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희생부활자’ 곽경택 감독 “영화감독, 세상에게 가장 행복한 직업”
[NI인터뷰] ‘희생부활자’ 곽경택 감독 “영화감독, 세상에게 가장 행복한 직업”
  • 승인 2017.10.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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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이 ‘극비수사’ 이후 2년 만에 독특한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곽경택 감독의 신작 ‘희생부활자’는 7년 전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한 엄마가 살아 돌아와 자신의 아들을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영화는 억울하게 살해당한 사람들이 복수를 위해 돌아온다는 ‘희생부활자(RV: Resurrected Victims)’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다. 영화는 빠른 속도감으로 사건을 파헤치며 명확한 주제 의식을 드러낸다. 곽경택 감독은 비현실적인 소재를 택했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이전 작품들에서 그가 보여줬던 보편적이며 한국적인 정서에 닿아있다.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믹싱 때도 괜찮았는데 왜 꼭 완성된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들까요. 들어낸 것들이 많이 생각나요. 시나리오 쓸 때 분명 어떻게 찍고 붙일지 계산하는데 편집과정에서 어떤 시퀀스나 신을 들어내면 원래 계획한 이음새가 아니잖아요. 그래도 만족하는 부분은 배우들의 연기, ‘김해숙 선생님의 연기는 남아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래원씨나 선생님, 다른 연기자분들이 열심히 해준 건 남아있어요.”

‘희생부활자’에서 김래원과 김해숙은 세 번째 모자연기를 펼친다. 영화 ‘해바라기’의 이미지가 강한 탓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감독은 엄마 역으로 김해숙 외에 대안이 없을 정도로 신뢰가 컸다.

“부담감이 있었어요. 래원씨가 먼저 확정되고 선생님을 캐스팅했는데 걱정이 있었죠. 그런데 ‘선생님 밖에 못하겠다’는 생각이 걱정을 이긴 거죠. 래원이도 굉장히 어려운 연기예요. 계속 당황하고 놀라고 헷갈려 하는 연기죠. 하루는 고시합격해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장면을 촬영하는 날인데 오전부터 친구역인 배우들과 엄청 연습하고 있는 거예요. 한 테이크인데 왜 저렇게 연습하나 싶었는데 래원이가 ‘웃는 장면이 하나 밖에 없잖아요’라는 거예요. 그래서 미안하더라고요. 엄마는 여러 모습이 나오잖아요. 이기적인 모성애도 나와야하고 감정을 배제한 복수의 화신이 되기도 하고 희생밖에 없는 어머니의 모습도 나오죠. 선생님이 그런 모습을 잘 해주셔서 굉장히 좋았습니다.”

   
 

‘희생부활자’의 러닝타임은 91분이다. 요즘 영화들의 러닝타임이 120분 내외인 것과 비교해 30분가량 짧다. 곽경택 감독은 모티브가 된 원작 소설 ‘종료되었습니다’가 가진 몰입감과 빠른 전개를 위해 과감히 편집과정을 거치며 지금의 ‘희생부활자’를 만들어냈다.

“편집한 부분들이 많아지면서 러닝타임이 줄었어요. 처음에는 RV와 모자간의 정 외에도 RV라는 것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한강에서 누가 죽어도 신경 안 쓰는 부분이나 검찰, 경찰, 국정원 세 수사기관의 부딪힘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과학적인 부분을 욕심냈는데 모니터 시사를 하고 보니 관객에게 어렵게 다가가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이 소설의 원작을 읽었을 때 몰입감과 스피드만 남기고 편집하다보니 영화가 짧아졌죠.”

RV라는 새로운 존재의 표현방식에 있어 곽경택 감독은 서양의 좀비와 동양의 귀신사이에서 고민했다. 감독은 RV가 등장하게 된 이유인 ‘한’에 주목해 중심 이미지를 구축했다.

“저는 좀비 세대가 아니라 ‘전설의 고향’ 세대예요. 그래서 좀비는 좋아하지도 않고 잘 몰라요. 원작에서는 RV라고 새롭게 포장했죠. 이 RV를 서양의 좀비와 동양의 귀신 중 어떤 방향으로 표현할지 고민했는데 죽은 사람이 되살아난 이유는 ‘한’인 거예요. 그러면 귀신의 느낌으로 포지셔닝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여자 꼬마에게 그런 느낌을 줬고, 채내발화나 비와 상반되는 불의 이미지 등을 결합했어요.”

영화에는 유독 비가 많이 나온다. 비는 영화의 어두운 톤을 유지하는 동시에 RV의 등장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영화 전개상 편집됐지만 물은 생명과도 밀접한 상징으로 표현된다.

“RV가 맑은 날 코엑스에 나타나면 이상할 것 같아요(웃음). 비주얼적인 조건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생명체의 근원은 물이에요. 과학자들이 다른 행성을 탐구할 때 물의 존재부터 찾아요. 다시 생명을 얻는 다면 물의 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비를 설정했고, 비가 오면 맑을 때 전달되는 소리와도 다르잖아요. 또, 비가 주는 공간을 메우는 느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구축하게 됐죠. 고생은 했는데 특별히 문제는 없었어요. 일기예보가 오락가락했어요. 해가 비추면 비를 못 내려요. 가끔 다른 작품은 그렇게 찍는 경우도 보이던데 너무 성의 없어 보여요. 가짜 비를 내려도 흐린 날 내리거나 그늘에서라도 내려야죠.”

   
 

‘희생부활자’에서 김민준은 조선족 범죄자로 등장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곽경택 감독은 최근 영화에서 중국동포(조선족)가 반복적으로 범죄자로 묘사되는 상황에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표하며 기꺼이 출연에 응해준 김민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좀 미안하죠. 이미 선택한 입장에서 핑계지만 차이나타운이 갖고 있는 이질감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김민준에 관해 말씀드리면 과거 영화 ‘사랑’을 할 때 민준이 쪽에서 연락이 왔었어요. 단역이라도 좋으니 제 작품을 하고 싶다고. 그래서 치권이라고 나쁜 놈 역이 있는데 괜찮으냐고 물으니 하겠다고 했어요. 만족스러웠죠. 이번에는 주연도 몇 차례 한 배우에게 조단역을 부탁하기 미안했어요. 그런데 래원이와 육체적으로 맞붙는 상대인데 덩치도 있어야하고 인지도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고민하다가 민준이 촬영현장을 찾아가서 ‘조선족판 치권’을 해주면 안 되겠냐고 말을 꺼냈죠. 재미있겠다며 흔쾌히 수락했고 즐겁게 찍었어요. 워낙 현장에서 매너가 좋고 유쾌한 친구예요. 비가 막 내리고 빨간 팬티만 입고 뛰는데 저게 뭔가 싶기도 하고(웃음). 수위조절에 신경 썼죠.”

곽경택 감독은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20년간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감독 중 하나다. 20년이라는 시간 속에는 개인적인 어려움과 경제적인 문제 등 굴곡이 있었다. ‘친구’가 흥행했던 당시는 조폭과 연관됐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곽경택 감독은 “실패는 친구로 생각해야지 실패를 무서워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실패할 각오를 하고 벗어나보려고 열심히 달려가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상업적인 면에서 훨씬 잘나가는 감독도 있었을 텐데 지금 또래 감독들이 얼마 안 남았다. 아직 남아있는 감독들은 실패의 두려움이 남들보다 덜한 것 같다”고 말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곽경택 감독은 끝으로 영화감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남겼다.

“세상에게 가장 행복한 직업을 한다는데 말릴 이유는 없죠. 최고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누구든 하는 건 좋지만 대신 ‘폼’으로 하지 않았으면 해요. 제가 공부하던 시절에도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많은 애들이 있었어요. 이건 일이고 팀워크가 필요한 작업이에요. 팀원이 되기도 하고 설득을 하고 이끌고 감내할 것들이 있는데 마냥 멋있는 것만 생각하면 백전백패예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 사진= 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