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침묵’ 박신혜 “잘 성장했다는 말, 들을 때마다 감사해”
[NI인터뷰] ‘침묵’ 박신혜 “잘 성장했다는 말, 들을 때마다 감사해”
  • 승인 2017.11.01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신혜가 데뷔 15년차를 맞이했다. 큰 눈을 지닌 작은 소녀는 어느덧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사랑을 받는 스타로 성장했다. 영화 ‘침묵’(감독 정지우)에서 박신혜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을 꺼냈다. ‘예쁜 배우’ 박신혜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강단 있는 모습으로 상대방을 추궁하고 고집스럽게 신념을 관철한다.

“시나리오도 받기 전에 감독님을 뵀어요. ‘닥터스’를 찍고 있는 상황에 미팅을 했는데 책을 수정 중이라고 하셨어요. 이후에 책을 받고 몇 차례 더 만났죠. 감독님의 전작을 봐서는 상상이 안 갔어요. 법정드라마를 어떻게 끌고 갈지 궁금했죠. 한편으로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데 뛰어나시다는 생각도 했어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 때 관객들의 반응도 궁금했어요. 제 입장에선 모든 결말을 알면서 연기하려니까 답답했어요. 제가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 중에 이렇게 답답한 게 있었나 싶었어요. 이런 답답함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부분이라 도전하게 됐어요.”

‘침묵’은 모든 걸 다 가진 남자 임태산(최민식 분)이 약혼녀이자 유명 가수인 유나(이하늬 분)가 살해당하고 용의자로 자신의 딸 임미라(이수경 분)가 지목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신혜가 연기한 최희정은 임미라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변호를 맡는다. 박신혜는 각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드라마에 매력을 느꼈고, 평소 존경하는 선배인 최민식과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최민식 선배님과의 호흡이 궁금했어요. 흔치 않은 기회인데 놓치면 또 올지도 모르고. 모든 분들이 인정하고 존경하는 선배님이시잖아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정지우 감독님의 현장도 궁금했고요. 어떻게 스토리를 풀어가고 배우를 이끌어 내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컸죠. 감독님 작품 중에는 개인적으로 ‘4등’을 좋아해요. 저는 평소에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강조하고 인지하고 다니는 편이에요. 가족은 가장 작은 사회인 거잖아요. 영화에서 보여주는 상황들이 너무나 현실적이었어요.”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상속자들’ 등 소위 ‘캔디형’ 여주인공으로 활약했던 박신혜는 어느새 기자,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여성을 연기하며 캐릭터 변화를 보여줬다. 이에 관해 박신혜는 이미지 변신이 목적이 아닌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런 콘텐츠의 변화라고 밝혔다.

“역할의 변화는 시대 변화와 흐름에 따른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종합병원 여의사가 낯설었잖아요. 지금은 전문직 여성이 늘어나다보니 그에 따른 소재가 다양하게 생기기 마련이죠. 자연스럽게 시대의 변화에 맞춰 콘텐츠가 생겨난 거라고 생각해요. 전문직 여성을 노렸다기보다는 저는 인물이 나누고자 하는 메시지를 봤어요. 그 메시지를 가진 직업이 의사, 변호사, 기자였던 거지 굳이 직업관을 생각해서 연기하진 않았어요.”

박신혜는 ‘침묵’의 최희정 캐릭터 역시 변호사라는 직업이 가진 이미지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인물이 놓인 상황과 인물 간의 관계에 집중했다. 그래서 극 중 희정은 각 인물을 대할 때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신문하는 장면을 보면 미라와 정승길(조한철 분)을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달라요. 미라를 대할 때는 변호사로서 접근하면 입을 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그 친구를 이해하면서 사건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인 거죠. 그리고 무죄를 밝혀야 하고요. 반면에 정승길을 대할 때는 정황을 포착하고 밀어붙여야겠다는 의지가 있어요. 임태산과의 관계는 머나먼 갑과 을의 관계예요. 대기업 회장이 대단한 변호사들을 두고 초짜인 본인을 선입했는지 의구심도 들지만 미라를 생각해서 열심히 임하는 거죠. 동성식과는 과거 인연이 있지만 검사 대 변호사로서 대해요. 각 인물의 관계들이 얽혀있는데 각자 임무가 있고 개성과 감정선이 살아있어요. 지금까지 작업하면서 이렇게 디테일하게 각 인물이 살아있는 현장은 정말 새로운 것 같아요.”

   
 

2003년 가수 이승환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한 박신혜는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의 아역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이후 다양한 드라마를 통해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스타로 발돋움한 박신혜는 ‘잘 자란 아역’의 대명사가 됐다. 그래서 박신혜는 최근 주목받는 아역들을 보면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운 감정이 함께 든다.

“잘 성장했다는 이야기 들을 때마다 너무 감사하죠. 저도 제가 신기해요. 이렇게 14년, 15년 할 거라 생각 못했어요. 늘 불안함이 있었어요. 새로운 얼굴은 언제나 나오고 너무나 다재다능한 친구들이 나오고. 그리고 서바이벌을 통해 양성된 친구들도 많잖아요. 내 자리가 없어지면 어쩌나 고민 했죠. 그런 고민을 안 할 수는 없어요. 남들이 저를 봐준 것처럼 저도 어려서부터 하는 친구들을 보면 뿌듯해요. 대단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더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일찍 가두는 건 아닐까 싶죠. 즐기기에도 충분한 나이일 텐데 직업으로 삼았을 때 나중에 밀려오는 후회들에 대한 걱정이 들어요. 저도 생각했던 부분이니까 잘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기사들을 보면 유정 양이나 소현 양이 대표적인 케이스잖아요. 진지희 양도 예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눈이 가더라고요. 저는 힘들 때 같은 배우들보다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고민을 많이 털어놨어요. 수업시간을 잘 못 채우고 가서 졸기도 했지만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친구들과의 교류를 나눴으면 좋겠어요. 물론 힘들겠죠. 저는 그걸 이겨낼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난 게 큰 행운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스타로 살아가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와 동시에 악플, 구설수, 인간관계로 숱한 상처도 받아왔다. 앞으로 배우로서 방향성과 개인의 삶이 궁금했지만 그녀는 굳이 배우와 개인의 삶을 구분 지으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올 것들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쌓아갈 뿐이다.

“배우의 삶이란 게 어떤 건지 궁금해요. 아직 답을 모르겠어요. 배우의 삶이 곧 제 삶이고, 잘 살아야지 배우로서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직업적인 부분 외에 많은 사람을 만나며 경험하고 여행, 봉사활동, 팬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걸 느껴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쌓이는 것들이 연기로도 표현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살 거야’라고 정의내리기 보다는 다가오는 것들에 대해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자는 생각이 있어요. 혼자 배낭여행을 다녀왔던 것도 좋았어요. 2년 전에 혼자 이태리 쪽에 3주 정도 머물다 왔어요. 대학생 친구들 만나서 맥주도 마시고 현지 분들과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 사진= 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