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힘쎈여자 도봉순’ 박보영이 일기장에 써 내려 간 것
[SS인터뷰] ‘힘쎈여자 도봉순’ 박보영이 일기장에 써 내려 간 것
  • 승인 2017.04.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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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힘쎈여자 도봉순’ 종영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보영은 ‘뽀블리’ 그 자체였다. 자체 최고 시청률 9.668%, 최종회에서 8.957%로 종영한 ‘힘쎈여자 도봉순’. 종영 소감을 물으며 “기분이 좋겠다”고 하자 “네. 너무 좋아요”란 말과 함께 웃었다.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괴력의 소유자, 똘기와 식탐에 가려진 사랑스러움이 있는 도봉순을 열연했다. 자동차 한 대는 거뜬하게 들 수 있는 괴력을 가졌지만 자동차 타이어 하나도 겨우 들 법한 박보영이라 더 사랑스러웠던 도봉순. 종영이 며칠 지나 박보영을 직접 만나 ‘힘쎈여자 도봉순’, 그리고 박보영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희가 처음에 목표한 것은 훨씬 뛰어넘었어요. 그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사실 끝났다고 생각 안 해요. 인터뷰하면서 얘기를 해야 진짜 끝나는 느낌이더라고요. 지금은 촬영 중간, 쉬는 날에 일하는 느낌이에요. 알람 없이 자야 끝난 느낌일 것 같아요.”

마지막회에서 도봉순은 안민혁(박형식 분)과 꽉 닫힌 해피엔딩을 맞았다. 결혼에 딸 쌍둥이까지 태어난 것. 시즌 2의 가능성을 물었지만 박보영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대본 보고 쌍둥이 딸이면 지구를 ‘뿌셔뿌셔’ 할 수 있는 아이들 아닌가? 얘네를 어떻게 감당할까? 생각이 들었어요. 시즌2는 풀기 어려울 것 같아요. 할리우드 자본이 돼야하지 않을까요? 싸움만 했다 하면 지구가 부서지니까(웃음). 열악한 환경에서 열 일한 CG팀에게 감사해요. 무술팀도요. 대본은 2줄이어도 반나절 동안 찍거든요. 봉순이가 민혁이를 가볍게 안아 올려서 간다는 지문도 더미, 와이어 등 할 게 많아요.”

   
 

JTBC 드라마의 잔혹사를 끊어준 ‘힘쎈여자 도봉순’. 하지만 박보영은 지금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다만, ‘힘쎈여자 도봉순’ 출연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했단다. 박보영은 꽤 오랜 시간 ‘힘쎈여자 도봉순’의 촬영, 작업을 기다려야 했다.

“이 드라마를 하는 것에 만족했어요. 항상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안 해 본 캐릭터를 시도하는 게 목표였거든요. 장르가 다른 드라마를 찾기 힘들더라고요, ‘힘쎈여자 도봉순’은 아직 방송사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만났어요. 꽤 오래 기다렸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JTBC 채널에 대한 걱정, 고민도 있었고요. 감독님과 (박)형식이를 만나면서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힘쎈여자 도봉순’ 현장은 박보영에게 행복이자 즐거움이었다. 아버지 유재명, 엄마 심혜진을 비롯해 김원해, 임원희 등 여러 선배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이 박보영에게는 신기하고 재밌는 기회였다.

“선배들과 같이 연기하면서 현장에서 많이 배웠어요. 아이디어가 정말 많고 장면 하나를 그냥 넘어가지 않아요. 특히 오돌뼈(김원해)랑 촬영하면서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 대사 톤으로 연기하시니 저는 계산하지 않고 연기를 해요. 오돌뼈 연기를 하는 날은 오돌뼈가 돼서 촬영장에 오세요. 스태프에게도 오돌뼈처럼 얘기하고 그 사람이 돼 나타시니까요. 저는 그렇게까지 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데뷔 11년 차인 박보영은 영화 ‘과속스캔들’ ‘늑대소년’ ‘피끓는 청춘’ ‘돌연변이’ ‘열정같은 소리하고있네’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힘쎈여자 도봉순’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많은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고 호평을 받았지만 아직 박보영은 자신감이 크지 않다. 쏟아지는 칭찬에 취할 법도 하지만 박보영 본인에게는 아쉬움도 많다.

“연초에 나를 믿고 사랑하자는 계획을 세워요. 대본을 받으면 ‘할 수 있어’가 아니라 ‘이걸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을 해요. 자신감이 많지 않아요. 다른 사람이랑 모니터를 잘 못 해요. 혼자 보면서 ‘저 때 힘든 것 아는데 더 했어야지!’ ‘잠 못 잔 것 아는데 왜 저런 것 놓쳤을까!’ 이런 생각이요. ‘늑대소년’을 촬영할 때 초반에 밥 먹는 장면이 많아요. ‘나는 왜 밥을 먹지 못할까?’ 생각했어요. 평소에는 식사하면서 대화를 잘하는데 연기하면서는 밥 한술을 못 뜨는 거예요. 대사할 타이밍을 찾느라고요. 이번 드라마에서도 오돌뼈한테 커피 타주면서 대사하는데 대사를 하면서 커피를 젓고 싶었거든요. 리허설을 엄청 했어요. 걸을 대 긴장해서 걷거나, 자유로운 시선 처리 같은 거요. 대본에 ‘본다’라고 쓰여 있어서 보는 티 나는 게 싫었거든요. 감정 연기도 힘들지만 일상 연기는 너무 힘들어요.”

   
 

대중들은 박보영을 두고 ‘귀엽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하지 않을까? 박보영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한때는 이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제가 섹시한 건 아니에요. 어쩔 수 없어요. 작고 ‘센’ 인상이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해요. 바꿀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연기하면서도 신체적인 한계가 있기도 한데 받아 들어야 해요. 스트레스받을수록 안 좋은 것은 저예요. 그렇게 안 보이려고 다른 캐릭터를 많이 했어요. ‘과속스캔들’ 미혼모, ‘늑대소년’ 병약한 상처 많은 소녀, ‘피끓는 청춘’ 일진 영숙이. 근데 왜 사람들이 그렇게 봐줄까 궁금했어요. 드라마를 하면 사람들이 보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죠. 사랑스럽거나 밝은 것 하자는 마음이 있었어요. 영화는 욕심을 부려서 하고 싶은 것 하지만 드라마는 대중이 원하는 것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에요. 근데 하고 싶은 건 할 거예요.(웃음)”

사람들이 모르는 박보영의 모습을 묻자 박보영은 “나쁜 면도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상냥하게 웃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상상되는 박보영. 하지만 사람인지라 짜증도 나도 신경질을 낼 때도 있다고.

“저 안착해요. 약간 ‘순둥’하게 생겼다고 하는데 무표정으로 있으면 ‘안 좋은 일 있냐’고 물어봐요. 방송에서는 항상 웃는 모습이니까 고민할 때도 있어요. 제가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보통의 말투)’라고 하면 생각보다 차갑다고 해요. 저라고 항상 ‘언니~ 아메리카노 주세요~(하이톤으로 상냥하게)’나도 모르게 나의 감정을 숨기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굳이 그렇게 안 하려고 해요. 꾸며진 모습은 아닌 것 같아서요. 차갑게 생각하면 어쩔 수 없어요. 차가운 면이 있으니까.”

   
 

드라마가 종영하고 하루의 휴식 후 며칠의 인터뷰가 남은 박보영은 하고 싶은 것을 묻자 “알람을 안 켜고 자고 싶다”라고 소소한 바람을 드러냈다. 또 서점에 가고, 밤에 산책하러 가는 일상을 꿈꿨다. 하루 동안 주어진 휴식에 박보영은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기에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책을 안 읽어서 책을 읽어야겠어요. 인터뷰하기 전에 일기장을 보는데 ‘세상에 미쳤나 봐. 맞춤법을 이렇게 썼어?’라고 싶은 게 있더라고요. 졸면서 썼다고 생각하면서 고쳤어요. 인터뷰를 하기 전에 일기장을 봐요. 어렸을 때는 쓸 말이 없어서 싫었어요. 인터뷰할 때 에피소드 질문을 받으면 너무 힘든 거예요. 도저히 기억이 안 나서요. 일기장을 보면 생각이 나요.”

첫 촬영을 마치고 난 다음도, 촬영 중 잠을 자지 못한 날도, 모든 박보영의 일상이 일기장에 적혀있다. 이 일기장을 사기 위해 박보영은 직접 서점에 갈 정도다. 종이 재질, 칸 등 세심한 선발을 걸쳐야 박보영의 일기장이 될 수 있다. 일기장에 적힌 내용 일부도 들을 수 있었다.

“제 글씨를 보면 이날은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어요. 화를 주체 못 해서 글씨를 꾹꾹 눌러서 써요. 기분 좋은 날은 글씨체가 예뻐요. 김원해 선배가 후암동에서 골목길 밤 촬영을 하는데 대기하느라 낚시의자에 앉아 있었어요. 쪼그려 앉아서 달을 보면서 얘기하는데 신기하더라고요. 이렇게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니! 선배님이 가족들과 ‘과속스캔들’을 보면서 저 친구는 누굴까 궁금하셨대요. 선배님도 나와 하게 돼 너무 좋다고요. 그날 일기에는 온통 행복한 얘기더라고요. 이 작품 하면서 많이 받았는데 커다란 선물은 선배들이란 걸 느꼈어요. 도봉순 일기장의 반은 화난 것과 좋은 것이에요.”

‘힘쎈여자 도봉순’의 일기가 마무리돼 가는 박보영. 또 다른 일기장에 적어 내려갈 이야기들이 기다려진다.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