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년경찰’ 박서준 “대표작 원하기 보단 하얀색에 가까운 배우 되고 싶어”
[인터뷰] ‘청년경찰’ 박서준 “대표작 원하기 보단 하얀색에 가까운 배우 되고 싶어”
  • 승인 2017.08.09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서준이 제철을 만났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현실 로맨스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박서준이 곧바로 스크린 공략에 나섰다. 눈앞에서 목격한 납치사건에 휘말린 두 경찰대생의 이야기를 그린 ‘청년경찰’에서 박서준은 의욕충만 경찰대생 기준으로 분했다.

‘청년경찰’에서 박서준은 강하늘과 함께 극강의 케미를 선보인다. 거침없이 망가지며 폭소를 자아내는가 하면 진정성 있는 고민과 과감한 행동으로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연이은 두 작품에서 그는 이 시대 청춘의 모습을 유쾌하게 풀어가며 건강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다소 늦은 데뷔 후 빠르게 성장한 그는 최고의 인기를 즐길 법도 한데 들뜨지 않고 중심을 잡았다. 또래 배우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군대 역시 이미 해결된 상황. 모든 시기가 좋은 지금, 브라운관에 이어 스크린에서도 본격적으로 그의 이름을 새길 차례다.

   
 

Q. 강하늘과 호흡이 돋보인다. 촬영하면서 웃음 때문에 NG가 많이 났다고.

찍으면서 너무 웃겼어요. 예를 들면 기준이 희열에게 클럽에 가기 전에 ‘조금만 더 웃어봐. 이빨 되게 많다’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찍으면서 매 순간 너무 웃겼어요. 감독님이 저희를 캐스팅하면서 이미지를 많이 찾아보셨어요. 하늘이가 웃을 때 이가 많이 보여서 그런 대사를 생각하시더라고요. 저희에 대해 관찰을 많이 하셨어요.

Q. 강하늘의 인상은 어땠나.

하늘이는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배우예요. 워낙 미담이 많은 바른 청년인데 반면 저는 낯을 가려요. 시크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낯을 가리고 무표정일 때가 많아요. 무표정이라도 생각은 다 하고 있어요(웃음). 하늘이를 처음 만났을 때 곧바로 게임하러 갔어요. e스포츠로 두뇌를 자극했죠. 많은 패배가 있었어요. 그래서 영화에서 성공하자고 했죠.

Q. 드라마에 비해 영화에서 활동은 적다. 주연으로서 부담은 없었나.

부담감은 생각보다 안 느껴졌어요. 요즘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이 많이 다르지 않아요. 드라마도 영화 장비를 많이 쓰고요. 물론 호흡에 있어서 차이는 있죠. 그래도 특별히 이질감은 없어서 촬영할 때 부담감은 벗었어요. 현장을 즐거웠어요. 다만 언론시사회처럼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서 무대에 올라 영화를 보여주고 이야기하는 건 심판대에 오른 기분이었어요. 결과에 대한 건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면 이후는 제 능력 밖인 것 같아요.

   
 

Q. ‘청년경찰’이 박서준의 영화 대표작이 될까.

대표작이나 인생작이라는 말은 이미지의 표본이 되는 것 같아서 좀 부담스러워요. 결과가 좋은 작품이 누군가가 봤을 때 그 배우의 대표작일 수 있지만 좋은 수식어는 아닌 것 같아요.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이라도 굳어지는 건 걱정돼요.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는 좋아하는 가수의 음색과 톤이 좋아서 듣지만 배우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여러 캐릭터와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서 하얀색에 가까워야 하지 않나 싶어요.

Q. 영화는 유쾌하게 흘러가지만 사건은 결코 가볍지 않다.

심각한 상황을 다루는데 있어서 심각하게 표현하기보다 둘의 호흡에 집중했어요.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이십대초반 학생 같은 모습으로 위트 있게 풀어낸 것 같아요. 뒤로 갈수록 두 사람의 캐릭터가 혼재되는 건 서로 다른 성격이지만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하는 감독님의 정확한 생각이 있었어요.

Q. 클럽에 놀러가는 장면에서 사람들이 돈 없는 경찰대생을 무시한다. 20대 청년들의 아픔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비슷한 경험은 있어요. 24살 때 옥타곤 클럽이 한창 ‘핫’했어요. 전역하고 아는 분들이 초대해서 갔어요. 제가 알기론 테이블 하나 잡는데 돈이 많이 드는데 좋은 옷 입고 테이블에서 편히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까 이질감이 느껴졌어요. 이번에 촬영하면서 그때 생각이 잠깐 났어요. 보편적으로 한국에서 대학교에 군대, 대학원까지 다녀오면 29살쯤 취직하는데 월급 받아야 그때 돈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영화 속 대사들이 속을 많이 찌르더라고요.

   
 

Q. 영화 속 연기가 실제 그 나이 청년을 보는 듯 굉장히 자연스럽다.

저는 ‘나 연기한다’라고 외치는 연기는 정말 싫어해요. 되게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을 하는 사람인데 공감되지 않는 톤으로 연기하는 건 동의하지 못해요. 다만 특별한 설정을 갖는 인물이라면 특별한 톤이 만들어질 수는 있죠.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라서 현실에 가깝게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사를 한다는 느낌보다 대화를 한다는 느낌이 중요했어요. 실제 20대 초반의 저도 다를 바 없어요. 대학교 기숙생활했어요. 옷에 관심이 많은데 현실은 용돈을 받아 생활하니 비싼 옷을 살 수 없잖아요. 그래서 같은 티셔츠라도 천원이라도 싸게 파는 곳을 찾아서 사고 그랬어요.

Q. 캐릭터와 자신을 비교하자면.

기준과 같은 나이 때 저와 비교하자면 다른 게 더 많아요. 그 당시 저는 낯가림이 심하고 소극적이었어요. 연기하고 무대에 오르는 건 전혀 문제없는데 일상 생활할 때 좀 그랬어요. 영화 속 기준은 쾌활하고 상남자잖아요. 그때의 저는 정반대였어요. 지금의 변화한 저라서 기준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좀 더 여유가 생가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나 태도가 달라졌어요. 아직도 소극적인 부분이 남아있지만 받아들이니까 편해요.

   
 

Q. 영화를 보면 기준의 액션이 뒤로 갈수록 성장하고 완성되어 간다.

동작의 디테일이었죠. 첫 액션을 보면 유도 동작은 있지만 대부분 밀치는 게 많아요. 그게 현실적이에요. 이후에는 기구도 사용하고 다져진 동작도 나오죠. 서로 안 다치는 게 중요했어요. 리얼하게 보이면서 안 다치는 게 쉽지 않아요. 정확히 합을 숙지해야 하고 긴장도 많이 하고. 다칠까봐 배려하다 보면 잘 안돼요. 그래서 여러 번 촬영했어요.

Q. 이번에도 근육질 몸매를 공개했다. 평소 몸 관리는 어떻게 하나.

웨이트트레이닝을 8년 째 하고 있어요. 그전에는 70kg을 유지하다가 ‘쌈 마이웨이’를 하면서 76kg으로 올렸어요. 지금은 80kg까지 불릴 생각이에요. ‘청년경찰’을 할 때는 사이즈를 키우면 기준이 운동선수 출신처럼 보일 것 같아서 조절했죠. 지금은 체급을 올려서 스스로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어요. 다른 모습으로 다른 캐릭터를 소화하면 어떤 재미가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Q. ‘청년경찰’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

판타지로 느낄 수도 있는데 용기를 가져야 된다는 이야기 같아요. 저도 생각해보면 연기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때 용기 있게 저에 관해 표현하는 게 힘들었어요.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대답 잘하는 게 겸손이라 생각했는데 정작 상대방은 저에 대해 모른 채 끝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사람을 대할 때 제 이야기도 먼저 하면서 용기를 갖게 됐어요. ‘청년경찰’에서 이 학생들은 사건을 접하고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용기 있는 선택이잖아요. 그런 선택들이 미래를 바꾸는 것 같아요. 사실 영화에서 기준과 희열은 딱히 경찰이 되겠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었어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아직 꿈이 없는 친구도 있고요. 과감한 선택을 해야만 미래도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저도 소심한 성격으로 배우를 시작한 것도, 지금까지 포기 하지 않은 것도 과감한 선택이었어요. 오디션에 계속 떨어지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이를 버티고 이겨낸 게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저에게 과감한 선택이죠.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