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보통사람’ 손현주, 굳은살 가득한 연기인생
[SS인터뷰] ‘보통사람’ 손현주, 굳은살 가득한 연기인생
  • 승인 2017.03.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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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추천하는 배우는 김병수, 손인용, 장마철, 이 친구는 이름이 장마철이에요. 정용철, 윤희원도 있고 장인섭, 이태영, 우정구도 묘해요. 이번에 함께 한 오연아도 주목해주세요. 얜 이미 떴어요? 얜 지워야겠다(웃음).”

연극을 거쳐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손현주는 오랜 기간 드라마와 영화 조·단역을 거쳐 정상의 자리에 선 대기만성형 배우다.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로 그해 연기대상을 수상했고, 영화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 ‘더 폰’ 등으로 ‘스릴러 킹’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그는 현장에서 ‘야’라고 불리던 시절부터 오늘날에 오기까지를 회상하며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지금의 자리가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손현주는 인터뷰 내내 겸손하며 소탈한 모습으로 일관했고, 후배를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손현주의 휴대폰에는 40여명의 배우들의 프로필이 저장돼있다. 어떤 작품이든 오디션의 기회는 주고 싶다는 손현주는 인터뷰 도중에도 휴대폰을 꺼내 후배 배우들을 소개했다.

한동안 슈트를 입고 날이 선 모습들을 보여줬지만 사실 그에게는 이런 소탈한 모습이 어울린다. 1980년대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린 형사의 이야기를 담은 ‘보통사람’에서 손현주는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가장으로 분해 오랜만에 진한 사람 냄새를 풍긴다.

   
 

“1970년 상황에서 회의 끝에 1980년대 상황으로 바꿨어요. 연쇄살인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인데 격동의 시기를 담아보려고 했더니 한계가 있는 거죠. 2~3년 전만 해도 이런 영화가 나오기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려움을 안고 찍었었죠. 원래는 ‘공작’이라는 제목이었는데 하도 요즘 비슷한 제목들이 많아서 ‘보통사람’으로 지었죠. 예전보다 좀 풀어졌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런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1987’도 있고 ‘택시운전사’도 있죠. 아마 다들 어려웠을 거예요. 저희도 투자 받기까지 힘들었어요. 그래서 본전은 했으면 하는 마음이죠.”

영화는 격동의 80년대를 다루는 만큼 예민한 국가, 정치적 상황이 담겨있다. 투자를 받기까지 어려움이 있었고 2년의 기다림 끝에 영화가 제작됐다. 영화의 배경인 80년대 당시 손현주는 대학생이었다. 당시 학생들은 거리로 나가 데모를 하고 전경들과 부딪쳤다. 대립하는 학생과 전경들을 옆에서 지켜 본 손현주는 서글프다는 감정이 들었다.

“1984년도에 제가 대학교 1학년이었으니 멀지 않은 과거였어요. 늘 있었던 이야기고요. 제 곁에서 하얀 분말이 늘 쏟아졌고요. 안 쏟아지는 게 이상한 때였으니까. 격동의 시기는 맞습니다. 저희는 방황의 시기였고 갈들의 시기였어요. 학교에서 소소하게는 등록금 투쟁이 있었고 88올림픽 전에 무수한 일들이 벌어졌죠. 그 시절에 대학을 다녀서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죠. 학교 다닐 때 연극을 시작했는데 연극영화과 중에는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지금도 그렇지만 전경과 대학생 서로가 서글픈 거예요. 결국 대학생들이 나중에 전경이 되는데 그때는 죽일 듯이 싸우죠. 지금 생각하면 서글퍼요.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그런 세월을 늘 겪으면서 다녔죠. 그런 시대의 이야기를 김봉한 감독이 그린 거죠.”

   
 

‘스릴러 킹’, ‘믿고 보는 배우’ 등으로 불리며 대중들에게 신뢰받는 배우인 손현주는 “처음 방송국에 들어왔을 때는 거의 ‘어이’ 아니면 ‘야’로 불렸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손현주는 힘들었던 시기를 ‘굳은살’이라고 표현하며 웃어넘겼다.

“지금까지 제 연기 인생을 보면 처음부터 배역이 주어진 인생은 아니었어요. 그러기 때문에 지금까지 치열하게 살아왔고 그런 사람들이 지금 영화, 드라마에 살아남은 거죠. 내일 일은 몰라요. 전 드라마에서 늘 2주짜리 인생이었어요. 2주 지켜보고 잘하면 계속 가고 아니면 마는 거였죠. 평균적으로 보니 2주라는 말이 꼭 달려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촬영을 3~4일씩 하고도 배역이 바뀌는 건 부지기수였어요. 새벽에 PD님이 전화해서 이제 안 나와도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면서 4일 촬영한 돈은 챙겨준다고 하는데 성질 같아선 안 받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일주일 뒤에 통장을 확인해 봐요(웃음). 그 돈으로 소주한잔 마시고 그랬죠. 지금까지도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그래서 살아남은 거예요. 그분들에게 고마워요. 굳은살을 만들어줘서. 제가 처음부터 배역이 쉽게 주어졌으면 지금 없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손현주는 1980년대와 30년이 흐른 지금을 비교하며 ‘보통사람’의 의미를 되새겼다.

“1987년이나 2017년이나 아버지의 사랑은 이유가 없잖아요. 아내와 아들을 지키기 위해 먼 길을 간 거죠. 그런 감정과 상황이 잘 와서 붙었어요. 그때와 지금이 뭐가 다를까 생각하게 되는 거죠.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뭐가 달라졌을까요. 사람 사는 환경은 좀 나아졌겠지만 생각은 나아져쓰까? ‘쓰까’ 말투 좀 쓸게요(웃음). ‘보통사람’처럼 살아가는 게 힘들다는 걸 요즘 또 느낍니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오퍼스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