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루시드 드림’ 고수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보다 하나의 감정에 집중”
[SS인터뷰] ‘루시드 드림’ 고수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보다 하나의 감정에 집중”
  • 승인 2017.02.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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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촬영을 마친 ‘루시드 드림’이 오랜 기다림 끝에 베일을 벗었다. 자각몽과 공유몽 등 국내 영화에서는 시도되지 않는 소재들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루시드 드림’은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기억추적 SF스릴러’라는 생경한 장르를 표방하는 ‘루시드 드림’은 부성애에 포커스를 맞춰 진행된다. 납치당한 아이를 찾기 위해 루시드 드림을 이용하는 대호 역을 맡은 고수는 납치 전 후의 간절한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단기간에 10kg이 넘는 체중을 감량했다. 조각 같은 모습으로 이름 앞에 ‘고비드’라는 수식어를 붙인 고수는 영화 초반 배불뚝이 아저씨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일단 평범한 사람으로 시작했어요. 대기업 비리폭로 전문 기자인데 평범한 체형이 뭘까 생각했죠. 저는 새롭지 않은 모습인데 보시는 분들이 새롭게 보셨나 봐요. 평소에 관리를 안 하면 그 정도는 아니지만 좀 쪄요. 이후에는 살을 빼고 좀 더 초췌하고 힘든 모습을 보이고자 했죠. 사실 이런 부분은 배우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부분이라 홍보팀에 홍보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었어요.”

국내에서 잘 시도되지 않았던 꿈을 소재로 한 영화, CG 작업은 필수이며 연출은 신인감독이 맡았다. 선뜻 참여하기에는 위험한 요소들이 많았지만 소재가 흥미로웠고 감정에 이끌렸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꿈속에 들어가고 단서를 찾아가는 모습들이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했어요. 시나리오를 끝까지 읽고 대호의 심정이 이해되면서 뭉클했어요. 기대감을 갖고 촬영에 임했고 완성된 영화를 보니 텍스트에 있는 것들이 잘 구현이 됐다고 생각해요. 감독님 봤을 때 너무나 생각이 뚜렷했어요. 에너지가 워낙 좋았고 현장에서도 대담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배우들을 믿어주시고 주저하는 모습은 거의 못 봤어요. 준비를 오래 하셨고 ‘루시드 드림’이라는 소재와 영화에 관해서 의욕 있는 모습을 많이 봤죠.”

   
 

실제 두 아이의 아버지인 고수는 시나리오를 읽으며 대호의 감정에 이끌렸다. 꿈속을 오간다는 판타지적인 부분이 있지만 아이와 범인의 흔적을 찾아가는 아버지의 감정은 현실적이고 간절하다. 고수는 넓은 연기적 스펙트럼을 선보이는 것보다 깊은 부성애 하나에 집중하며 촬영에 임했다.

“꿈속이 어떻게 구현될지 모르니 감독님과 꿈으로 들어갈 때와 깰 때 어떻게 할지 상의했어요. 블루스크린 앞에서 촬영할 때 대화를 많이 나눠야 했죠. 대호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표현하기 보다는 주된 감정 하나를 가지고 연기했어요. 대호의 감정이 깨지지 않게 잘 이끌어가는 게 제 임무였다고 생각해요. 기교적인 설정이나 애드리브보다는 진정성을 가지고 임했어요. 모든 장면을 고민했고 기억에 남는데 감독님과 함께 중요하게 생각했던 장면은 후반부예요. 그 장면에서 대호의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그 부분을 위해 끝까지 달려갔어요. 아이를 잃고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대호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잖아요. 현장에서 에너지를 낮게 해서 갔어요. 게이지로 치면 0으로 시작해야 대호의 심정이 잘 표현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어요.”

1998년 뮤직비디오를 통해 데뷔해 수많은 드라마, 영화에 출연한 고수는 차분한 말투와 선한 눈빛 때문인지 그의 연기 경력에 악역은 공란에 가깝다. 연기 변신을 하고 싶은 욕심은 없느냐는 물음에 고수는 최근 악역에도 욕심이 생긴다며 의욕을 보였다.

“변신하고 싶은 욕구는 있죠. 사람이라고 다 선함, 악함 중 한 가지만 갖고 있진 않잖아요. 요즘 들어 선의 반대편에 있는 인물들이 궁금해졌어요. 이전에 연기한 캐릭터들이 어느 정도 변화는 있었지만 딱 악역이라고 말할 캐릭터는 없었어요. 제안은 들어오는데 기회가 되면 잘 해볼게요. 웃으면서 사람 간 쓸개 빼가는 사람도 해보고 싶어요(웃음).”

   
 

지난해 특별출연한 ‘덕혜옹주’를 제외하면 2014년 개봉한 ‘상의원’이 고수의 영화 최신작이다. 아쉬운 흥행 결과를 남겼던 ‘상의원’ 이후 ‘루시드 드림’과 ‘이와 손톱’이 촬영을 마쳤으나 개봉이 미뤄졌다. ‘루시드 드림’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것 같은데 고수는 말을 아꼈다.

“많이 봐주시면 좋죠. 늘 노력하고 열심히 하면 찾아오는 보너스 같은 거죠. 그렇다고 무조건 흥행을 좇아서 작품을 하지는 않아요. 저는 재미있게 봤는데 남들은 아닐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대체로 저에게 재미있는 작품을 선택해요. 그전에는 관심 없다가 갑자기 꽂히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딱히 어떤 기준을 설정해서 시나리오를 보진 않아요.”

고수는 현재 영화 ‘남한산성’을 촬영 중이다. 공교롭게도 함께 촬영 중인 이병헌 주연의 영화 ‘싱글라이더’가 22일 동시에 개봉한다. 고수는 “‘루시드 드림’은 희망이라는 단어로 말씀드리고 싶다. 소재가 독특한데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분들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가 될 것 같다”며 ‘루시드 드림’을 추천했다. ‘루시드 드림’과 함께 ‘이와 손톱’의 개봉을 기다리는 고수는 ‘남한산성’까지 올해 안으로 개봉한다면 세 작품으로 관객들 앞에 나서게 된다.

“관객들을 찾아갈 영화가 올해 두 작품정도 더 있는 것 같은데 많은 사랑 받았으면 좋겠어요. 멀리 생각하며 여전히 배워나가고 성장하는 시기에요. 꾸준히 도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게 제 바람이죠.”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