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산범’ 염정아 “울고 울고 또 울고” 공포 속에 담긴 절실한 모성애
[인터뷰] ‘장산범’ 염정아 “울고 울고 또 울고” 공포 속에 담긴 절실한 모성애
  • 승인 2017.08.17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염정아가 ‘카트’ 이후 3년 만에 스릴러 ‘장산범’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스릴러로 치면 ‘장화 홍련’ 이후 14년 만이다. ‘숨바꼭질’을 연출한 허정 감독의 차기 스릴러인 ‘장산범’은 목소리를 흉내 내는 장산범을 둘러싸고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올 여름 한국 영화 중 유일한 스릴러 공포물이자 여성을 원톱으로 내세워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랜만에 스릴러로 복귀한 염정아는 강하다 못해 조금은 뒤틀린 듯한 모성애를 지닌 희연을 연기했다. 염정아는 장르적 특색보다는 시나리오가 가진 힘과 드라마에 끌려 작품을 선택했다.

“겁이 많은데 제가 찍은 걸 보는 건 내용을 알아서 덜 무서워요. 공포 부분은 제가 상상만으로 찍었잖아요. 글로만 읽었는데 막상 영화로 보니까 잘 살리셨더라고요. 드라마는 제가 알고 있고 연기한 부분인데 밸런스를 잘 맞춰주신 것 같아요. 희연의 드라마가 많이 와 닿아서 많이 울었어요. 초반부터 희연의 감정상태는 이미 힘든 상황이고 끝까지 몰고 가는데 마지막 선택도 공감이 많이 갔어요. 그러면서 너무 슬펐어요. 책보면서 울고 현장에서도 많이 울었고 영화를 보면서도 울었어요.”

   
 

‘장산범’에서 허정 감독은 낯선 이에게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포커스를 맞췄다. 영화는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생각하고 안전하게 여기는 가족의 목소리가 공포로 작용한다. 영상과 사운드를 함께 즐기는 관객과 달리 현장에서 배우들은 소리를 상상하며 촬영해야 했다. 염정아는 조감독의 신호에 맞춰 소리를 상상하며 연기했다. 그녀는 감정이 가장 고조되는 동굴 장면에서는 이어폰을 통해 준비된 소리를 들으며 연기에 몰입했다.

“동굴 장면은 아이 목소리 없이는 자신이 없었어요. 거의 마지막 촬영이라 감정이 쌓인 것도 있고 준비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걷잡을 수 없이 힘들더라고요. 테이크를 몇 번 반복했는데 계속 슬프더라고요”

염정아는 캐릭터의 중심에는 모성애와 죄책감이 공존한다고 판단했다. 염정아는 자신이 연기한 희연을 겉으론 평범한 생활을 하지만 속은 많이 아프고 예민한 사람으로 여기며 연민을 가졌다.

“희연은 아이를 잃어버린 일에서 나오지 못한지 5년이 됐어요. 남편은 이제 그만 놓아주라고 하는데 도저히 그럴 수 없죠.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인 여자가 약을 먹으면서 버티는데 그녀 앞에서 한 여자아이가 나타나요. 희연은 그 아이에게서 잃어버린 아들 준서를 본 거죠. 자연스럽게 여자애를 내 아이 품듯이 품어요. 아이의 정체를 의심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버릴 수 없는 준서 같은 존재로 느끼는 것 같아요. 책을 읽을 때부터 희연의 선택이 맞는 거라 생각했고 너무 슬펐어요. 캐릭터에 이입하는데 있어서 제 개인의 생활은 개입하지 않아요. 그러면 더 헷갈리고 온전히 인물에 못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책을 반복해서 많이 읽으면서 인물에 들어가려고 했어요.”

올 여름 다양한 영화들이 극장가에 걸렸지만 여성이 원톱으로 활약하는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염정아는 여성이 전면으로 나서는 영화가 잘 돼서 다양한 작품들이 이어지길 바랐다.

“책임감을 느껴야할 것 같은데 일단 제 선을 떠났어요. 저는 열심히 촬영했고 남은 건 관객 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하는 거죠. 언제부터 영화에서 여자 캐릭터가 적어졌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나이가 먹어서 제 나이에 할 게 없는 건지도 모르죠. 공통적으로 여배우들을 만나서 하는 이야기가 ‘할 게 없어요’라는 말이었어요.”

   
 

염정아는 올해 초 아티스트컴퍼니로 새롭게 소속사를 옮겼다. 배우 정우성이 대표로 있는 아티스트컴퍼니는 이정재, 하정우, 고아라, 김의성, 배성우, 고아성 등 다양한 배우들이 속해있다. 하정우의 소개로 소속사에 들어가게 된 염정아는 최근 여배우들끼리 모임을 가진 적 있다며 소속사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스태프 시사할 때 소속사 배우들이 다 왔어요. 영화 보고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재미있게 봤다며 박수쳐줘서 기분 좋았어요. 이정재, 정우성씨와 작품을 같이 한 적은 없지만 앞으로 할 작품에 대해서 의논해요. 배우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연기적인 부분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럴 때 기분이 너무 좋아요. ‘말이 통하는 매니지먼트 사장님이 계시네’ 이러면서요(웃음).”

영화 속 희연이 두 아이의 엄마였듯이 염정아도 현재 두 아이를 둔 학부모다. 현장에선 데뷔한지 26년이 된 배우지만 쉬는 동안은 학교 행사도 적극적으로 참석하며 육아에 몰입한다.

“아이도 제가 연기하는 사람이라는 건 잘 알고 있어요. 방학식날 단체로 애니메이션을 보러 극장에 갔는데 ‘장산범’ 예고가 나오니까 반 친구들이 다들 소리쳐서 얼굴이 너무 화끈거렸어요. 아이들이 제가 나온 작품도 봤어요. ‘카트’는 보고 많이 울었어요. 괜히 보여줬나 싶기도 했죠. 아저씨들한테 밀치는 당하는 걸 보니까 마음 아파하더라고요. 아직은 영화 속 캐릭터라 생각하기보다는 엄마라고 생각해요.”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염정아는 ‘장산범’이 흥행하고 좋은 차기작을 만나길 고대했다. 그러면서도 다시 아이의 개학이 돌아온다며 개인적인 고민을 토로해 웃음을 남겼다.

“‘장산범’이 잘 되길 바라고 좋은 작품을 빨리 만나고 싶어요. 딱히 무언가 정하지는 않았지만 편한 연기, 생활에 발붙이는 연기가 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개학이 다가오고 있어서 스케줄을 짜야 돼요. 선생님도 만나 봬야죠. 연기와 육아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지만 하고 싶어도 못하는 분들도 있으니 감사히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철이 들면 아이들이 엄마가 이렇게 노력했다는 걸 알아줘야 할 텐데 말이죠(웃음).”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하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