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택시운전사’ 토마스 크레취만 “5.18 광주민주화 운동, 알려져야 하는 이야기”
[인터뷰] ‘택시운전사’ 토마스 크레취만 “5.18 광주민주화 운동, 알려져야 하는 이야기”
  • 승인 2017.07.26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와 호흡을 맞춘 토마스 크레취만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피아니스트’, ‘작전명 발키리’,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이 장훈 감독이 연출한 ‘택시운전사’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 영화에 출연했다. 오는 8월 2일 개봉하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한복판에 있었던 서울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 분)과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인터뷰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토마스 크레취만은 유쾌한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이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대부분이 모르고 있다며 안타까워하고 지난여름 한국의 더위 때문에 고생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촬영 내내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한국 배우, 감독과 눈빛으로 대화했다는 토마스 크레취만은 영화가 가진 진심을 여전히 지니고 있었다.

Q. 본인이 생각대로 캐릭터가 나왔나.

A. 영화는 잘 나왔지만 내 연기가 만족스러운가를 따지면 부족하다. 내 연기를 보는 건 힘들다. 이는 자동응답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남겼을 때의 느낌과 같다. 작품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한다.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이야기는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얼마나 알려졌는지 모르겠지만 세계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세계적으로 알려져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장훈 감독님과 작업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전 세계 감독과 수많은 작품을 했는데 ‘페이보릿(favorite)’ 감독이다. 감동을 줬고 놀라게 했다. 한국배우와 일하는 것도 매우 보람찼다. 특히 송강호씨는 판타스틱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감정 전환이 매우 순간적이었다. 재미있다가 진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굉장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Q. 광주민주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A. 사전에는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몰랐다. 듣고 매우 놀랐다. 특별히 더 알고 싶어서 장훈 감독에게 물어봤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가장 놀란 건 나도 몰랐고 주변에 아무도 몰랐다는 거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시아 외에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놀라웠다. 자료요청을 해서 일부 다큐멘터리를 받았는데 자료가 많지 않았다. 장훈 감독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작업하면서 가까워졌는데 안정감을 주고 연기에 필요한 영감도 줬다. 영화에서 중요한 것들이 뭔지 알게 됐다. 최대한 자료를 찾아서 공부하려고 했는데 세계적으로 많은 자료나 나와 있는 것 같지 않다. 자료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어떤 작품을 준비하는 특별한 규칙이 있진 않다. 어떨 때는 준비를 많이 하고 어떨 땐 전혀 안한다. 최대한 직관적으로 임하려고 하는 편이다. 이번에는 대본이 스토리를 충분히 전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리서치 이후에는 장훈 감독을 믿고 따랐다.

매소드 배우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나는 아니다. 솔직히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세트에서 자연스러운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반응하며 연기하려고 한다. 그래서 때로는 리허설도 안하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Q. 한국에서 처음 연기했는데 낯선 땅이고 당시 날씨가 더웠다. 어려움은 없었나.

A. 복합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작년에 매우 더웠다. 촬영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무더위에서 생존하는 것이 어려웠다. 언어의 장벽도 무시 못했다. 현장에 통역사를 대동했는데 감독과 배우 대부분이 영어를 하지 못했다. 나 때문에 흐름이 끊기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보통 연기를 할 때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감을 잡아간다. 그것을 못 듣게 되면서 그런 것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했는지 새롭게 깨닫게 됐다. 모든 사람이 이야기하고 나에게 브리핑해야 돼서 촬영이 지연되는 것 같아 죄송스런 마음도 있었다. 심리적인 관점에서도 좋지 못한 환경이었다. 문제아처럼 느껴졌다. ‘이거 괜찮아?’, ‘저거 괜찮아?’라고 물어보니 3살짜리 아이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Q. 출연을 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궁금하다. 실존인물을 연기하면서 어떤 부분을 주안점으로 뒀나.

A. 대본을 읽자마자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작품을 결정할 때 보통 세 가지 변수가 있다. 감독, 배우, 대본이다. 나머지는 알아서 해결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에서 체험은 상당히 이국적이었다. 촬영 끝날 때까지 적응 못하고 돌아갔다. 나는 외국인 전문 배우라서 해외에서 많이 촬영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며칠 지나면 적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적응하지 못했다(웃음).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언어와 음식의 문제도 있었고 이동하는 것이 많았다. 촬영보다는 고속도로에서 이동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이런 여정과 여행이 계속되면서 세트에서 서로 의사소통하는 에너지가 소모됐다. 환경에 적응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됐다. 이국적인 것에 잘 적응하는 편인데 한국은 계속 이국적으로 남아있다(웃음). 이제는 잘 알았으니 다음에는 한국에서 더 잘할 것 같다.

Q. 배우들과 언어가 아닌 눈빛으로 통했던 순간은 없나.

A. 그 방법만이 유일했다, 의사소통을 단순화 할 수 있는 것이 그 방법 밖에 없었다. 장훈 감독과 의사소통하면서 감독이 이야기할 때는 끝까지 듣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원래 바로바로 말하는 게 내 스타일인데 언어적 장벽으로 그러지 못해 아쉽지만 눈빛과 보디랭귀지로 90%정도 통했다. 실제로 송강호 배우와는 손짓과 눈빛으로 대부분을 의사소통했다.

   
 

Q. 실존인물은 만나 봤나. 캐릭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A. 영화 준비하는 과정에 위르겐 힌츠페터가 돌아가셔서 만나볼 수 없었다. 기회가 있다면 만나고 싶었다. 그 분도 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한 배우로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하는 걸 꺼려하고 조심스러워 한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받아가는 메시지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받은 메시지는 위르겐은 진리를 표현하려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이를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

Q. 캐릭터 적인 측면에서 아쉬움은 없나.

A. 극 중 캐릭터에 아쉬운 점은 특별히 없다. 장훈 감독이 실질적으로 캐릭터를 잘 만들어줬다. 혹 만족스럽지 않은 점이 있다면 이해할 수 있게 잘 설명해줬다. 다른 아이디어가 있으면 내가 장훈 감독을 설득하며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었다. 대본과 감독의 비전과 배우의 아이디어가 합쳐져 만족스러운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이 자리에 없었을 거고 영화가 잘 나오지 않았을 거다. 이렇게 말씀 드렸지만 내 연기에 대만족은 아니다. 자체적 판단을 포기한지 오래다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Q. 현장에서 박찬욱 감독 만났다고 들었다.

A. 인생과 사진 촬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메라가 라이카Q인데 그도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박찬욱 감독의 빅 팬이다. ‘스토커’를 보면 화면이 판타스틱하고 아름답다. 팬으로서 다음 작품에 나 같은 배우를 쓸지 관심이 있는지 찔러보기도 했다(웃음).

Q. 많은 감독과 다양한 작품을 했는데 좋아하는 감독을 뽑자면.

A. 어떤 감독을 언급하면 다른 감독을 언급하지 않아 서운할 것 같아 조심스럽다.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준 감독은 로만 폴라스키 감독이다. 그 작품(‘피아니스트’)을 통해 매우 가까워졌고 많이 성장했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 사진= 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