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쌈 마이웨이’ 송하윤이 사랑한 백설희
[인터뷰] ‘쌈 마이웨이’ 송하윤이 사랑한 백설희
  • 승인 2017.07.22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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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윤 보다 백설희를 본 게 훨씬 좋아요.”

KBS 2TV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 종영 후 만난 송하윤은 극중 역할인 ‘백설희’를 아직 놓지 못한 모습이었다. 칭찬으로 시작된 인터뷰에서 송하윤은 “예상하고 연기하지 않았다”라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쌈 마이웨이’에서 송하윤은 남자친구 김주만과 6년 째 만나고 있는 ‘천상 여자’ 백설희를 연기했다. 오랜 시간 연애한 커플의 현실적인 모습을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송하윤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영광보다는 극중 백설희를 연기한 것, 또 그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송하윤을 기억하기보다 역할을 봤다는 게 훨씬 좋다. 지금도 송하윤이란 배우가 알려진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설희라고 부르는 게, 오월이(내 딸 금사월 역할)라고 하는 게 좋다. 내 이름을 알리자고 연기하는 게 아니니까.”

2005년 방송된 MBC ‘태릉 선수촌’ 속 이민기를 당돌하게 짝사랑하는 여고생 체조선수 ‘정마루’가 송하윤이란 것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당시 예명 김별로 활동한 송하윤. 데뷔 14년 차, 서른을 갓 넘긴 여배우의 입에서 “이름 알리자고 연기하는 게 아니”란 대답이 나오자 이런 생각은 언제부터 들었는지 궁금했다.

“옛날에는 너무 어렸다. 나도 잘 몰랐고 끊임없이 좌절했다. 울고 웃으면서 변했다. 지금의 성격이 되기까지는. 한 작품 끝나는 게 나한테는 인생이 끝나는 부분이다. 성격이나 성향이 바뀌었다. 어렸을 때는 몰랐던 게 있다. 25~26살 때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고, 손에 쥐고 있는 게 위험하고 무섭다는 걸 빨리 알았다. 내려놓을수록 작은 행복이 크게 느껴졌다.”

‘태릉선수촌’에 대해서는 “그때는 내가 연기자란 생각이 없었다. 대본을 보고 연기한다기 보다 내가 그렇게 살았다. 그때의 내가 부럽기도 하다. TV에 옛날 영상이 나오길래 이선균 오빠와 문자를 했다. ‘우리 예전에 이랬다’ ‘아무것도 몰랐다’ ‘부럽다. 그립다’ 얘기를 하면서 더 많은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송하윤은 백설희를 만나 특별한 경험을 했다. 백설희와 온전히 하나가 된 것. 이에 대해 송하윤은 “촬영하고 집에 가는 길은 늘 공허하고 외로웠다. 오월이도 마찬가지였다. 감정을 많이 쓰지만 인간 송하윤은 아무 감정이 없지 않나? 분리될 때 외롭다. 설희로는 한 번도 그렇지 않았다. 스트레스도 없었다. 내가 나한테 만든 숙제를 잘 풀어 가면서 다음 작품을 잘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작품이 끝나면 여행도 가고 빨리 털어 버리고 싶은데 지금은 여행 생각이 안난다. 설희가 털어질 까봐. 마음에 꾹꾹 눌러 담고 싶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설희와 한 번도 분리된 적 없는 송하윤. 실제라면 김주만과 어떤 결말을 내릴까? 그는 “송하윤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설희로만 살았기 때문이다. 설희는 절대 안 헤어질 거다”라며 “실제로 사랑에 올인하는 편이다. 잘 못 만나서 그렇지”라고 웃었다.

   
 

송하윤은 자신의 장점으로 평범함을 꼽았다. 화려함 보다는 솔직함을 좋아하고 이를 연기에 드러낸다. ‘쌈 마이웨이’에서도 화장기 없는 얼굴, 뿌리염색을 해야 하는 머리 등 현실에 있을 법한 백설희를 만들어 냈다.

“자연스러운 것을 선호한다. 짙은 화장과 구두는 불편하다. 내가 못나게 하고 있어도 촬영 감독님이 알아서 예쁘게 찍어주시고 감정을 맞게 잡아주는데 내가 화려한 걸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가장 예쁘지 않은 것은 그 역할에 맞지 않는 옷과 메이크업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중간부터 스타일리스트가 없었다. 옷을 4벌 정도 입은 것 같다. 신발도 운동화와 슬리퍼 2개 정도? 머리 스타일은 아래로 갈수록 바라는 색을 내고 싶었다. 뿌리는 까매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지 않나? 두 달 정도 미리 염색해서 길렀다. 드라마 방송 기간 까지 포함, 4개월 동안 자란 뿌리다. 보통 여자들이 뿌리 염색을 잘 못한다. 주만이가 과거의 설희 모습을 현재는 볼 수 없다는 것, 편안함을 주고 싶었다. 보통 오래 연애를 하면 소홀해 진다. 6년 이란 시간이 길더라. 설희라면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오롯이 백설희에 집중한 송하윤에게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진짜 그런 걸 생각 안했다. 전 설희로 살았으니까. 설희로 열심히 살았다. 설희로 산 게 너무 행복했다. 눈물신이 많았고, 아팠지만 주만이를 사랑하고 단 하나의 스트레스 없이 마쳐서 너무 행복했다”라고 설희에게 영광을 돌렸다.

연기가 어려워지고 더 재밌어 진다는 송하윤. 한 작품이 끝날 때는 한 개의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인생을 마무리한 송하윤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 관객을 만날까?

“요즘은 바빠서 누군가를 위해 한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다. 나를 위해 시간을 내주는 분들에게 최선 다할 수 있을 때. 좀 더 좋은 시간을 선물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급하게 오는 대로 하기보다 좀 더 저를 다스리고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뉴스인사이드 이현지 기자/사진=JYP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