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②] ‘브이아이피’ 장동건 “20대 땐 상상도 못하던 40대, 겪어보니 좋아”
[인터뷰 ②] ‘브이아이피’ 장동건 “20대 땐 상상도 못하던 40대, 겪어보니 좋아”
  • 승인 2017.08.24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흥행에 목마르죠. 예전에는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과했어요. 그게 관객들에게 불편하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즐거워야 관객들에게도 전달되지 않을까요.”

1992년 MBC 공채 탤런트로 배우를 시작한 장동건은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 ‘마지막 승부’을 통해 청춘스타로 도약했다. 이후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친구’ 등을 통해 영화배우로서 성공가도를 걸었고, ‘태극기 휘날리며’로 천만 배우에 등극했다. 한국영화 전성기를 이끌던 그는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진출하며 한국 배우의 저변을 넓혔다. 하지만 커져가는 규모와 달리 부진을 겪었다. 아쉬운 흥행 성적과 함께 연기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앞선 때도 있었고 연기에 흥미를 잃어가며 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몇 년의 부진을 겪고 장동건은 여유를 찾았다. 그는 다시 현장을 즐길 수 있었고, 대중을 대하는 자세에도 유머 한 스푼을 더했다.

장동건이 영화 ‘브이아이피’로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박훈정 감독의 차기작 ‘브이아이피’는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영화다. 장동건은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이종석 분)을 보호하고 사건을 은폐하려는 국정원 요원 박재혁으로 분했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Q. 항상 바른 이미지가 있다. 배우 이전에는 어땠나.

크게 반항한 적 없어요.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부분은 박재혁 캐릭터와 비슷하죠. 가출도 안 해봤고 필요성도 못 느꼈어요. 어찌 보면 현실적이었을 수도 있어요. 삼수를 하던 시기에는 암울했어요. 노량진 시장은 생각하기도 싫죠. 그래서 운전면허 붙었을 때 기쁘더라고요(웃음). 내적으론 평온하지 않았지만 어긋나지 않았던 건 부모님의 영향일 수도 있어요. 부유하진 않지만 따뜻한 가정에서 자랐어요. 그런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 자체가 큰 가르침이었어요. 큰 아이가 8살인데 그 아이를 보면서 제 8살을 떠올려요. 저는 7살부터는 기억이 많이 나요. 제 아이도 지금 제 모습들을 기억하겠다는 생각이 드니 조심스러워요. 평화로운 가정을 보여주는 게 큰 가치가 아닐까 싶어요.

Q. 청춘스타로 시작해 어느덧 40대 중반이 됐다.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나이 먹는 두려움을 없애주신 것도 아버지세요. 제가 20대에 한창 친구를 만나고 다닐 때 아버지께서 “네가 나보다 재미있게 사는 것 같지?”라고 말씀하셨어요. 아버지는 저와 달리 외향적이고 장군스타일이세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나이를 먹으니까 그 나이에 맞는 새로운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20대일 때는 40대 중반이 상상이 안 됐어요. 그런데 막상 되어보니 좋아요. 예전에 재미있던 것들이 흥미를 잃기도 하고 새로운 재미도 생기고요.

Q. 요즘 새로운 즐거움이 있다면 육아인가.

아이를 키우는 건 재미가 반 고단함이 반이에요. 다른 부모도 마찬가지겠지만 8살 정도 되면 귀여움이 조금 사라지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이때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선배들 이야기 들어보면 조금 지나면 놀자고 해도 안 논다고 하더라고요. 완전 어릴 때보다 8살은 나름 놀아주는 재미도 있어요. 이야기도 통하고 큰 애와 둘이 외출하면 뿌듯하기도 하고요.

   
 

Q. 본인이 생각하기에 좋은 남편인가.

저는 그런 것 같은데 상대방은 모르겠어요(웃음). 많이 맞춰주려고 하는데 상대 입장에선 다르게 생각하는 것도 이해해요. 저는 최대한 안 싸우려고 노력해요. 그런 경우 이겨도 이기는 게 아니더라고요. 다툼에서 승리하면 그 다음이 더 힘드니 지는 게 이기는 거라 생각하죠.

Q. 고소영의 녹색어머니회 참여가 화제가 됐다. 또래 아이들이 알아보나.

요즘에 학교를 가면 알아보는 애들도 있고 주위로 모이기도 해요. 그런데 문득 제 작품을 봤을까 궁금해서 물어보면 본 게 없더라고요(웃음). 우디 앨런의 영화 중에 갑자기 유명해진 주인공을 두고 사람들이 왜 유명한지 묻는 장면이 있어요. 거기서 한 사람이 ‘유명한 걸로 유명’하다고 말해요. 그 대사가 인상적이었어요. 아이들이 제 작품을 보지 않고도 저를 알아보는 모습을 보니 겹치더라고요. 오랜 기간 활동을 해서 어딜 가도 저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하지만 정작 제 작품을 봤는가 보면 그렇지 않아요.

Q. 차기작으로 ‘창궐’ 촬영을 앞두고 있다. 사극 영화로는 처음이다.

사극도 처음이고 대놓고 악역이에요. 시나리오를 보고 처음에 마블 영화 같았어요.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재미있더라고요. 예전이면 선택을 못했을 수 있는데 관점이 바뀌니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현빈씨랑 함께 하니까요(웃음). 한복을 입는 모습이 어떨까 싶은데 테스트 촬영해보니 괜찮았어요. 예전에는 한복 입으면 외국인 배우가 한복 입은 것처럼 그렇게 안 어울렸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꽤 어울리는 것 같아요(웃음).

Q. ‘브이아이피’에 앞서 ‘7년의 밤’을 촬영했다. 미뤄지다 올해 개봉 예정이다.

‘7년의 밤’은 배우 개인으로서는 여한이 없는 작품이에요. 정말로 연기로 욕을 먹든 흥행참패를 하든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아쉬울 것 없이 다 했어요. 한계도 느껴봤고 극복도 했다고 생각해요. 그전까지 슬럼프였어요. 연기가 재미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어요. ‘7년의 밤’을 통해 다시 예전의 느낌을 찾기 시작했어요. 한 장면을 두고 정말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요. 촬영 기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게 다양한 버전의 감정으로 촬영했어요. 그에 따라 다음 신도 맞춰가며 여러 버전으로 찍고요. 굉장히 고단하고 불편할 수 있는데 당시 저의 니즈와도 맞아서 기꺼이 작업했죠.

   
 

Q. 인터뷰도 그렇고 대중을 대하는 자세가 이전보다 한층 편해진 모습이다.

이번에는 사실 동료 배우와 함께 나오니 편해진 것 같고 농담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김명민씨가 분위기를 잘 잡아주죠. 실제로 예전에는 많이 경직되어 있었어요. 작품도 무거운 분위기가 많아서 편하게 농담을 하면 혹여나 같이 만든 분들에게 결례가 아닐까 싶었죠. 이제는 전체적으로 받아주는 분위기 같아서 마음먹고 농담하기도 해요.

Q. 배우로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가.

예전에는 거창하게 말했는데 지금은 오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가 재미없어지는 순간을 겪고 너무 잘하려고 집착했던 시기를 보내고 나니 즐겁게 해야 오래 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오랫동안 즐겁게 하고 싶어요. 연기하는 게 진짜 소중한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편안하게 임하고 싶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