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푸른 바다의 전설’ 이지훈, 허치현을 위한 변(辯), 그리고 배우란 이름
[SS인터뷰] ‘푸른 바다의 전설’ 이지훈, 허치현을 위한 변(辯), 그리고 배우란 이름
  • 승인 2017.02.1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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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악역, 어딘가 불쌍하다. 지난 1월 종영한 SBS ‘푸른 바다의 전설’ 속 허치현은 비록 새아버지지만, 부잣집 큰 아들이었다. 극중 심청과 찜질방에 마주 앉아 삶은 계란을 까먹고, 가지런히 앞머리를 내린 도련님 인 줄 만 알았는데 ‘깐 이마’를 하고 나타나더니 벌벌 떨 만큼 악행을 저질렀다.

정확히는 아버지의 배신을 알게 된 후 이지훈이 연기하는 허치현이 달라졌다.

‘푸른 바다의 전설’이 종영한지 꽤 지나 이지훈을 만났다. 수십 매체와 인터뷰를 하며 ‘푸른 바다의 전설’을 돌아보고 있는 이지훈은 “촬영에 집중하느라 연기만 신경썼는데 주변에서 연락오고, 다른 곳에서 연락하는 것 보면 나한테 도움이 많이 됐던 드라마 였구나 싶어요”라고 고백했다.

신변잡기의 질문이 가볍게 오간 후 극중 헤어스타일에 대해 물었다. 12회를 기점으로 허치현의 심경의 변화와 함께 헤어스타일에도 달라짐이 있었다.

“시놉시스에 치현이가 중반 부분에 감정 변화가 생길 거라고 적혀있었어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악이 있어야 한다고. 그 부분을 보고 중간에 뭐가 있겠거니 싶었어요. 초반에 머리 내린 건 부잣집 도련님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제가 잘생기진 않았지만 최대한 귀티 나게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뒤로 흑화되면 그때 생각해보자 싶었죠. 근데 흑화를 해서 청이를 쐈네요….”

   
 

허치현은 어린 시절 허준재(이민호 분)의 액자가 깨진 후 비열한 웃음을 지어 혹은 싸이코패스가 아닌가?란 생각을 들게 하지만, 어쩌면 상속과 아버지의 문제로 ‘나쁜 사람’이 된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허치현을 연기한 이지훈에게 물으니 긴대답이 돌아왔다. 이쯤 되면 허치현 심경고백이다.

“어려서부터 사랑 받고 자라야하는 아이였는데 사랑보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는 사랑했겠죠? 애정결핍이 있었어요. 어려서 사랑을 못받아 소유욕이 강하고, 피규어를 모았을 거예요. 새아빠지만 아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생겨 진심으로 사랑받고 싶었겠죠. 엄마가 안 좋은일을 한다는 것을 미심쩍어 했고, 악행을 멈추고 싶어 하는 찰나에 허준재가 등장했어요. 아버지가 준재에게 상속한다는 것, 준재에게 하는 것을 듣고 무서웠을 거예요. 나랑 몇 십 년을 산 아버지인데 난 빈껍데기인 느낌이요. 그런 감정 속에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려 하는데 아버지는 나한테 표현을 안 하고 배신하니까 원망이 왔어요. 날 사랑하면 끝까지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엄마는 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고, ‘세상에 남는 건 너랑 나 둘 뿐이다. 그것만 알아둬’라고 해요. 무섭고 잘 보이고 싶어 한 엄마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나쁜 짓 한 것도 엄마 뿐이죠. 그런 생각에 엄마를 위험에서 구해야 겠다. 엄마말대로 엄마랑 나랑은 살아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준재와 다투고 엄마가 아버지한테 나쁜 짓 한 것 알면서 감추고 그러다 보니 후회하고…. 아버지의 죽음을 알고도 엄마를 살려야 한다는 것. 사건 진행되면서 일이 밝혀지면서 치현이는 무서워 졌을 거다. 자괴감 들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된 상황에서 엄마에 대한 원망, 준재에 대한 분노가 쌓여 극단적 선택을 한 거죠. 경찰서 가서 조사 받다 아빠에 대한 사실도 말을 안 하고 죽어가면서 마지막 말 한마디에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감정 심리상태가 나왔어요. 엄마를 저주한다고.”

그런데, 허치현이 정말 ‘나쁜놈’이었다면 자살하지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발악만 하다 교도소에서 형을 살든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이지훈에게 이를 물었다.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일지 몰라도 이지훈도 허치현이 마음이 약한 친구라며 감쌌다.

“나쁜놈 아니에요. 천성은 나쁜놈이 아닌데 착한 사람이 그런 상황에 치달았을 때 어쩔 수 없이 할 수 있는 행동 한 거다. 근데 착한 건 아니죠. 비밀 감추려고 남부장 호흡기 떼고 감추고 거짓 정보 흘리고 그건 행동과 순간 적인 두려움에 우발적으로 나온 행동이에요. 나 살려고 한거죠. 엄마가 세상에서 나쁜 사람으로 드러내지는 게 두려우니까 나 혼자 남으니까 그래서 치현이가 그런 행동 했어요. 드라마에서는 치현이가 총을 쏘지만 현실에서는 못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생각, 감정은 누구나 가질 거예요. 시청자들도 나쁘고 무섭다면서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있더라고요. 울고 사랑을 원하는 사람이라서 자꾸 구석으로 몰리고 나락으로 마음이 약한 친구예요.”

   
 

‘학교2013’으로 데뷔한 이지훈은 매해 안방극장을 찾았다. ‘최고다 이순신’의 조정석 비서, ‘블러드’ J, ‘육룡이 나르샤’ 허강, ‘마녀보감’ 선조 등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6년에는 무려 5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학교 2013’에서 교복을 입고 반항하던 이지훈은 벌써 서른이 돼 여러 캐릭터를 할 수 있게됐다며 기뻐했다.

“예전에는 형사같은 역할에 어리다는 이유로 제외됐는데 이제는 좀 더 많은 역할 할 수 있을 때가 된 것 같아서 기뻐요.(지난해 ‘전설의 셔틀’ 교복이 잘 어울리던데) 자세히 보면 수염 자국도 있고 안 어울려요(웃음). 박보검 유승호 이현우 서강준처럼 젊은 배우들 보면 제가 수염 제모를 해도 상큼함은 못 따라가요. 한살 한살 먹어서 얼굴에 멋이 좀 생겼으면 좋겠어요. 최민식 선배처럼요. 세월이 얼굴에 묻어있잖아요. 그게 좋을 것 같아요.”

2012년 방송된 ‘학교 2013’에 출연한 후 벌써 6년째 연기를 하고 있는 이지훈. 과거 인터뷰에서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다. 다른 건 부모님이 반대하면 쉽게 포기가 됐는데 연기는 안 되더라”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포기 안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포기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이걸 포기하면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하고 싶은 것 없을 거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중간에 힘들어서 진짜 길바닥에 나앉을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경제적, 육체적, 심리적 전부다요. 친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대구에서 연기 선생님을 해요. 연기하고 싶은 사람 마음은 다 똑같아요. 다른 모르겠지만 그 친구를 보면 참 힘들어요. 옛날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저는 운이 정말 좋은 거예요. 누가 주변에서 저한테 배우라고 하면 죄송해요. 대학로 가면 연기 잘하고 잘생긴 사람들 많아요. 그분들은 공연 한번 하면서 수입이 넉넉하지 않은데…. 저도 그 시간을 2년 반을 보냈어요. 지금은 사람들이 바라봐주는 사람이 됐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더 힘들 거예요. 진짜 힘들어요. 그래서 저는 그 사람들에게 덜 미안하기 위해 더 연기할 때만큼은 소중하게 생각해요. 잘하지 못하니까 소중하게 생각이라고 하자. 연기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말해서 ‘육룡이 나르냐’를 통해 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육룡이 나르샤’를 하고 나서 연기를 더 신중해지고, 처음으로 연기하면서 내가 말을 하고 있구나 싶었어요.”

   
 

첫 데뷔작을 마친 이지훈은 자신은 아직 배우가 아닌, 신인 연기자라고 칭했었다. 배우에 대한 조심스러운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

“데뷔 때 신인배우, 떠오르는 스타, 신예 이런 수식어를 하지 말아 달라고 했었어요. 겸손 떨고 있어 보이려는 건 아니에요. 제가 책을 읽었는데 ‘배우는 신과 같다. 예전부터 누군가를 표현하거나 예술 하는 사람은 신과같다’고 했어요. 난 연기자에요. 연기를 하려고 하는 사람. 시간 지나서 많이 연기했고 사람들이 사는 인생을 내가 가깝게 표현했다면 그때 가서 누군가 배우라고 먼저 불러주면 좋겠어요. 배우라고 한다고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에요. 저는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해요.”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고대현 기자, SBS ‘푸른 바다의 전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