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안재홍 “거창한 목표보단 다양한 경험이 나이테처럼 쌓이길” (‘임금님의 사건수첩’)
[SS인터뷰] 안재홍 “거창한 목표보단 다양한 경험이 나이테처럼 쌓이길” (‘임금님의 사건수첩’)
  • 승인 2017.04.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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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족구왕’을 보고 어디서 저런 배우가 나타났나 싶었다. ‘족구왕’에서 안재홍은 갓 전역한 복학생을 그대로 찍은 듯한 모습이었다. 대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한 안재홍은 재학시절 영화 스태프와 단역을 오가며 실력을 쌓았고, ‘족구왕’을 통해 단번에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안재홍은 ‘족구왕’에서 보여줬던 그의 매력을 더욱 배가시켰다. 안재홍은 어느 배우와도 닮지 않은 색다른 능청스러움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안재홍은 존재 자체로 배우의 아우라를 내뿜는 미남도 아니고 엄청난 연기력을 과시할 수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재홍은 그 안에서 차별을 만들어내고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이제 안재홍은 상업영화 주연을 꿰차며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감독 문현성)에서 안재홍은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임금 예종(이선균 분)과 함께 사건을 파헤치는 사관 윤이서 역을 맡았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 안재홍은 2시간가량의 러닝타임 동안 끊임없이 웃긴다. 안재홍이 만들어내는 웃음에는 억지가 없다. 자극적인 상황이나 대사도 없다. 그런데도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온다. 호흡 자체가 묘하게 웃긴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단단해지고 싶다는 안재홍의 호흡이 변하지 않길 바란다.

Q. 영화는 어떻게 봤나.

긴장하면서 봤어요. 굉장히 유쾌하고 즐겁고 신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그냥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Q. 시나리오로 읽었을 때와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어떤 차이가 있었나.

시각적으로 즐길 거리가 많아졌어요. 촬영하면서 감독님도 이 부분에 할애를 많이 했어요. 사극이라는 큰 틀에서 보지 못했던 이국적인 공간과 장면이 많아요.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예를 들면 이서가 기억력을 발휘할 때 ‘호롱불이 요동치면서 공중에서 추락해 물속으로 빠진다’고 적혀있는데 어떻게 구현될까 궁금했죠. 와이어로 당겨서 쓰러지는 모습을 찍고 이후에 수중장면을 찍었는데 물이 없는 곳에서 찍었어요. 물 없이 수중신을 찍는 기술을 이용했어요. 신기했어요. 다양한 시도가 들어갔어요. 미리 CG팀에서 장면에 대한 애니메이션으로 설명도 들었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으면 해요.

Q. 영화에서 이선균과 호흡이 굉장히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앙상블이 만들자고 해서 만드는 건 아니고 어색하면 티가 나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나눠서 앙상블이 잘 느껴진 것 같아요. 평소에 워낙 좋아하는 선배님이고 거의 모든 장면에 함께 나오는데 가족같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아요. 저예산 영화나 독립영화에서는 큰 역할을 맡은 경험이 있지만 큰 기획이 들어간 상업영화에서 큰 역할은 거의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어요. 용기를 내보고 싶었고 그런 고민들을 선배가 이미 잘 알고 계셨어요. 편하게 이끌어주시고 배려해주셨어요. 덕분에 편하게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작품에서 보는 모습과 달리 진지한 것 같다. 실제 성격은 어떤가.

여러 가지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그때그때 달라요. 인터뷰할 때는 신중하게 말하려고 해요. 대화를 글로 옮기면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는 거니 신중하게 제 생각을 전달하고 싶어요. 저는 심심하게 있는 걸 좋아할 때도 있고 정신없이 지내는 걸 좋아할 때도 있어요. 여러 면이 있어요. 전 스스로 엉뚱하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주변에서 그런 말씀을 자주 해주는 것 같아요.

Q. 원작에선 이서가 굉장한 꽃미남으로 나오고 예종과의 브로맨스도 돋보인다.

어떤 블로그를 보니 원작에서 이서가 예종보다 나이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원작에서 모티브만 가져와서 새롭게 창조된 이야기니까 굳이 안 보셔도 된다고 해서 원작은 안 봤어요. 꽃미남이 아닌 저에게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이미 다른 부분을 원하실 거라 생각했어요(웃음).

Q. 이선균과 이전부터 특별한 인연이 있는 걸로 안다.

스태프와 배우로 만났어요. 홍상수 감독님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을 찍을 때 이선균 선배는 이미 주연배우였어요. 쉽고 친근한 느낌은 아니었죠. 그런데 저희를 학교 후배나 동생처럼 편하게 대해주시고 많이 챙겨주셨어요. 그런 선배님이 유일했죠. 그래서 제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멋진 선배님이에요.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하는 영화를 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어요. 다른 선배도 아닌 이선균 선배라 좋았죠. 그전부터 제가 나온 영화 보시고 연락도 주시곤 했어요.

Q. 유쾌한 장면들이 많았는데 한 장면을 꼽는다면.

무녀를 만나고 나오는 길에 예종이 이서에게 물을 마셔보라고 하는 장면이 인상 깊어요. 사실 웃음이 터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찍은 장면인데 의외의 재미가 유발돼 새롭게 느껴졌어요. 개인기가 아닌 두 사람의 앙상블이 잘 맞아서 나오는 재미들이 좋더라고요. 자극적인 개그는 젊은 층은 좋아하지만 나이가 더 있는 분들은 이해를 못하시거나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데 저희 영화는 모든 분들이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 같아요.

   
 

Q. 전작에서도 그랬듯 안재홍이 가진 허술한 매력과 연기 호흡이 돋보인다.

이서는 장원급제를 한 총명한 인물이에요. 허둥대는 모습들은 정말 어리바리한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마치 똑똑한 사람이 입대해서 훈련소에 가면 어수룩하게 보이는 것과 비슷한 경우인 거예요. 어리바리한 모습이 전작에서 제가 보여줬던 이미지와 겹칠 수 있지만 굳이 다르게 표현하려고 안했어요. 이야기가 주는 힘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저는 영화를 이서가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극이 진행될수록 우직하고 듬직한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났으면 했어요.

Q. 올해 배우 안재홍의 목표와 개인적인 바람은 무엇인가.

배우로서 거창한 목표는 전혀 없고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요.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공연도 했고 다른 것들도 그래요. 그런 경험들이 저에게 나이테처럼 남아있길 바라는 거죠. 물론 연기자로서 사랑도 많이 받고 싶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워져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어요.

Q. 앞으로도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에 모두 출연할 계획인가.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는 굳이 제가 기준을 나눠서 의식해서 참여하는 건 아니에요. 얼마 전에도 ‘족구왕’을 찍었던 광화문시네마에서 ‘소공녀’를 찍었는데 굉장히 좋았어요. 규모에 따라 계획을 하기 보다는 ‘좋은’ 영화를 찍고 싶어요. 성동일 선배님이 저에게 많이 겪어봐야 단단해진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 말을 새기고 있습니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