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특별시민’ 심은경 “자신(自身)을 받아들일 자신(自信) 생겼다”
[SS인터뷰] ‘특별시민’ 심은경 “자신(自身)을 받아들일 자신(自信) 생겼다”
  • 승인 2017.05.0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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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이 자신의 연기 인생을 ‘특별시민’ 전후로 나눴다. 2003년 드라마 ‘대장금’으로 데뷔한 심은경은 올해로 어느덧 데뷔 14년차를 맞이했다. 아직 20대 초반인 그녀가 걸어온 필모그래피는 또래 배우는 물론 다른 여배우들 사이에서도 돋보인다.

‘써니’, ‘수상한 그녀’ 등으로 최연소 흥행퀸이라는 타이틀을 이름 앞에 붙인 심은경은 성공가도와는 반대로 반복해서 슬럼프를 겪어왔다. 매 작품 한계에 부딪히며 배우라는 길을 계속 걸어갈지 고민하던 심은경은 ‘특별시민’에서 평소 존경하는 선배 배우인 최민식을 만났다. 그녀가 만난 배우 최민식은 존경을 넘어서 두려움까지 느껴질 정도의 존재였지만 덕분에 ‘진짜 연기’를 경험했다. 심은경은 그녀의 배우 인생 가장 치열하게 연기하며 극 중 박경을 만들어 갔고 이제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자신이 생겼다.

Q. 영화를 보니 연기적으로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

힘들었어요. 긴장을 정말 많이 했지만 너무 행복했고 배워가고 얻어간 게 많이 있었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들을 많이 받았어요. 연기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인간 심은경으로서 성장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긴장감 속에서 갈팡질팡한 순간이 있었는데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초반에 감을 잘 못 잡고 있는데 민식 선배님이 ‘연기에는 선후배가 없다. 촬영하는 순간에는 변종구와 박경으로 대해야 한다. 하고 싶은 거 자유롭게 해 봐’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벌벌 떨면서 ‘그렇죠. 선배님 제가 좀 그랬죠’라고 답했어요(웃음). 꾸준히 지켜봐 주셔서 완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긴장의 주된 원인은 무엇이었나.

처음에는 대선배들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게 가장 컸어요. 그리고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고 중심을 잡아야 할지 신경 쓰느라 긴장했어요. 이번 영화는 작은 신이라도 쉽게 넘긴 게 없었고 박경의 캐릭터는 화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면도 있었고요. 극의 흐름에 있어 중요한 역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박경의 감정을 읽기 힘들었어요. 이전에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명확한 감정을 드러내는 편인데 ‘특별시민’은 드라이한 편이고 박경 자체도 감정을 드러내는 캐릭터가 아니었어요.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큰 숙제였어요. 민식 선배님이 촬영이 없는 날에도 오셔서 하나하나 다 알려주셨어요. 떨리고 기가 죽기도 했지만 무너지지 않으려고 강하게 마음먹었죠.

   
 

Q. 선거판 속 박경은 어떤 존재인가.

박경은 정치 미생이라고 생각해요. 광고판에서 2년 정도 일한 에이스고 정치에 꿈이 있었죠. 그래서 초반에 변종구 시장에게 일침을 가하죠. 눈에 띄기 위한 전략이죠. 그리고 캠프에 들어가는데 처음에는 ‘나도 똑똑하고 판 돌아가는 거 잘 알고 있어’라는 당당함이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암투와 생각지 못한 현실에 마주하며 고뇌하죠. 박경의 캐릭터는 결국 관객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의 감정을 이해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고민이 많았어요. 함께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민식 선배님이 ‘박경의 마지막 반응에 따라 영화가 결판난다. 부담을 주려는 건 아니지만 중요하다’라고 하셨어요(웃음). 촬영하는데 처음으로 ‘각성상태’가 뭔지 알겠더라고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 연기했어요.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그렇게 떨리는 건 처음이었어요. 이번 영화에서 가장 자유롭게 연기한 장면 같아요. 선배님도 좋아하셨어요. 호흡을 주고받는다는 게 이런 거라는 걸 제대로 느낀 순간이었어요. 여운이 가시지 않고 지금도 생각하면 멍해져요.

Q. 직접 옆에서 지켜보고 연기 호흡을 맞춰본 최민식은 어떤 배우인가.

민식 선배님 같이는 평생 못할 것 같아요. 이미 연기와 물아일체가 되신 것 같고요. 어디서 도대체 저런 에너지가 나올까 생각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작품전체를 관통하는 시각이 있고 집중력을 잃지 않으시니까 경지를 넘어섰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연기를 할 때 기에 압도되는 부분이 정말 많았어요. 촬영장을 벗어나면 또 너무 편안해요. 매번 밥 먹고 가라고 하시고 마이쮸 달라고 하시고(웃음).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다를 수 있지 싶어요. 처음에는 농담도 못 받아쳤어요. 이제는 조금 익숙해져서 편해진 부분도 있어요. 존경은 당연하고 너무 대단하고 두려운 느낌이에요.

   
 

Q. 이번 작품을 통해 깨달은 게 많을 것 같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배운 것 같아요. 인터뷰할 때마다 초심을 잃지 말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씀드리는데 초심에 대해 제대로 느낀 것 같아요. 아역까지 통틀어 이렇게 치열하게 연기만 생각한 게 처음인 것 같아요. 이제는 제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신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욕심이 없다고 했지만 한 곳에는 불안함이 있었어요. 부족한 제 자신을 잘 알고 있으면서 이를 수긍하면 힘들 것 같았어요. 그래서 회피도 했는데 ‘특별시민’은 제 길이 무엇인지 알려준 작품 같아요. 앞으로 배우로서 행보나 성패를 떠나 인생에 있어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Q. 평소 정치에 관심이 있었나? 이번에 첫 투표를 할 텐데 심정이 남다르겠다.

정치에 관해 막 알아가는 시기에 ‘특별시민’이 들어와서 새롭게 다가왔죠. 촬영하면서 영화 속 정치 흐름과 용어를 파악하는 게 먼저였어요. 그러면서 정치를 어렴풋이 느끼고 정보를 업데이트 했죠. 여전히 정치는 저에겐 포괄적이고 정확히 답을 내릴 수 없는 것 같아요. 적어도 정치의 변화를 지켜봐야하는 자각심은 들었죠.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뉴스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모르는 건 물어봐요. 이번에 생애 첫 대선 투표라서 기준이 명확하진 않아요. 그래서 더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어요.

Q. 잘 된 작품들이 대체로 코믹한 캐릭터지만 사실 이전부터 다양한 역을 도전해 왔다. ‘특별시민’도 그렇고 어느덧 다양한 모습을 안정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새로운걸 보여줘서 한계치를 넘어서겠다는 강박은 없어요.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지만 비슷한 걸 또 할 수도 있어요. 사실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왔고 코믹한 캐릭터도 두 세 번 정도 밖에 안했어요. 오히려 어린 시절에는 공포영화를 많이 찍었어요. ‘써니’와 ‘수상한 그녀’가 부각돼서 그런 것 같아요. 물론 감사드리죠. 저를 있게 해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장르가 저의 발목을 잡은 건 아니지만 흥행과 성공으로 연기에 대한 고민과 방황이 있었어요. 지금도 답을 찾았다고는 못하겠어요. 그건 아마 더 나이를 먹어도 같겠죠. 다만 연기와 배우의 삶에 대해서는 조금씩 느끼고 있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