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원라인' 진구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게 소원, 매 작품이 선물이죠”
[SS인터뷰] '원라인' 진구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게 소원, 매 작품이 선물이죠”
  • 승인 2017.04.05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속 ‘장과장’ 처럼 저도 선과 악이 애매모호한 사람이에요.”

‘원라인’ 속 작업대출의 전설 ‘장 과장’을 연기한 배우 진구는 자신을 이렇게 설명했다. 영화 속에서 선과 악을 명황하게 구분짓기 어려운 캐릭터인 ‘장 과장’은 “은행에서 돈 받게 도와주는 게 내 잡”이라고 자신의 사기를 정당화 시키면서도 ‘3D 대출’로 구분되는 최악의 대출만은 절대 권하지 않는 나름의 소신을 지킨다.

“감독님과 제가 의도했던 게 ‘애매모호한 인간’을 그리는 거였어요. 선도, 악도 아닌. 생각하기에 따라 헷갈리는 연기를 하고 싶었고, 감독님께서도 그런걸 원하셨어요. 실제로 제게도 선과 악이 모호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장 저랑 닮아있는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자신을 선과 악이 애매한 인물이라 표현한 진구의 대범함에 재차 확인 질문을 던졌다. 여전히 그의 대답은 “YES”였다.

“네, 분명히 그런 경계의 애매모호함이 있어요. 마치 장과장처럼요. 선과 악, 왕자와 거지. 그런 걸 다 소화할 수 있는 뭔가가 제게 있는 것 같아요.(웃음) 제가 의도한 건 아닌데 제가 선한 역할을 하면 관객들이 반전을 의심하시고 제가 악당 역할을 하면 저에게 약간의 연민을 느끼세요. 그건 저만의 장점인 것 같고 선천적인 것 같아요. 굴곡이 많은 삶을 살아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요. 부와 빈을 다 겪어보고 거품이 가득 찬 스타와 거품이 다 빠진 무명 배우도 겪어보고.. 관객분들이 그렇게 저에게서 이중적인 모습을 봐 주시는 것은 연기자로서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2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최근 영화 ‘원라인’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배우 진구를 만났다.

영화를 어떻게 봤냐는 질문에 “다음 작품이 안 들어오진 않겠다 정도”라는 위트있는 대답을 내놓은 진구는 영화의 공을 임시완에게 돌렸다.

“시완이가 많이 잘한 것 같아요. ‘오빠 생각’ 때 보다 훨씬 많이 (연기력이) 는 것 같아 보여요. ‘원라인’은 어떻게 보면 임시완이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영화인데, 어느덧 영화 한 편을 혼자 끌고 나가는 내공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미숙한 부분도 있겠지만 이번 작품으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원래 뭐든지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려고 하고 항상 부담을 가지고 몰두해서 작품에 참여하는 친구였는데, 저도 과거에 그랬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작업 중에 시완이에게 여유를 가르쳐줬어요. ‘네 책임이 아니라 공동책임이고, 공동작업이다’하는 걸 알려주면서 조금 편안하고 여유로운 연기관을 알려줬죠.”

‘원라인’ 속에서 임시완을 작업대출의 세계로 이끄는 전설적 인물이자 정신적 지주로 열연을 펼친 진구. 하지만 진구와 ‘원라인’의 만남은 기획 초반, 성사되지 못할 위기를 맞기도 했다.

앞서 ‘원라인’ 장 과장 역으로 출연을 제안 받았을 당시 진구는 한차례 이를 고사했었던 것.

“첫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가  ‘태양의 후예’ 그리스 촬영 중일 때였어요. 그 당시에 심적, 육체적으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거든요. 그 때 대본을 처음 받으니까 지친 상태에서 잘 읽혀지지 않더라고요. 제가 평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얼마나 시나리오를 빨리 읽느냐인데, 원라인은 참 안 넘어갔었어요. 제가 재미있게 읽고 완벽하게 이해를 해야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데 관객분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여드릴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고사를 했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원라인’ 속  능구렁이같은 장 과장 역으로 출연하게 된 진구. 첫 제안을 고사했던 그의 마음을 돌린 것은 양경모 감독과의 만남이었다.

“회사에서는 굳이 자꾸 시킬려고 하길래 (웃음) 그러면 양경모 감독님을 한 번 만나보게 해 달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감독님을 만나서는 ‘감독님, 저는 이 캐릭터와 시나리오의 매력을 찾을 수가 없어요. 설득을 좀 해주세요’라고 말했죠. 그러자 감독님께서 실제로 인터뷰했던 사기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면서 저를 감으셨어요.(웃음) 실제 제 캐릭터의 근간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진짜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고, 대출 사기의 위험성을 알려주고 싶더라고요. 무엇보다 ‘돈보다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마침 제가 힘든 상황이었는데 분량이 많지 않고 가볍게 참여할 수 있어서 좋기도 했고요. 감독님께서 평소 저답지 않은 역할을 원하셨던 것도 재미있었고요. 제가 원래 까불까불 하기도 하고 부드러운 성격인데 ‘지금 딱 이 모습을 보여 달라. 서 상사가 저런 모습도 있구나 신기할 것 같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도 이게 새로운 재미였고요.”

‘태양의 후예’ 속 ‘서 상사’는 진구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인생작’을 만들어 준 캐릭터. ‘태후’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한 덕분에 배우 진구에게 대중들의 큰 사랑을 안겨줬다. 배우로서 인생작을 만난 것은 행운이지만 너무 크게 각인된 ‘서 상사’의 이미지는 진구에게 연기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터. 이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더 큰 변신에 대한 압박은 없는지 질문이 이어졌다.

“15년 동안 연기를 해보니까 제가 하고 싶다고 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더라고요. 제 마음대로 되는 것도 하나도 없고요. 항상 마음을 비워놓고 있어요. 작품 하나 하나를 선물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더 잘되는 커다란 선물을 받으면 좋겠지만 작더라도 필모에 추가되는 것만으로도 선물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이야 ‘믿고보는’ 연기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진구지만 2003년 ‘올인’으로 데뷔한 이후 진구에게도 힘든 시간은 있었다.

“2003년에 이병헌 선배님 아역으로 출연해서 엄청난 이슈가 됐었어요. 그런데 그 이슈는 딱 보름 가더라고요. 이후에 정말 거품이 그대로 빠지고 큰 상처를 받았었죠. 그렇게 독기만 품은 채로 오디션을 보는데 독기만 있고 준비는 안 돼 있는 상태로 건방지게 주인공만 하려고 하니까 2년 반동안 모든 작품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마지막에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비열한 거리’ 오디션에 갔었는데 그 마음이 통했는지 감독님께서 캐스팅 해주셨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연 아닌 조연 캐릭터로 출연했었어요. 주인공이 아니라도 연기자는 연기자구나 하는 걸 그 때 배웠어요. 욕심은 버릴 수록 좋은거라는 것도요. 또 작품이 잘 안될수록 상처를 안받고, 잘 됐을 때는 남들보다 3배는 기뻐하는 법도 알게 됐죠.”

   
 

어느덧 데뷔 15년차가 된 진구, 14년의 연기 생활을 걸어오며 자신의 연기 생활에 성적을 매겨보자는 이야기에 진구는 미소를 지었다.

“잘 살았던 것 같아요. 14년 동안 1초의 순간도 버리고 싶은 순간이 없을 정도로 항상 행복했고 불평불만 없이 살아왔던 것 같아요. 나름의 힘든 점도 불만도 있었겠지만 ‘비열한 거리’ 때 사랑을 받은 후로 세상을 사는 게 너무 편해졌어요. 큰 돈을 벌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되고, 내려놓다보니 ‘태양의 후예’ 처럼 큰 사랑을 받을 기회도 잡게 되고. 그런 큰 사랑은 조인성, 송중기, 현빈 그런 대형 남자 스타들을 위한 건줄말 알았지 나는 소소한 사랑을 받으면서 늙어 죽을 때 까지 연기하는게 소원이었는데 이런 깜짝 선물이 오니까 더 살아보고 싶고 앞으로가 기대되더라고요.”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작품 활동이 없을 때는 집안 일과 육아도 도울 수 있어 행복하다는 말을 덧붙이며 느긋한 말투로 행복을 이야기하는 진구에게서 자유영혼 같은 유유자적함과 여유가 느껴졌다.

“여유를 갖고 살자는 마음가짐을 늘 가지고 있어요. 역할이 크던 작던 작품이 들어오늘 걸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출연료도 주고 경험도 시켜주고, 저한테는 모든 것이 다 좋은 일이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항상 다음 작품들이 기다려지는거고, 즐기면서 하다보니까 죽을 때 까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조바심 내지 않고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