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써클’ 김강우, “지금이 솔직하다”는 16년차 배우의 속마음
[SS인터뷰] ‘써클’ 김강우, “지금이 솔직하다”는 16년차 배우의 속마음
  • 승인 2017.07.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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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드라마 역사상 최초의 SF 드라마 tvN ‘써클’이 의미깊은 종영을 맞았다.

드라마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더블트랙이라는 신선한 형식을 첫 도입하는 등 많은 것들을 남긴 ‘써클’의 힘있는 전개, 그 중심에는 배우 김강우가 있었다.

2002년 영화 ‘해안선’으로 데뷔한 이후 어느덧 16년차 내공 깊은 배우가 된 김강우는 ‘써클’에서 과거의 김범균이자 현재의 김준혁 역을 맡아 흡입력 있는 연기로 ‘인생작’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김강우 스스로에게도 특별했던 작품인만큼, 강남의 한 카페에서 스타서울TV와 만난 김강우는 ‘써클’의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췄다.

“더 찍고 싶어요.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 12부다 보니 아쉬운 점도 있었던 것 같고. ‘더 찍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싶은 부분이 있기도 했었거든요. 무엇보다 매 회 현장분위기가 좋았고 코드가 잘 맞았던 덕분에 종영이 아쉬워요.”

김강우에게 이토록 특별했던 ‘써클’이지만 처음 출연을 검토할 당시에는 쉽지 않은 결정이기도 했다. ‘SNL’ 연출을 맡았던 민진기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인데다, 새로운 장르, 4명의 작가진 등 어느 하나 익숙한 것이 없는 ‘도전’이었기 때문.

“그런 부분에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었죠. 민 감독님은 예능을 하셨던 분이고, 장르도 처음 보는 장르고, 작가 분들도 4분이서 쓰시는 거고 했으니까요. 제작진에 대한 부담감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대본을 봤을 때 ‘굉장히 꼼꼼히, 열심히 썼다’는 느낌을 받았었어요. 절대 쉽게 쓴 대본이 아니었어요. 또 SF 같은 장르에서 확신을 갖기가 쉽지 않은데 감독님께서 ‘잘 구현하겠다’는 자신도 있으셨고, 이야기 주제를 명확하게 알고 계셨고. 덕분에 출연을 선택할 수 있었죠.”

   
 

SF라는 장르답게 ’써클’은 2017년 현재의 지구와 2037년 ‘스마트 지구’로 나뉜 두 가지 이야기를 함께 선보이는 실험적 연출을 선보였다. 그 중 김강우가 출연했던 2037년의 ‘스마트 지구’에서는 가상 현실 등 각종 미래 기술들이 선보여지며 장르의 특성을 더했다. 보는 이들에게는 색다른 느낌을 줬던 설정이었지만, 현장에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연기를 선보여야 했던 배우들의 남모를 고충도 있었을터. 이에 김강우는 ‘뻔뻔함’을 연기 비결로 꼽았다.

“항상 현장에서 배우들이랑 이야기 했던 것 ‘우리가 더 믿고, 더 뻔뻔하게 가야한다’는 거였어요. 시원시원하게 표현도 해줘야 하고, 보는 분들이 의심할 여지 없이 만들자 했었죠. 배우가 100% 그 상황을 믿지 않으면 시청자 역시 믿게 만들 수 없으니까요.”

이번 작품에서 여진구, 공승연, 이기광 등 젊은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강우는 “선배로서 현장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었을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배우들을 이끌고 말고가 아니라, 그 분들도 엄청난 프로고 엄청난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서로 시너지를 낸 것 같아요. 하나하나 관여를 하기 시작하다보면 그 때 부터 꼰대가 되는 것 같아요.(웃음) 저도 배울 점이 많았죠. 정말 많이 배웠어요. 표현도 좋고, 훨씬 더 과감하더라고요. 굉장히 많이 놀랐어요. 연기도 너무 잘하고.”

이어 김강우는 극 중 자신의 동생으로 호흡을 맞췄던 여진구에 대해 덧붙였다.

“(여)진구의 출생년도가 제 학번과 같더라고요.(웃음) 그럼에도 나이 차이를 크게 느끼진 않았었어요. 그저 더 좋은 신을 끌어내야겠다 생각을 했었죠. 그 친구 역시 많은 경력을 쌓아 온 프로니까요.”

2037년 스마트 지구를 그린 파트2 ‘멋진 신세계’에서 열연을 선보였던 김강우는 대부분의 신을 스마트지구 공무원 역을 맡았던 이기광과 함께 했다. 자연스럽게 김강우에게서 이기광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기광이) 부담이 많았을거에요. 캐릭터 자체가 이렇게 할 수도, 저렇게 할 수도 없었을거고요. 그런데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랑 할 때 만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단독 신은 자기의 고민을 통해 표현하는 거지만, 둘이 있을 때 만큼은 기광이가 가지고 있는 것을 편안하게 다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거든요. 부담을 느끼면 안되니까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연기가 좋았어요. 연기 할 때 감정 자체가 꾸미지 않고 좋더라고요. 연기가 솔직한 스타일이라 보시는 분들에게는 진심으로 다가가게 되거든요. 아마 시청자분들도 그렇게 느끼셨을거에요. 저는 걔가 이야기를 하면 그렇게 슬프더라고요.”

   
 

‘써클’은 마지막 회, 공승연의 외계인 여부를 정확하게 짚지 않은 채 ‘열린 결말’로 마무리 됐다. 이에 시청자들은 ‘시즌2’를 염두에 둔 결말이 아니냐는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시즌2’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요. 평가가 나쁘지도 않았고, 촬영 분위기도 좋았고. 감독님과 작가 분들에 대한 믿음도 있고요. 그렇지만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지켜봐야겠죠.(웃음) 아마 배우들은 ‘시즌2’가 제작된다면 다 출연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 역시 출연할 의지는 있죠. 캐릭터 분석도 다 됐겠다, 이미 호흡도 한 번 다 맞춰봤겠다.(웃음)”

‘시즌2’ 출연 질문에도 시원시원하게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친 김강우. 이러한 대답 배경에는 믿음직한 연출, 민진기 감독이 있었다.

“더블트랙에 대한 말씀도 많이 주시는데 사실 배우로서 연기 하면서는 차이점을 크게 느끼진 못했어요. 배우보다도 제일 힘든 건 사실 연출이죠. 어떻게 보면 파트 1과 파트 2, 두 편을 동시에 찍는거고, 그 와중에 밑밥들은 잘 모아서 편집해야 했던 거고. 뚝심있게 이런 장르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어요. 그런데 촬영도 정말 빠르게 끝내고, 밤도 거의 안샜어요. 물론 쪽대본도 없었죠. 그건 감독님의 역량인거에요.”

촬영에서 느끼는 차이점은 없었다지만, ‘써클’이 선보인 ‘더블트랙’ 형식은 중간 유입 시청자들에겐 큰 장벽이었다. ‘써클’이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에도 불구하고 다소 아쉬운 시청률로 마무리 해야 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강우는 앞선 인터뷰들에서 “시청률이 높지 못할 거라는 건 이미 알았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대신 ‘써클’은 열혈 지지층들이 많았어요. 제가 봐도 중간에 몇 편을 건너 뛰고 다음 편을 보면 중간 유입이 힘들더라고요. 이해도 잘 안가고. 찍는 저도 그런데 시청자분들도 당연히 그러셨을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응들을 보면 정말 재미있게 보시더라고요. 보통 댓글들이 짧은 편인데, ‘써클’ 시청자분들은 댓글이 엄청 길고 소설처럼 쓰시더라고요. 그만큼 많이 빠져서 보시는 건데, 그런 면에서 가장 놀랐던 건 제가 의구심을 품었던 장르에 대해서 시청자분들의 흡수가 정말 빠르다는 거였어요. 그걸 다 이해해 주시고 받아주고, 재미있게 보신다니. ‘세상이 바뀌었나?’ 했어요.(웃음) 처음 타임슬립 장르가 나왔을 때도 ‘터무니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당연한 장르가 되었듯이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어 김강우는 SF 장르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덧붙였다.

“SF장르, 발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한국 배우들이 SF장르에 나온다는 것에 이질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 그런데 여기에 한국적인 정서를 넣는거죠. 삶을 지금과 비슷하고, 인간적이고 소박하게. 그러면 훨씬 더 보는 분들이 쉽게 다가오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김준혁이 좋았던 것도 그래서였어요. 더 인간애가 있었거든요. 그렇게 한다면 SF 장르는 앞으로도 괜찮을 것 같아요. 흥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고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런 포인트들을 많이 알아가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 다가 아니구나’ 하고요. 모든 것이 바뀌면 배우들도 조금 더 맞춰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김강우의 인터뷰에는 막힘이 없었다. ‘16년차 배우’의 내공이 이런건가 하는 질문에 김강우는 미소를 지었다.

“나이를 먹으면 분명히 여유는 생길거에요. 그렇게 바뀌는 것 같아요. 해야 될 역할도 있는 거고요.”

지금까지 오랜 시간 연기의 길을 걸어온 김강우지만, 그는 한 순간도 작품을 통한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첫 SF, 더블트랙 형식의 ‘써클’ 출연 역시 ‘역시 김강우’라는 이야기가 터져나왔던 그 다운 선택이었다. 김강우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문득 궁금해졌다.

“기준이요? 저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요. 대본이 좋고 캐릭터가 좋고, 감독님이 좋으면 당연히 하는거 아닐까요.(웃음) 장점을 계속 보면서 새로운 점을 만들어가려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단점을 많이 봤다면 이제는 장점을 많이 보고 키우려고 하는 편이에요. 한 작품, 한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죠. 점점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작품 선택을 기다렸다가 다른 장르도 해보고 그랬을 수 있지만, 지금은 쭉 작품을 해 나가면서 감 떨어지지 않게 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인터뷰 말미, 지금의 김강우를 만든 원동력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김강우는 현실적이면서도 공감가는 대답으로 모두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거침없으면서도 깊은, 배우 김강우다운 대답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고요. 저는 배우라는 직업을 계속 해 왔어요. 제 친구들이 10년 정도 직장 생활을 했으면 오래한거고, 조금 더 길게 했다는 친구들이 12~13년 정도에요. 그 정도 되면 원동력을 생각하기 보다 가장 잘하는 일이 이 일이 된 거예요. 그러면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는거죠. 이게 슬플 일도 아니고, 거기서 재미도 찾고 즐거우니 그건 복 받은거죠. 커 가는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해 주기 위한, 그 정도 사명감으로 하는거지 안그러면 스트레스 받아서 못할거에요. ‘내가 우리나라 영화계를 바꿀거야’ 하는 건 아니에요. 이런 건 세월이 지나서 느낀거에요. 어릴 때는 뭔가 거창한 걸 많이 찾으려 했지만 지금이 솔직한 것 같아요.”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