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피고인’ 김민석이 시청자에게 보낸 신호
[SS인터뷰] ‘피고인’ 김민석이 시청자에게 보낸 신호
  • 승인 2017.04.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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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BS 2TV ‘태양의 후예’를 시작해 SBS ‘닥터스’ ‘피고인’에 출연한 신인 배우가 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에 연달아 출연한 신인 배우 김민석. 이쯤 되면 시청률 요정이다. ‘피고인’에서는 극중 지성의 감방 동료이자, 딸 신린아(지성 분)과 도피하며 그를 지키는 이성규로 열연해 호평을 받았다. 최종회에서 28%로 종영하며 흥행까지 잡았다. ‘태양의 후예’ ‘닥터스’에 이어 또 다시 흥행의 맛을 본 것.

‘피고인’이 끝난 후 오키나와로 포상휴가까지 다녀온 김민석을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청률의 요정 SBS의 아들이란 말에 김민석은 웃으며 “운이 좋다고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제가 시청률 신경 쓰면서 연기할 것도 아니지 않나? 절대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는다. 선택을 잘 받았다. ‘태양의 후예’ 전까지 제가 출연한 작품을 보면 태후 전까지 작품을 보면 시청률이랑 관계가 없다. 그에 대한 보상이 아닐까”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작은 역할이었지만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덕분일까? ‘태양의 후예’ 이후로 김민석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고, 김민석 역시 1년 여 사이 달라진 상황에 늘 조심하면서 지내고 있단다.

“예능 드라마하면서 갑자기 너무 알려지니까 부담이 되는 게 있어요. 갑자기 연예인 신분으로 상승한 것 같은 생각? 이게 자유도 줄고 행동도 하나하나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 갑자기 찾아와 당황스러웠어요. 복에 겨운 소리일 수 있는데 갑자기 찾아온 변화잖아요. 조금만 정신을 안 차리면 이상한 방향으로 갈 것 같은 생각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요. 사실 전 호불호가 분명하고 자유로운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내 주장을 얘기한다면 거만하다는 생각을 할까봐, 그렇게 보이는 게 싫더라고요. 대중들에게 보이는 건 밝고 쾌활하고 열심히 사는 애잖아요. 원래 가진 성향을 바꾸고 싶지는 않아요. 자유가 없어진 것에 대한 풀 방법을 아직 찾는 중이에요. 선배들은 다 하나씩 방법이 있더라고요. 오랜 벗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기도 해요.”

김민석은 최근 출연하는 작품마다 ‘명장면’을 한 가지씩 남겼다. 의사로 출연한 ‘닥터스’에서는 수막종을 투병하며 수술을 위해 삭발을 했다. ‘피고인’에서는 가족을 죽인 죄책감에 목숨을 끊으려는 지성을 향해 “내가 죽였다”라며 서늘한 고백을 해 충격을 안겼다.

“‘닥터스’ 삭발 장면은 관심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관심 못 받았으면 머리만 불쌍했죠(웃음). 조금은 예상했어요. 근데 기사에 고민이 없었다고 나온 적이 있는데 고민 많았어요. 신체 일부인데 고민 안하는 게 이상하잖아요. 인간 김민석과 최강수를 나눠 생각했는데 안할 수가 없더라고요. 좋아하는 게 연기고 되고 싶은 게 배우니까, 하나의 통과 의례라 생각하고 진심으로 임했어요. 신체적으로 고통스러운 것은 할 수 있는데 정신을 못살게 구는 역할이 더 힘들어요. 그런 고민이 많아요.”

‘피고인’이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작품이었다. 하연이를 유괴한 ‘유괴범’이었지만 지성의 도움으로 출소한 후 함께 도피를 하며 그를 끝까지 지키려 하는 인물로 변화했다. 누군가를 배신하고, 아이와 쫓기는 연기야 말로 정신을 못살게 굴지 않았을까?

“많이 고통스러웠어요. 드라마 분위기를 따라 가는지 집에 있어도 우울하고 밖에 나가서도 기분이 안 나더라고요. ‘태양의 후예’ ‘닥터스’ 때와를 달랐어요. 입맛도 없고 이번에 4kg이 빠졌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나한테 이런 면이 있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엄기준, 지성 선배를 보면서 ‘내 내공으로는 안 되겠다’ 싶었죠. 제게 주어진 상황도 힘든데 지성 선배는 후배들, 스태프까지 챙기시더라고요. 내가 갈 길이 에베레스트라면 난 아직 해발 100m라고 생각했죠.”

   
 

시청자들은 6회까지 이성규가 도로교통법 위반 및 공무집행 방해로 구속 기소된 어린 청년인 줄만 알았다. 그래서 6회 엔딩의 반전이 더 놀랐지만, 김민석은 유괴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성규 역할을 시작했다.

“유괴범인 것은 알고 들어갔지만 숨겨놨죠. 감방 방면을 촬영할 때는 정말 괴로웠어요. 박정우에게 밥을 챙겨주고 징벌방 못 가게 말리고 교도관에게 맞지 않게 돕잖아요. 연기하면서 정우형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어요. 시청자들에게 들키지 않게 하고 싶었어요. ‘피고인’을 처음부터 다시 본다면 알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눈을 본적이 없다는 것을. 제가 시청자들한테 보낸 신호죠. 시선을 어깨로 한다거나 하면 더 이상하잖아요. 너무 숨기면 시청자들이 알아차리고. 그런 스트레스가 있어서 차라리 감방을 나가 피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박정우의 눈을 바라보지 못한 이성규가 눈을 마주치는 첫 장면이 6부 엔딩이었다.

“정우형이 죽는 게 싫어서 6부 엔딩에서는 부딪힐 수밖에 없었어요. 설득 시키지 않으면 죽으니까 필사적으로 말려야 하잖아요. 노래까지 부르면서 대사를 살리는 게 힘들었어요. 강렬하게 얘기할 감정은 아닌데 엔딩이잖아요. 시청자들이 궁금해야 하니까. 근데 또 내 감정은 그게 아니고. 말은 조근 조근 서늘하게 했지만 눈은 울고 있더라고요. 제가 6부 엔딩을 보는데 이상하더라고요. 사실 갈피를 못 잡았어요. 지성 형님의 조언을 받았어요. ‘너와 나는 비현실 적 공간에 있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라. 네 목소리로 남이 깨는 것 걱정마라’. 진짜 디테일하게 조언을 해주셨는데 한방에 끝났어요.”

하지만 김민석이 딸을 잃어버린 아빠의 감정을 이해하기까지는 여러 노력이 있었다. 그 죄책감을 가지기 까지 김민석은 아이를 둔 친구에게 전화를 구해 묻거나, 직접 유치원을 찾아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했다.

“유치원으로 갔어요. 두 시간 동안 지켜봤는데 아이들이 하원하는 걸 봤거든요. 아이들을 유치원 버스가 아니라 직접 데려가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이거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집에 와서 강아지를 보는데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가 떠올랐어요. 개를 잃어버려도 돌아버리는데 친자식이 없어지면 어떤 기분일까? 그러고 나서 촬영을 하니까 정우형을 못 보겠는 거죠. 자식이 있는 친구에게 ‘자식이 없어지면 어떠냐’고 했더니 ‘돌지. 미치지’ 말하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유치원에게 간 거였어요.”

   
 

2011년 Mnet ‘K팝스타3’에 참여한 김민석이지만 가수 보다는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 가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니 “가수가 하고 싶으면 억지를 써서라도 앨범을 냈을 거예요. 그동안 내가 노래를 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살았구나 싶죠”라며 웃었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재밌다. 김민석의 할머니는 “12가지 기술이면 밥 빌어 먹는다”고 했단다. 지금은 하나만 열심히 하는 걸로 정했다. 지금 김민석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것은 연기라고.

“첫 현장에서 감독님의 ‘OK’를 들었는데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더라고요. 그 기분을 잊을 수 없어요. 거기서 시작된 게 여기까지 왔어요. 지금도 ‘OK’를 들으면 이상해요. ‘피고인’을 하면도 ‘너 이신에서 너무 잘했다’ 칭찬을 해주셨어요. 제가 생각해도 너무 잘한 게 아니고 모자란 것 알죠. 선배들이 용기를 심어주려고 얘기할 때 가짜인 것 아는데도 너무 좋더라고요. ‘피고인’은 극이 좋았고, 지성이 멱살 잡고 간 거죠. 지성 형이 없으면 안 되는 드라마에요. ‘네가 6부에서 스타트 끊어주고 엔딩 그렇게 안 해줬으면 우리 드라마 이렇게 못왔다’고 하는데 앞에서는 들을 때 멍했어요. 근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너무 외롭게 찍었거든요. 촬영 중간에 소주를 마신 적이 있는데 힘들고 잠도 못자는 상황에서 저를 불러 얘기를 해주니까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어요.”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로맨스 연기와는 인연이 없었던 김민석. “첫 여배우가 신린아”라고 웃었다. 로맨스 연기에 대한 질문을 하자 ‘짝사랑’을 하고 싶단다.

“뒤에서 지고지순한 짝사랑 하는 역할이 해보고 싶어요. 전 짝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요. 제가 좋아하면 항상 잘됐거든요(웃음). 짝사랑이 무슨 감정일까? 어떤 걸까? 아, 근데 여자를 여러 명 만난 건 아니에요. 한 사람을 오래 만났어요. 3~4년을 연애했거든요. 극중에서 짝사랑을 해보고 싶은 여배우는 아직 생각 안해봤어요. 저는 오늘 내일을 살지 훗날 계획을 짜는 사람이 아니거든요(웃음). 다음 작품은 우울한 것보단 가벼운 작품을 하고 싶어요. 옆집 오빠 같은 역할로요.”

어쩌면 곧 가슴 절절한, 어쩌면 유쾌한 짝사랑을 하는 옆집 오빠로 김민석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