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그거너사’ 장기용 “차근차근 올라가 천천히 기회 잡을래요”
[SS인터뷰] ‘그거너사’ 장기용 “차근차근 올라가 천천히 기회 잡을래요”
  • 승인 2017.05.1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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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어떤 음료를 마시겠냐”는 질문에 딸기맛 탄산음료를 시켰다. 큰 키에 남성미가 물씬 느껴지는 외모와 다소 동떨어진 귀여운 메뉴 선택에 호기심이 생길 때쯤 “탄산음료가 다 떨어졌다”는 말에 한참이나 진지한 표정으로 메뉴판을 보더니 이번에는 생강차를 시킨다. 이 남자, 도대체 어떤 캐릭터일까 궁금해졌다.

2014년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처음 브라운관에 등장한 장기용은 사실 6년차 베테랑 모델이다. 모델 데뷔 이후 신선한 마스크와 넘치는 끼로 각종 패션쇼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핫'한 모델로 자리잡은 장기용은 “더 많은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포부와 함께 배우로의 도전을 시작했다.

벌써 4년차 배우가 된 장기용은 지난 9일 종영한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이하 ‘그거너사’)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그룹 크루드플레이의 드러머인 지인호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또 한 번 눈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1화부터 16화까지 모든 회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었어요. 이렇게 긴 호흡으로 끌고 나가는 드라마는 처음이라 그만큼 더 남달랐고 뜻깊었던 작품이에요. 특히 '그거너사'에 함께 나온 배우들이 대부분 한 두살 차이의 또래 친구들이었던 덕분에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고, 마음도 잘 맞아서 좋았어요. 촬영이 끝난 뒤에도 크루드플레이 멤버들은 자주 연락하고 지내고, 시간이 맞는 애들 끼리는 여행도 가기로 약속했어요.(웃음) 여러모로 다른 작품들에 비해 조금 더 많은 애착이 갔던 것 같아요. 사실 내일도 똑같이 촬영하러 가야 할 것 같은데 끝나서 시원섭섭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커요.”

   
 

‘그거너사’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장기용은 이번 작품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를 덧붙였다.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인호가 교통사로고 입원했던 장면이에요. 그 때 카메라 앞에서 감정연기라는 걸 처음 해봤거든요. 연기를 하기 전에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제게 준 기회라는 생각에 더 잘해내고 싶었어요. 계속 대본을 보고, 연구해보고, 그 상황을 상상해보면서 연습하고 촬영에 들어갔었죠. 촬영이 끝나고 모니터를 했는데 다행히 ‘잘했다’까지는 아니어도 준비한 것 만큼은 잘 해낸 것 같더라고요. 스스로 뿌듯한 마음도 컸고, 카메라 감독님께서 따로 오셔서 ‘오늘 되게 잘했다’고 해주셨을 때는 너무 감사하고 눈물이 날 뻔했어요. ‘그거너사’를 하면서 잠을 깊에 못잤는데 그날 하루는 정말 꿀잠 잤어요.(웃음)”

장기용에게 ‘그거너사’가 특별한 작품인만큼, 이번 작품을 통해 장기용은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을 것.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수확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간 제 배우 생활이 약간 ‘툭 치면 날아갈 것 같은’ 종이 같은 느낌이었다면 ‘그거너사’를 하고 난 지금은 조금 중심축을 잡고 단단해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었죠. 전에 못느꼈던 것들을 ‘그거너사’를 통해 많이 느꼈고, 지금 와서 돌아보면 너무 잘 선택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계속해서 ‘그거너사’에 대한 진지하고 속깊은 이야기들로 감사함을 전하던 장기용은 ‘러브라인 이야기가 나오자 “기다리고 있었다”며 농담섞인 대답을 건넸다. ‘그거너사’에서는 조이와 이현우, 이서원의 삼각관계와 함께 성주와 이하은의 풋풋한 러브라인 등이 등장했었지만 장기용은 아쉽게도 러브라인 연기는 경험하지 못했다.

“러브라인이요? 처음부터 끝까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티는 안냈지만 ‘인호도 뒤에 있겠지?’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웃음) 인호 같은 경우에는 러브라인보다는 처음부터 감독님께서 인호가 뒤에서 큰 사고를 친다는 언질을 주셨었어요. 러브라인보다는 동갑이지만 맏형의 느낌으로 가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췄던 것 같아요.”

   
 

러브라인 이야기에 문득 최근 종영한 장기용의 또다른 출연작, 웹드라마 ‘썸남’이 떠올랐다. ‘병맛’ 코드로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썸남’에서 장기용은 배우 최우식과 함께 여배우와의 로맨스 못지 않은 뜨거운 브로맨스를 선보였었기 때문.

“웃어서 행복한게 이런거구나 싶었어요. 너무 재미있었고, 호흡 맞출 때도 (최)우식이 형이 너무 유명한 배우시고 선배시니까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물어볼 수도 있었고요. 형이 배려도 많이 해주셨고, 편하게 대해주시니까 저도 후배로서 편안하고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최우식과는 최근에도 연락하나?) 형 동생 사이로 잘 지내면서 조언도 많이 받고 있어요. ‘썸남’ 촬영이 끝나고 바로 ‘그거너사’ 촬영에 들어갔는데 오디션 전부터 제가 연락해서 ‘음악 드라마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잘 할 수 있을까’ 이런걸 물어보기도 했고요. 오디션 후에 ‘감독님께서 마음에 들어하시는 것 같다’고 하니까 ‘너무 잘됐다’며 ‘넌 잘될거니까 이번에 하는거 열심히 잘 준비해서 했으면 좋겠다’고 기뻐해주기도 했어요. 정말 고맙고, 많이 배우게 되는 형이에요.”

연기자로서의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장기용은 지난 패션위크에서도 패션쇼 런웨이에 직접 오르며 모델로서의 활동도 함께 겸하고 있다. 항상 자기 관리가 철저해야 하는 모델의 특성상 연기와 모델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법도 한데 오히려 장기용은 “너무 재미있다”며 두 활동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선생님께서 불러만 주시면 언제든 (패션)쇼에 나가고 싶어요. 쇼에서 얻는 에너지가 정말 좋거든요. 정말 설레고, 할 때마다 너무 재미있어요. 제가 모델로서 설 수 있는 관리가 잘 돼있는 이상 나이가 들어서 3~40대가 돼도 배우생활을 하면서 쇼에 서고 싶어요. 차승원 선배님 처럼요. 정말 런웨이에 서는건 흥분되고 재미있는 일인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이미지 소비가 덜 된 모델을 선호하는 추세의 패션 업계에서 배우 활동을 하며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이미지 소비에 대한 우려를 건넸지만, 장기용은 오히려 담담하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답했다.

“요즘 모델 업계에는 너무 예쁘고 키크고 잘생기고 느낌 좋은 동생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그것(세대교체)은 당연한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신인 때 그만큼 관심을 많이 받았었는데, 항상 관심을 받을 순 없다는걸 알기 때문에. 그 자리를 항상 동생들에게 다시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자연스러운거죠. 지금 제가 쇼에 설 수 있는 건 한창 모델 일을 했을 때 친하게 지냈던 디자이너 선생님들께서 연을 끊지 않으시고 불러주신 덕분이에요. 너무 감사하죠.”

   
 

이처럼 애정을 가지고 해오던 모델을 뒤로하고 끊임 없는 노력으로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장기용은 웹드라마 ‘천년째 연애중’ ‘우리 헤어졌어요’ ‘썸남’ 등에서는 주연을 경험해봤지만, 아직까지 브라운관에서는 주연을 맡아보지 못했다. 높은 위치에 있던 커리어를 포기하고 시작한 연기인만큼 현재 위치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질문을 던졌다.

“전혀 아쉽지 않아요. 천천히 느긋하게 잘 헤쳐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차근차근 올라가려고요. 지금 바로 주연으로 올라가고 싶지 않아요.(웃음) 경험을 먼저 쌓아야 할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감독님이 봤을 때도 주 조연 떠나서 단역이라도 캐릭터가 맞다고 하시면 저는 얼마든지 출연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캐릭터와 제가 얼마나 잘 맞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아직까진 신인 연기자지만 더 많은 커리어가 쌓이면 TV, 영화에서나 보던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을텐데 그 때가 왔다고 생각해보면 너무 설레고 즐겁고 가슴이 뛸 것 같아요. 그 시간을 위해 달려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 뿐만 아니라 영화도 꼭 도전해보고 싶다는 장기용은 들뜬 표정으로 “누아르 영화나 ‘돈의 맛’처럼 진한 멜로를 해보고 싶다”며 “해보고 싶은게 너무 많다”고 전했다.

앞서 JTBC ‘힙합의 민족2’에 출연하기도 했던 장기용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예능 욕심은 크게 없다”고 밝혔던 바 있다. 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생각에는 아직 변함이 없는지 궁금해졌다.

“제가 예능을 좀 많이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제가 막 나서서 말할 정도로 말주변이 좋은 것도 아니고, 외향적인 성격도 아닌데 호흡이 빠르고 순발력이 있어야 하는 예능이 조금은 부담스럽고 어려운 것 같아서요. ‘힙합의 민족’ 같은 경우에는 음악을 원래 좋아하니까 제 매력을 보여주기에 적절했던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 제안 들어오자 마자 바로 한다고 했었거든요. 하지만 어찌됐든 결론은 ‘불러주시면 어디든 간다’는 거에요.(웃음) 요즘에도 랩 연습을 하냐고요? 연습을 한다기보다는 힙합 노래를 평소에도 좋아해서 듣고 불러본 다음에 괜찮다 싶으면 친구들이랑 노래방에 가서 불러보곤 해요. 틈틈이 불러두면 또 훗날에 ‘힙합의 민족’ 다른 시즌에서 부를 수 있을수도 있지 않을까요?(웃음) 요즘은 크러쉬 씨의 노래를 굉장히 좋아해서 ‘오아시스’를 자주 불러요.”

   
 

이야기를 나눠볼 수록 장기용은 ‘좋은 의미로’ 욕심이 많은 배우였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내고 싶은 것도 많은 것 같다는 말에 장기용은 미소를 지었다.

“제가 언젠가 준비가 되어 있고 뭔가 확실하게 갖춰져 있으면 어딜 가든지 자신감이 흐를테니 그 때는 욕심을 마구 부리려고요.(웃음) 지금은 아직까지 차근차근 배워나가고 있는 단계니까 이러다가 천천히 기회를 잡아야죠. 서서히, 쥐도새도 모르게요.(웃음)”

자신의 말처럼 한걸음씩 천천히 나아가고 있는 장기용. 앞으로가 기대되는 그의 목표는 “연기를 쉼없이 이어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금 무사히 ‘그거너사’가 끝났는데, 앞으로 안쉬고 역할이 크던 작던 연기를 이어가고 싶은게 제 목표에요. 조금 더 나아가면 이순재 선생님이나 신구 선생님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멋진 연기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건 진짜 연기를 사랑하는 열정이 없으면 못하는 거잖아요. 항상 발성, 발음 연습하시고, 오랜 시간 연기를 해오셨음에도 아직도 그렇게 최선을 다하신다는건 정말 열정이 없으면 못하시는거니까 저도 훗날에 열심히 해서 선생님들 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연기를 끝까지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