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특별시민’ 최민식 “천편일률 호평을 기대하는 건 모순”
[SS인터뷰] ‘특별시민’ 최민식 “천편일률 호평을 기대하는 건 모순”
  • 승인 2017.05.04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때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때 본격적인 선거전을 다루는 정치영화가 개봉했다. 현 서울시장이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선거전을 다룬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에서 최민식은 서울시장 변종구를 연기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연기력’이라는 단어와 동일시되는 최민식은 욕망에 사로잡힌 정치인 변종구를 과하지 않은 표현과 톤으로 조율하며 관록을 과시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춘 곽도원은 최민식의 연기를 보며 “최민식은 사라지고 변중구가 남았다”고 표현했다. 평소 사적인 자리에서 유쾌한 분위기를 이끄는 최민식이지만 연기에 있어서는 동료 배우들의 존경을 넘어 두려움까지 들게 하는 존재다. 곽도원의 말처럼 스크린 안에는 배우가 아닌 권력욕이 가득 찬 정치인이 서있다. 그리고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정치인의 민낯에는 정의와 신념이 아닌 아집과 욕망이 서려있었다.

Q. 영화 처음 보고 어땠나.

설레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잘나왔을까 기대감도 있고 보고나면 마음이 만감이 교차하죠. 욕심은 끝도 없고 아쉬움이 남죠. 아주 자질구레하게는 제 연기 디테일, 전반적으로는 영화에서 힘을 줘야하는 부분 등 감독, 배우, 스태프대로 각자 생각하는 게 있죠. 하나의 창작물을 두고 천편일률 호평을 기대하는 건 모순이죠. 그래서도 안 되고요.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받아들여야 해요. 그래서 사람들의 모니터링과 리뷰가 중요해요. 우리의 의도와 다른 의외성을 발견할 수도 있고요. 나름의 결산이죠. ‘특별시민’ 이후 당분간 정치물은 안 할 수 있지만 이 작품에 대한 데이터가 무의미한 건 아니에요. 분명 공통분모가 있고 도움이 될 거예요. 그래서 영화를 완성하고 작품에 대한 평을 듣고 인터뷰를 하는 과정이 ‘특별시민’의 마지막 작업 같아요. 이 시기가 지나고 극장에서 대중들과 만나면 이제 제 손을 떠나 오롯이 소비자의 몫인 거죠.

Q. 부끄럽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이 그랬나.

매번 느끼지만 그 당시에는 베스트라고 생각해서 오케이 테이크가 나잖아요. 지나고 완제품을 보면 또 저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참 뭐랄까 항상 되풀이되는 거죠. 어쩔 수 없죠. 그러면서 자꾸 영글어지는 거겠죠.

   
 

Q. 시나리오를 봤을 때와 직접 연기할 때,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어떤 차이들이 있었나.

저는 시나리오 집필부터 참여했어요. 우선 분량이 엄청 줄었죠. 러프하게 편집한 건 3시간 40분 정도였어요. 오락영화나 액션블록버스터도 아닌 정치인들의 생사가 갈린 선거, 악다구니 같은 욕망이 충돌하는 영화라서 저는 조금 지루한듯해도 다 담고 싶었어요. 어쩔 수 없이 버려야하는 부분이 있으니 아쉽죠. 언젠가는 3시간 넘는 작품을 보여줬으면 하는 욕심은 항상 있어요. 물론 투자배급에서는 속 모르는 소리 말라고 하지만요(웃음). 영화는 자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장르라 적절한 러닝타임을 합의하는 과정이 참 힘들어요. 당장은 스트레스 인데 떨어져서 보면 그럴 듯해요. 지금 편집점을 보면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한 거 같아요.

Q. 권력욕으로 뭉친 변종구라는 캐릭터에 어떻게 이입했나.

5선, 6선을 거친 원로급의 정치인을 TV에서 보면 ‘저 양반 찾아가서 소주 한잔하면서 물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는지 궁금한 거예요. 좋은 이미지든 나쁜 이미지든 대중들의 잣대가 전부는 아닐 거라는 거죠. 한때는 그들도 정치에 갓 입문했던 때가 있을 텐데 정치적 성향을 바꾸게 되고 당적을 바꾸잖아요. 그런 계기가 궁금해요. 당사자에게 듣지 않는 이상 우리는 가정을 하는 거니까요. 그런 부분을 유추하고 만든 장면이 고기집이에요. 정치인 변종구이 아닌 그 사람의 삶이 보이는 거죠. 변종구의 피로감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Q. 변종구는 왜 권력에 집착하게 됐을까.

변종구에게도 반성하고 돌아보는 순간이 있었겠죠. 그러면 고쳐야 하는데 그렇지 않잖아요. 아이러니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반성하고 점검하고 다시 자신을 똑바로 잡아가는 사람은 잘 없는 것 같아요.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라는 말이 있잖아요. 변종구를 대할 때도 다양한 측면을 생각했어요. 나쁜 놈이지만 안 그랬던 시절이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어느 순간 중독이 된 거죠. 마지막 장면은 다양한 의미를 함축했어요.

   
 

Q. 극 중 연설장면이 인상적인데 연설문을 직접 쓴 걸로 알고 있다. 

감독, 제작사 대표가 쓴 글과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합쳐서 썼어요. 쓰다 보니 15분이 넘는 장문이 완성됐어요. 촬영 전날까지 써서 암기가 완벽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티가 났어요. 감독과 촬영감독은 어차피 15분을 모두 쓰는 게 아니라 편집하니 충분하다고 했는데 제가 못 견디겠더라고요.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 같아서 욕을 먹더라도 다시 찍고 싶다고 했죠. 좀 더 축약해서 연설문을 고치고 준비했어요. 농담으로 시작해 후반에는 변종구를 보여주는 하나의 악보를 떠올리며 만들었어요. 정말 너무 더워서 집중이 힘들었어요. 다시 찍는데 기대에 못 미치면 너무 미안하잖아요. 그래서 잘 해내려는 강박이 좀 있었어요.

Q. 영화 개봉이 대선시기와 맞물렸는데 새로운 대통령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다큐멘터리를 보니까 유럽에는 정치인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다른 직업도 갖고 있으면서 지자체 일을 하더라고요. 작은 사무실에서 봉사하는 거죠. 그런 시스템이 바로 바뀌진 않겠지만 만약 바뀐다면 우리나라도 너도나도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혈안이 될까 싶어요. 정치를 모르는 사람도 정치인이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잖아요. 대표선수를 뽑는 건데 그 사람이 공공의 이익보다 입신양면을 위해 뛰는 걸 많이 봐왔죠. 진짜 봉사할 사람이 나올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