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악녀’ 김옥빈 “어설프다는 소리 듣기 싫었다” 이견 없는 완벽 액션퀸의 탄생
[SS인터뷰] ‘악녀’ 김옥빈 “어설프다는 소리 듣기 싫었다” 이견 없는 완벽 액션퀸의 탄생
  • 승인 2017.06.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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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검을 많이 연습해서 잘 다루는데 찍으면서 느낀 건 도끼가 손에 잘 붙더라고요. 도끼 들고 싸우는 건 처음이라 재미있었어요. 중량별로 있어요. 합을 맞출 때는 부드러운 소재의 도끼를 들고 보닛을 찍을 때는 가벼우면 티가 나니 진짜로 찍어요. 상황마다 교체하며 사용해요.”

‘악녀’에서 사용한 무기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좋았냐고 묻는 말에 김옥빈은 눈빛을 밝히며 도끼에 관해 한동안 연설을 늘어놨다. 영화 ‘악녀’에서 김옥빈은 최정예 킬러로 분해 권총, 단도, 쌍검, 도끼 등 수많은 무기를 손에 쥐고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을 죽인다. 어두운 건물 복도에서 수십 명의 건장한 남성을 제압하는 오프닝은 장면은 이전의 영화들과 확연하게 선을 긋는 새로운 액션퀸의 탄생을 알린다.

태권도, 합기도 유단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잘할 줄 몰랐다. ‘악녀’가 공개되자 김옥빈의 액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스크린을 피로 물들이는 강렬함과 피와 비로 범벅이 된 채 웃는 얼굴에는 섬뜩함과 섹시함이 공존한다.

“우선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액션이라 신났어요. 평소 운동도 좋아하고 액션에 목 말라있었죠.  잘할 수 있겠다 싶어서 받아서 보는데 ‘이건 미쳤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액션도 아니고 온갖 무기를 쥐어주고 ‘킬빌’에서도 못 본 오토바이 체이싱에 비녀를 들고 싸우기도 하고 나중에는 버스에도 매달리잖아요. 감독님의 액션 판타지를 다 집어넣었어요. 크랭크인을 물었더니 두 달 뒤인 거예요. 훈련은 언제 하냐고 물었더니 당장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미팅 이틀 뒤에 액션스쿨에 들어갔어요. 결과적으로는 크랭크인이 밀려서 세달 반 동안 훈련했어요.”

   
 

영화 ‘악녀’는 ‘내가 살인범이다’를 연출한 정병길 감독의 신작으로 그가 쌓아온 모든 액션 노하우를 집약했다. 달리는 차 보닛 위에 올라가 한 손을 뒤로 뻗어 운전대를 잡고 액션을 소화하거나 오토바이 위에서 장검을 휘두르는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액션신으로 가득하다.

“텍스트를 머리로 상상하는 건 한계가 있잖아요. 감독님이 ‘내가 살인범이다’부터 액션에 의욕이 있다는 건 알았는데 이정도로 할지 몰랐어요(웃음). 프리 단계에서 CG로 만들어진 액션 시뮬레이션을 보여주시더라고요. 액션이 말도 안 되더라고요. 오토바이 체이싱 같은 경우도 이미 합이 다 만들어져 있었어요. 바퀴 사이로 카메라가 지나가고 바이크를 타고 세 명이서 동시에 싸우고 그래서 황당했죠. CG 실장님과 조감독님이 정병길 감독님과 이전부터 함께 하시던 분들이라 물어봤더니 ‘감독님은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능력이 있는 분’이라고 하셨어요. 실제로 현장에서 해내시더라고요.”

김옥빈은 보기만 해도 아찔한 고난도의 액션신 대부분을 직접 소화했다. 복면을 쓰고 나오는 장면조차 직접 소화하며 열의를 불태웠다. 외신에서도 ‘악녀’에서 선보이는 거칠고 새로운 액션들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기존 여성 액션들이 여성의 유연함과 부드러운 선을 활용했다면 ‘악녀’는 여성의 한계를 뛰어넘는 투박함으로 밀어붙인다.

“구르고 다치는 정도는 일상이었어요. 말하기도 애매할 정도로 매일 다치고 멍들었죠. 처음 오프닝에서 1인칭 시점의 손은 제가 아니에요. 이후 3인칭부터는 제가 모두 소화했어요. 목검을 사용하는 장면이나 비녀를 이용한 장면은 모두 저예요. 오토바이 장면은 대역이 섞여 있어요. 버스에서도 정말 위험한 것 빼고는 제가 직접 했어요. 아무래도 얼굴이 거의 나오니까요. 소복 액션을 찍을 때는 남자 배우들도 옷을 벗고 있는지 몰랐어요. 요정에서 임무를 수행하니 살이 좀 보이고 소복과 속옷을 입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남자배우들도 옷을 벗고 있더라고요. 보면서 ‘아 이거 정말 와일드한 액션이 탄생하겠다’ 싶었어요. 액션신 마다 콘셉트가 확실해요. 감독님이 액션신 하나하나 스타일을 짜놓으셨더라고요. 소복 액션은 예상 못했지만 너무 재미있었어요(웃음).”

   
 

‘악녀’는 여성을 원톱으로 하는 액션 영화지만 다양한 정서와 반전이 스며들어 있다. 극중 아이를 위해 조직의 지령을 받는 숙희의 모성애는 물론 애틋한 멜로도 존재한다. 김옥빈은 과거와 현재는 오가는 전개와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모습까지 다양한 숙희의 얼굴을 연기한다. 신하균과 성준은 극 중에서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로 숙희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

“하균 오빠는 정말 제가 어려서부터 봐왔잖아요. 데뷔 전에도 하균 선배님 팬이었고요. 철없고 어린 시절부터 저의 성장과정을 지켜보신 것 같아요. 항상 저에겐 어른 같은 존재예요. 편하게 해주셔서 재롱떨 듯이 마음대로 놀 수 있었어요. 현장에서 눈빛만 봐도 교류가 돼요. 성준씨는 굉장히 엉뚱하고 긍정적이에요. 두 번째 촬영 때인데 옷에 커피를 묻혀 왔더라고요. 갈아입어야겠다고 말했더니 본인 캐릭터랑 어울린다며 그대로 입고 촬영했어요. 이번 영화에 성준씨 애드리브가 굉장히 많아요. 자유롭고 가장 예측하지 못한 캐릭터를 구현해줬어요. 다른 장면은 대체로 어둡고 무게가 있는데 성준씨가 나오는 장면은 좀 밝아지는 것 같아요. 극 중에서 웃음이 터지는 장면들은 다 성준씨 애드리브예요.”

   
 

남성 위주의 영화 시장에서 완벽한 여성 원톱의 작품이, 그것도 거친 액션물이 탄생했다. 김옥빈은 여배우도 작품 전면에 나서 액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임했고 가능성을 증명했다.

“저는 이 영화 이후로 더 많은 여성 캐릭터가 생산됐으면 좋겠어요. ‘악녀’에서 제 액션에 관해 폼이 안 나고 어설프게 소화한다는 소리가 듣기 싫었어요. 그렇게 되면 여자 배우에게 액션을 맡기는데 부담이 커질 테니까. 그래서 부상도 더 조심했어요. 영화가 완성되고 보니까 굉장한 성취감과 만족이 느껴졌어요. 최선을 다했고 이제 남은 건 관객 분들이 평가할 몫이니 많이 설레요.”

끝으로 김옥빈은 액션에 대한 갈증이 남아있다고 밝히며 기대감을 높였다.

“훈련기간이 거의 3달 반 정도 되잖아요. 이렇게 훈련을 받은걸 썩히기 아까운거에요. 이번 영화에서 감을 익혔으니 한 번 더 액션을 해보고 싶어요. 물론 어떤 캐릭터든 주어지면 다 할 수 있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