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그래, 가족' 이요원 “발전하는 배우 되고 싶어요” 20년차 배우의 주관과 소신
[SS인터뷰] '그래, 가족' 이요원 “발전하는 배우 되고 싶어요” 20년차 배우의 주관과 소신
  • 승인 2017.02.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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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패션잡지 모델로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딛었던 여고생은 어느덧 굵직한 작품들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이는 20년차 배우가 됐다. 이요원의 이야기다.

청순가련의 표본같았던 초창기 이미지 역시 오랜 시간 연기 세월을 거치며 걸크러시라는 정 반대의 이미지로 변화했다. 자신 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행보라고 이요원은 말한다.

“저는 솔직히 이렇게 세고 카리스마 있고 그런 걸 잘 못했어요. 스스로도 잘 못한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초반 연기 변신을 해야 했을 땐 걱정을 하기도 했었지만, 신기하게도 이후에는 걸크러시 넘치는 캐릭터처럼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고민하게되는 연기를 계속 해왔었어요. 그러면서 저의 단점, 부족한 점. 작품들을 끝내면서 배우고 얻은 점 등을 통해 저만의 길을 만들어 온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만족감도 느끼고 여러가지 감정들을 느끼고 있어요.”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요원은 의외로 털털했고, 거침없었다. 스스로를 “까칠한 성격”이라고 소개하는 당당함까지. 생각했던 것과는 꽤나 다른 이미지에 당황하면서도 이요원이 새롭게 선택한 영화 ‘그래, 가족’ 속 캐릭터 수경에 적격이구나 하는 생각이 피어올랐다. 4남매 중 둘째인 ‘수경’은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은 하는 다소 까칠한 성격에도 속 정 깊은 커리어 우먼이었기 때문.

“수경 성격이 저랑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약간 까칠한 편이에요. 실제로도 치대고 이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웃음) 상대방이 그렇게 하면 제가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모르겠고, 민망하기도 해잖아요. 앞서 정만식 선배님께서 제가 안 웃긴 이야기에는 절대 안웃는다고 말씀하셨듯이 정말 안웃기면 안웃는 타입인데, 그럼에도 저 혼자 빵터지는 코드가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이요원은 ‘황금의 제국’ ‘불야성’ 등 재벌가의 야욕을 다룬 작품들에 출연하며 차갑고 냉정하면서도 불같은 야욕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그 덕분에 걸크러시 넘치는 여성 캐릭터들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지금, 이요원은 드라마 속 카리스마 있는 여성 캐릭터의 선두주자 격으로 꼽히는 배우가 됐다.

“처음 걸크러시 배역이 들어왔던 것이 ‘황금의 제국’이었어요. 그 작품을 통해 재벌이라는 역할을 처음 해 보고 기업 드라마 자체도 처음 해 봤었거든요. 처음엔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싶은 걱정도 있었지만, 한 번도 안해봤으니까 해 보고 싶은 마음에 선택했었어요. 당시 작가님이랑 정말 이야기를 많이 해보면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 잘 못하는 부분을 많이 이야기했고, 그런 점들에 맞춰서 잘 써주신 것 같아요. (잘 못하는 부분은 뭐였나?) 막 소리지르는 카리스마요. 사극에 나올법 한 그런 카리스마 있죠. 1차원적으로 ‘카리스마’라는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소리지르는 카리스마인데, 저는 그런 것을 잘 못하거든요. 발성도 좋은 편이 아니고.(웃음)”

이처럼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들이 주가 되는 작품에 연달아 출연해 왔던 이요원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영화 취향은 이와는 정 반대라는 의외의 이야기를 꺼냈다.

“저는 따뜻하고 잔잔한, 소소한 이야기를 좋아해요. 그렇다고 가족 영화를 골라서 보는 편은 아닌데, 그냥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보고 나서 찝찝하고 잔인하고 이런 영화는 잘 못보는 편이거든요. (겁이 많나?) 겁이 많지는 않은데 보면서 힘들어요. 보고 나서도 힘들기도 하고요. 굳이 극장가서 내 돈주고 영화를 보는데 스트레스를 받고싶지 않은거에요.(웃음) 대신 연기 할 때는 힘든 캐릭터들을 연기했던 것 같아요.”

이요원에게 ‘그래, 가족’은 2013년 ‘전설의 주먹’ 이후 4년만의 영화다. 그간 드라마에 집중해왔던 이요원은 4년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이유에 대해 “이제는 영화를 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욱씨남정기 찍을 때 ‘그래, 가족’의 시나리오를 받았었는데 비슷한 캐릭터 때문에 고민을 했었어요. ‘얘도 똑같이 욱하고 전문직 여성이네’하고요. 너무 똑같은거 연달아서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건 가족 영화잖아요. 가족이 메인이고,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오수경이라는 애가 욱하고 짜증내고 막말하는 것도 가족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점이 욱씨남정기와는 또 다르다고 생각했고, 인간적인 면이 많이 보여질 수 밖에 없다는 점 역시 다를거라는 생각을 하고 선택했어요. 또 이번 작품이 정말 오랜만의 영화였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없는 것 아닌 이상은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기도 했고요. 그래서 설사 (캐릭터가) 비슷할지언정 출연 하겠다고 했었죠. 요즘 걸크러시 캐릭터가 많은데, 제가 요즘 맡았던 캐릭터들이 다 그런 인물들이라 그런지 비슷한 역할 제의가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이번 영화에서 정만식, 이솜, 정준원과 함께 4남매 연기를 선보인 이요원은 세 자녀를 슬하에 두고 있는만큼 아역 배우 정준원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전하기도 했다.

“아역 배우와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 함께 촬영을 했던 적이 없었어요. 잠깐 잠깐 호흡을 맞췄던 것이 다였죠. 그래도 어느정도 아역 친구들에 대한 느낌은 경험해 봐서 알고 있었는데, 준원이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미팅할 때나 함께 식사할 때부터 굉장히 애늙은이 같은 어른스러운 느낌이 있었어요. 감독님께서 준원이를 생각하면서 ‘낙이’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생각했을 때 ‘딱이구나’ 싶었죠. 전혀 아역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고, NG도 한 번 낸 적 없고, 다른 배우들을 기다리게 한 적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호흡도 너무 좋고 잘 맞았었어요.”

이번 영화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 부분이 편집돼 아쉬웠었다고 전한 이요원은 앞으로는 조금 더 현실적인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일단 지금은 제가 너무 굳어있고 센 역할들만 했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조금 말랑하고 풀어진 듯한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영화로는 범죄 영화나 범죄 오락물도 좋을 것 같고요. 수사관도 좋고 악역도 좋을 것 같고요.”

   
 

올해로 20년차 배우가 된 이요원은 이 같은 이야기에 아직은 실감나지 않는다는 듯 “벌써 그렇게 됐더라고요”라고  입을 열었다.

“저는 제가 이렇게까지 될거라고 생각을 못했고, 20년동안 연기자 생활을 할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또 20년차가 되면 엄청나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연기는 하면 할 수록 생각이 많아지도 어려운 것 같아요. 스스로 너무 힘들기도 하고, ‘뭐가 안되는걸까’ 이런 생각이 크다보니까.(웃음) 어렸을 때는 조금만 잘해도 ‘잘한다’는 소리가 나오곤 했었는데, 지금은 주변에서 아무리 잘하고 있다고 말을 해줘도 그게 잘 안들리더라고요. 그런 점이 달라진 것 같아요.”

하이틴 잡지 모델로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포즈조차 제대로 취하지 못해 잘린 적도 있었다는 이요원은 이후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잡지 모델로 인정을 받았고, 연기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이요원은 다른 길은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말한다.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다양한 직업을 연기해 볼 수 있고,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이 직업이 아니었다면 저는 정말 평범하게 살았을 것 같아요. 꿈이 없었거든요.(웃음) 어릴 적 엄마는 약사가 되길 바라시긴 했었어요.”

이요원의 말대로 그녀가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함으로써 감수해야 할 많은 것들이 따라왔다. 쿨하고 대찬 이요원에게도 이는 행동의 제약일 수 밖에 없었다.

“어딜 가서도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게 크죠.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잖아요. 똑같은 장면을 봐도 해석하는게 틀리기도 하고요. 평소에 다닐 때 편하게 다니는 편이긴 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을 조심해야 하곤 해요. 어디 가서 컴플레인 같은 것도 못하고요.(웃음)”

   
 

2003년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한 이요원은 이후 자신의 사생활을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해오고 있다. 최근 많은 스타들이 사생활을 가감없이 공개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이날 인터뷰에서 역시 이요원은 자녀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공과 사는 철저하게 선을 긋겠다는 의미로 보였다.

“처음에는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욕을 엄청 많이 먹었어요.(웃음) 별다른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되게 단순한 이유에서였어요. 제가 결혼한 사람이 같은 일을 하는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 아니었던 만큼 제 직업과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는 것 때문에 가족이 피해를 보는게 싫었거든요. 단순히 그게 너무 싫어서 공개하지 않았던건데 이상하게 흘러갔던 것 같아요. 그냥 너무 싫었어요. (지금은 공개할 생각이 있나?) 아니요. 공개를 했을거면 진작 해서 처음에 얻어지는 많은 것들을 얻었을거에요. 그런데 그냥 그런 걸 다 포기하고 이렇게 살기로 결정을 한거죠.(웃음)”

최근 바쁜 드라마 촬영 일정에도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과정을 마치며 졸업장까지 따낸 이요원은 학업에 대한 욕심이 있냐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고 계획해서 인생을 살지 않는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토록 쿨하고 자기 주관이 확실한 배우 이요원은 남은 배우 생활에서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저한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최선을 다해 계속 발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