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재심’ 정우, 집요한 고민이 만들어낸 진짜 감정
[SS인터뷰] ‘재심’ 정우, 집요한 고민이 만들어낸 진짜 감정
  • 승인 2017.02.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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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명 깊게 읽은 시나리오나 대사는 새로운 공간과 상황에서 다시 이야기 할 때도 그 감정이 그대로 튀어나와요.”

배우 정우는 인터뷰 도중 몇 번이나 울컥하는 감정을 억눌렀다. ‘재심’의 현우와 준영을 말하며 그때의 감정이 자꾸만 올라왔다. 포스터 문구만 봐도 울컥한다는 정우는 스스로 감수성이 예민하다고 밝혔다. 자신의 감정을 굳이 막으려 하지 않는다는 그는 “배우로서 도움이 되는 행동은 아닌 것 같아요”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영화 ‘재심’은 2000년 익산 약촌 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이다. ‘재심’에서 정우는 경찰의 강압적 수사와 증거 조작 등으로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했던 피해자 현우(강하늘 분)의 변호사 준영을 연기했다.

‘재심’을 촬영하던 정우는 캐릭터의 감정보다 자신의 감정이 앞서는 경우들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꾹꾹 눌러가며 고민하고 반복하며 촬영을 이어갔고, 정우가 아닌 준영의 진심을 담아냈다.

‘재심’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러했듯 인터뷰를 하는 정우의 모습도 거침없는 듯 조심스러웠다. 솔직하고 유쾌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가 하면 연기 외적인 부분이나 다른 이를 언급할 때는 한없이 조심스러웠다. ‘재심’에서 변호사 역을 맡은 정우는 ‘변호인’에서 변호사를 연기한 송강호와의 비교에 “언급 자체가 영광이고 평소 존경하는 선배님이다”라며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접하기 전에는 잘 몰랐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실화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많이 놀랐어요. 충격적이었고. 나아가 가족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촬영하면서 감정이 계속 쌓였어요. 이번 작품은 촬영을 하면서 전체적인 영화의 감정이 겹겹이 쌓이는 기분이었어요. 보통 촬영에 들어가면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는 경우가 적어요. 이미 수없이 읽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계속 다시 읽게 되더라고요. 전체적으로 다시 파악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재심’은 실존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다른 영화들과 달리 ‘재심’은 사회 고발적 성향보다 두 인물의 관계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보통은 인물이 변하는 포인트가 정확하죠. 그래야 영화적으로 관객들에게 친절하니까요. 저희 영화는 준영이 현우의 아픔을 믿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나 오늘부터 널 믿을게’라고 말한들 진짜로 딱 기점을 나눠 100% 그러한 믿음이 이뤄질까 생각해볼 때 아닌 장면들이 있어요. 현우와 준영은 그 전에 알던 사이도 아니고 준영은 사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건을 맡게 됐죠. 그런데 사건을 살펴보고 현우를 알아가면서 그의 아픔에 동요되고 그의 어머니와 동네 주민을 만나 애환을 들어주며 마음을 열게 되죠. 그래서 현우에게 자신이 변호사가 된 이유를 말해주고 ‘이제 내가 네 변호사다’라고 폼 잡으며 말한 것 같아요. 이후 함께 정보를 주고받으며 조력자의 역할을 하잖아요. 그러면서도 완벽한 믿음은 아니죠. 검사의 진술서 하나로 신뢰가 깨지기도 하는데 그런 과정들에서 캐릭터의 설득력이 생기더라고요.”

영화의 초반 분위기는 의외로 경쾌한 편이다. 정우는 초반부에서 능청스러우면서 허술한 속물근성의 변호사의 모습들로 관객들로 하여금 소소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러한 연출과 정우 특유의 생활연기는 피로감을 줄이며 서서히 몰입도를 높여가는 역할을 한다.

“원래 시나리오는 초반에 유쾌하지 않았어요. 무거운 소재의 영화인데 기왕이면 많은 관객들이 보고 따뜻함을 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감독님과 상의를 했어요. 영화가 긴장과 스릴이 있는 느와르도 아니고 휴먼드라마라서 두 시간동안 관객이 무거운 소재를 잘 따라올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너무 무겁지 않게 풀어냈으면 했고 감독님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판단했죠. 다만 제가 나와서 연기하는 모습이 실제 변호사님의 이미지가 될 수 있으니 조심스러웠어요. 그래서 매 신마다 표현의 정도를 두고 고민이 많았어요. 초중반까지는 여러 버전으로 촬영을 했어요. 사실 연기에 자신이 없어서 여러 버전을 욕심낸 것 같아요.”

   
 

정우는 강하늘과 끈끈한 친분만큼이나 완벽한 연기호흡을 보였다. 강하늘과 영화는 물론 예능을 통해 여행까지 함께 다녀온 정우는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들을 언급했다.

“워낙 연기를 안정적으로 하는 친구라서 불안하지 않았어요. 상대방을 편하게 해줘요. 예전에는 너무 배려가 넘쳐서 오히려 부담스러울 때가 있었어요. ‘쎄시봉’ 당시에는 저를 어려워했던 것 같은데 ‘꽃청춘’을 찍으면서 같이 먹고 자고 했더니 많이 편해졌죠. 밤에 잘 때 절 괴롭히고 때리고도 했어요(웃음). 그래서 ‘사람 많은 곳에서는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깍듯한데 사람 없으면 왜 때리냐’고 농담으로 말한 적도 있어요. 그러면 막 당황스러워 하는데 이젠 즐기는 것 같아요. 가만 보면 괴롭힘을 유도하는 것 같아요. 귀여움을 받는 이유가 있어요.”

강하늘을 이야기하는 정우의 모습에서 드라마 ‘응사’의 캐릭터가 살짝 겹쳐보였다. 친근하고 소탈한 이미지가 혹시 캐릭터를 한정시키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생길 때쯤 정우는 “그런 이미지가 역할을 선택하는데 장애가 될 거라 생각 안 한다”며 “오히려 친근하게 생긴 사람이 악행을 저지르면 몇 배 더 무섭게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단역에서 조연, 주연까지 17년 동안 꾸준히 작품에 매진한 정우는 끝으로 올해의 바람을 밝혔다.

“작년인가 재작년에는 인터뷰할 때 행복함을 갖고 싶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했는데 조금 바뀌었어요. 개인적인 바람은 작은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생활하는 거예요. 배우로서는 작품을 많이 해서 더 자주 인사를 드리고 싶은 생각입니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오퍼스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