해서 대중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걸어온 현빈은 올해 초 ‘공조’, 개봉을 앞둔 ‘꾼’ 이외에도 촬영을 마친 영화 ‘협상’과 촬영 중인 ‘창궐’이 내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것도 타이밍인 것 같아요. 보통 작품 끝나고 시나리오를 볼 때 마음에 드는 걸 바로 찾기가 쉽지 않아요. 이번에는 희한하게 눈에 바로 들어오고 하고 싶은 작품들이 계속 있었고 다행히 스케줄에도 큰 문제가 없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보다 군대 가기 전에 더 열심히 했죠.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 영화 ‘만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 할 때가 절정이었어요. 지나고 나서 생각이 드는 게 20대나 30대 초반에는 여운이 남는 작품이 좋았어요. 메시지를 전달하고 생각할 거리가 있는 작품이 눈에 더 들어왔던 것 같아요. 물론 당시에 이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어요. 지금도 ‘공조’, ‘꾼’, ‘협상’이나 ‘창궐’이 오락적인 요소들이 많이 있는 작품들인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지겨워서 선택한 건 아니에요. 다만 요즘 ‘관객 분들이나 시청자 분들도 두 시간동안 편하게 있고 싶지 않을까? 웃고 즐기고 싶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케이퍼 무비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상업적인 장르 중 하나다. 인기가 있는 만큼 많이 제작되고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식상함을 느끼기 쉽다. 현빈은 이에 관해 “다양한 소재를 접하면 좋은데 한계가 있다. 경제적인 게 가장 클 것이고. 그래서 결국 그 안에서 다른 걸 찾아내는 싸움인 것 같다”며 소신을 밝혔다. 끝으로 그는 올해를 마무리하는 소감과 함께 관객들이 ‘꾼’이 숨겨놓은 장치와 반전에 “속았다”라고 말해주길 바랐다.

“‘꾼’이 잘되면 저한테는 가장 좋은 마무리가 되겠죠. 그리고 내년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는 분명 ‘창궐’을 촬영하는 데 힘이 될 것 같아요. ‘창궐’을 무사히 마무리하는 게 걱정이에요. 맨몸 액션과 칼을 들고 하는 건 위험 수위가 달라요. 신경이 바짝 곤두서있죠. 드라마 계획은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할 의향이 있는데 아직 못 만났어요. 내년이 될 수도 있고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주)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