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대립군’ 김무열 “배우가 사랑에 보답하는 방법은 결국 좋은 연기와 작품”
[SS인터뷰] ‘대립군’ 김무열 “배우가 사랑에 보답하는 방법은 결국 좋은 연기와 작품”
  • 승인 2017.06.02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한동안 김무열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임진왜란 당시 분조를 이끌게 된 어린 광해와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에서 김무열은 대립군의 궁수 곡수를 연기했다. 덥수룩한 수염에 지저분한 옷을 입고 거칠게 욕설을 내뱉는 그의 모습에서 이전의 얼굴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대립군’에서 감정을 억누르는 대립군의 수장 토우(이정재 분)과 달리 곡수는 감정에 솔직한 인물이다. 외형은 물론 감정마저 이전과는 다른 색의 연기를 선보인 김무열은 이정재, 여진구 사이에서 오롯이 자신의 존재감을 빛냈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어요. 내부 시사를 할 때도 제가 언제 등장하냐고 그랬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을 기대하고 있었어요. 다른 시도를 할 수 있었고 새로운 얼굴을 발견할 수 있어서 만족해요.”

영화 속 곡수는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인물로 무사히 군역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곡수는 왕의 위치에 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광해와 대립군을 이끌던 리더의 변해가는 모습에 정면으로 맞서고 불만을 토로한다.

“연기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요. 굳이 나누자면 억누르고 속으로 담는 연기가 표현으로 잘 드러나지 않으니 어렵죠. 영화를 보면서 곡수의 말과 행동에 시원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대신들과 왕은 탁상공론이나 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토우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곰보 영감은 쓰러지는 상황에서 울분을 토해내니까 시원하더라고요. 무리 안에서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는 인물이지 않나 싶어요.”

   
 

‘대립군’을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는 산성 신이다. 곡수가 성을 향해 울분을 토하는 장면은 지난해 겨울 광장의 모습을 연상케 하며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그날이 4차 촛불집회가 있던 날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온 날이죠. 기본적으로 스태프, 배우들이 지닌 감정의 질량이 달랐어요. 배우가 캐릭터를 연기할 때 감정을 가져오는 여러 수단이 있어요. 캐릭터 안에서 생각하기도 하고 제 인생의 경험을 가져오기도 하는데 성곽에서 나오라고 소리칠 때는 같은 시간 광장에서 소리치는 사람들이 연상됐어요. 배우로서 놀라운 경험이었죠.”

배우는 작품으로 관객에게 말을 건다는 생각하는 김무열은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보는 이들의 인생에 크게 개입할 수도 있다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김무열은 “무조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만 선택하는 건 아니지만 사명감과 책임감을 많이 생각한다”며 “넘치는 사랑에 보답하는 건 결국 좋은 연기와 작품을 보여드리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대립군’을 통해 연기 변신에 완벽히 성공한 김무열은 앞으로도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특히 그는 평범함 속에 울림이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전 이미지를 깨고 싶다기보다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측면이 큰 것 같아요. 이미지라는 건 대중이 바라고 기대하는 것들도 있으니 제가 바꿀 건 아니고 작품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얼마 전에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라는 영화를 봤는데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일상적으로 흘러가는데 육중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에요. 연기적으로는 평범한 모습이지만 그 안에서 본질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에 도전하고 싶어요. 캐릭터로는 많은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대립군’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봤다고 얘기해주시는데 저에게 더할 나위 없는 칭찬 같아요. 배우는 새로운 인물을 발견하고 연구해야 하는 숙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칭찬을 해주시면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한방 터트리는 것보다 길게 가고 싶다는 김무열은 영화와 공연 등을 오가며 내공을 키워왔다. 올해는 ‘대립군’에 이어 ‘머니백’이 개봉하고 현재는 ‘기억의 밤’을 촬영 중이다.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예고하는 김무열은 ‘대립군’이 오늘을 살아가는 분들에게 힘이 되길 바라며 영화를 추천했다.

“‘대립군’은 수많은 메시지와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될 거라 생각해요. 오늘을 살아가는 분들에게 힘들었던 과거를 어떻게 견뎠고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할 기회를 주는 영화라 생각해요. 앞으로 나아갈 길이 가시밭길일지 꽃길일지 모르잖아요. 무엇이 되든지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할 수 있는 공감대가 있는 영화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개인적인 바람과 목표로 배우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여행을 자주 다니고 싶고 재능기부를 하고 싶어요. 저희 동사무소 소장님께 연기를 너무 배우고 싶은 아이들이 경제적 여건이 안 돼서 못하고 있다면 말씀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저도 어렵게 자라 겨우겨우 배우를 했어요. 힘든 상황 속에서 꿈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