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더 킹’ 배성우, 이토록 유쾌한 ‘충무로의 다작 요정’
[SS인터뷰] ‘더 킹’ 배성우, 이토록 유쾌한 ‘충무로의 다작 요정’
  • 승인 2017.02.0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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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의 다작요정’ 하면 빼놓지 않고 떠오르는 배우가 있다.

‘오피스’의 섬뜩한 일가족 살인범 김병국 과장, ‘내부자들’의 문방새시 대표인 박종팔 사장부터  ‘사랑하기 때문에’의 연애쑥맥 식신 안여돈 선생님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신스틸러로 영화의 묘미를 더하고 있는 배성우가 바로 그 주인공.

그런 배성우가 이번에는 영화 ‘더 킹’의 부패 검사 양동철로 변신해 2017년 벌써 두 번째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기억에 남는 연기를 펼쳐왔지만 약 1년의 시간동안 인터뷰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배성우는 “어쩌다보니 마지막 인터뷰 이후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소문대로 유쾌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 고스란히 느껴지며 인터뷰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배성우가 부패 검사 양동철로 분한 영화 ‘더 킹’은 개봉 전부터 관객들 사이에서 현실 정치를 제대로 풍자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개봉 이후 흥행 순항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배성우는 ‘더 킹’의 개봉 초기, 흥행의 기운에 기쁘기보다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다는 말을 털어놓았다.

“(스코어가) 예상보다 잘 된 것 같진 않고, 다행이다 정도에요. 처음부터 몇 백만 관객이 들어야지 기대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다행이다’라는 건 어떤 부분은 생각보다 좋고, 관객 스코어 역시 좋아서 다행이라는 건데,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영화를 보신 분들이 어떻게 보실까에 대한 걱정, 스코어에 대한 걱정, 배역에 대한 걱정 등 아직까지 걱정이 많아요.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걱정’인 것 같아요.(웃음)”

실제로 배성우는 ‘더 킹’이 첫 공개 됐던 언론시사회 당시, 이러한 걱정들 때문에 차마 영화를 관람하지 못했던 일화도 털어놨다.

“저는 언론시사회 전 기술 시사로 미리 영화를 봤었어요. 기술시사 같은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함께 시사를 하는 사람들이 영화 내용을 완전히 다 알고 함께 만들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보면서 관객 반응 같은 것을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어요. 그래서 더 영화를 보면서 이게 어떻게 관객에게 먹힐 것인가에 대한 감이 안오더라고요. 기술시사에서는 오히려 이런 저런 아쉬운 부분들이 주로 눈에 들어오니까 걱정이 더 됐죠. 심지어 ‘더 킹’은 조금만 보는 시점 등을 바꿔도 스토리 자체가 조금씩 바뀌게 되는 영화다 보니 후시 녹음도 많이 했는데, 관객분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이 됐었어요. 아주 일반적인 영화와는 조금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이걸 신선하게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였죠. 그래서 언론시사 때는 시사회장에 갔는데도 영화를 차마 못봤어요.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미 봤으니까, 영화관 앞에서 앉아서 감독님이랑 커피 마시고 있었죠. 실시간으로 관객 반응이 전해지는데 괜찮다고 해서 그제서야 한숨이 나더라고요.”

배성우는 이러한 걱정들이 비단 ‘더 킹’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이며 배우를 ‘고민의 직업’이라 표현했다.

“사실 연기라는 게 준비도 하고 계획도 하지만 정신 노동도 많고, 계획대로 뭔가 이뤄지지 않을 때가 많은 일이라서 고민도 많이 하게되고 걱정도 달고 살게 되라고요.”

   
 

‘더 킹’에서 배성우는 대한민국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 분)의 밑에서 입안의 혀처럼 굴며 권력을 부여받아 온갖 부패를 저지르는 검사 양동철 역을 맡았다. 배성우는 권력을 이용해 인간의 원초적이고 추악한 본능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양동철 역에 대한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꺼냈다.

“배역 자체를 제가 해석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사들이 워낙 잘 나와 있었어요. 서울대 나오고, 집안도 좋고. 전형적인 상류층 기득권에서 나고 자란 인물이었거든요. 주인공인 박태수(조인성 분) 같은 경우에는 자수성가 타입인데 반해 한강식, 양동철은 원래 기득권이었고, 원래 괜찮은 집안이었던거죠. 그런 점에서 양동철은 오히려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적으로 충분히 이해도 갔죠. 본인이 그런 세계 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먹고 살 수 있는 생존의 문제일 뿐 아니라 신분 상승에 대한 욕심도 있지 않겠어요. 그걸 위해서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는가라는 기로에 놓이고, 양동철은 나쁘지만 빠른 한강식이라는 인물에 편승하는 방법을 택한 인물인거죠.”

이어 배성우는 영화 속 ‘악역’을 연기하는 자신만의 신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배성우는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 섬뜩한 육욕에 사로잡인 인물 상호로, ‘내부자들’에서 안상구(이병헌)를 끝내 배신하는 오른팔 박종팔 사장 등으로 분하며 맥락있는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바 있다.

“어떻게 보면 교과서 같은 이야기기도 한데, 연기라는게 인물 자체에 목표를 갖고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누군가를 괴롭히는 게 목적으로 사는건 아닌 것 같아요. 살다보니까 못되지는 부분이 있는거죠. 저는 대부분의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이 이기심을 가지고 산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이기심이 잘 표현돼야 좀 더 드라마가 첨예해 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기심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하는거고요. 또 단순히 인물의 악한 모습만 표현하기보다는 살면서 나타나는 인물의 여러가지 모습을 다 가져 가려고 해요. 가슴으로 표현했을 때 관객들도 가슴으로 볼 수 있는거니까요. 분석하고 머리로 캐릭터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연기하는거죠.”

앞서 몇년간 다작 배우로 활약하다보니 이번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정우성과는 ‘신의 한 수’ ‘나를 잊지 말아요’에 이어 벌써 세 번째 호흡이라는 배성우. 대한민국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과 그의 수족 양동철로 분한 두 사람의 세 번째 호흡은 뭔가 달랐냐는 질문에 배성우는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신의 한 수’는 제가 특별 출연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호흡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좀 그렇지만, ‘나를 잊지 말아요’는 촬영이 많지 않아서 가는 날만 촬영을 했었음에도 가는 날은 늘 정우성 씨와 붙어서 촬영을 했었어요. 그 때는 제작까지 하셨던 거였거든요. 전반적인 상황을 책임져야 하는데다 역할 자체도 정우성 씨 위주의 역할이고, 제가 살짝씩 긴장감을 주는 정도의 역할이라 함께 촬영을 하면서 재미있었어요. 역할자체가 마음에 들었고, 또 워낙 베테랑 배우시니까 주고 받는 이야기들이 있었거든요.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저랑 정우성 씨, 조인성 씨 세 명이서 함께 해야하니까 계속 어울리면서 케미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정우성 씨는 작품 할 때도 그렇고, 감독으로서도 굉장히 욕심도 많고, 몰입감이 뛰어난 친구인 것 같아요. 무엇인가를 자기가 원하는 선까지 뽑아내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하는 편이거든요.”

   
 

배성우는 앞서 ‘베테랑’ ‘내부자들’에서도 굵직한 연기를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을 설계하는 비선실세 검찰들의 이야기를 담은 ‘더 킹’까지 출연했다. 정치에 대한 일련의 의식이 출연을 결심하게 만든 계기인지 궁금해졌다.

“작품을 택할 때는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성향에 맞으니까’라고는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게 이유는 아니었어요. ‘베테랑’과 ‘내부자들’이 워낙 관객분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는데, 그 때는 워낙 다작할 때라서.(웃음)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배성우의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시나리오의 완성도와 캐릭터의 다채로움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참여하는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뭔가가 충족이 안되더라도 다른게 충족이 되면 아쉬운 부분이 있어도 고르기도 하고, ‘다 좋은 데 이건 안하는게 낫겠다’는 큰 이유가 있으면 선택을 하지 않기도 하죠. (분량이 점차 늘고 있는데?) 사실 작품 택할 때 분량을 보고 택하지는 않아요. 작품이 좋고 캐릭터가 매력이 있고 내가 잘 해낼 수 있을 것인지를 주로 보죠. 하지만 분량을 아주 안보는 것은 아니에요. 분량이 어느정도 있어야 그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일 기회가 늘어나니까요. 그게 연기하는 재미이기도 하고요. 적당히 다 고려를 해서 작품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거에요. ‘더 킹’ 같은 경우에도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던 작품이었죠.”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배성우는 조연이라기엔 비중있는 역할을 주로 맡으며 더욱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에 대해 배성우는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다작이) 굉장히 감사한 일이죠. 지금은 어떤 작품에서 어떤 역할들을 잘 선택하냐의 시기에 와 있는 것 같아요. 2014년에 굉장히 다양한 작품에 출연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2015년에 출연작이 조금 줄었는데 그 이유가 역할 분량이 많아지다보니 그렇게 많이 찍을 수가 없더라고요. (2015년 개봉작이 많았는데?) 2014년에 찍은 작품들이 2015년에 개봉을 많이 했던거에요. 그러다가 작년에는 딱 두 작품 밖에 못했어요. ‘더 킹’이 원래 2015년 연말에 촬영에 들어가려다 미뤄졌거든요. 그래서 작년에 ‘더 킹’이랑 ‘꾼’ 두 작품만 찍고 끝났어요. 다른 작품을 병행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지 않겠어요?(웃음) 그런데 그럴 수가 없는게 촬영지가 이동이 많았고 자꾸 저를 화면 안에 걸어놓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촬영 회차도 많았고 지방 촬영을 할 때는 하루가 빈다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게 아니다보니 대부분 현장에서 시간을 보냈죠. ‘꾼’도 비슷한 상황이라 다른 작품을 함께 병행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어요. ‘다작’이 아니라 ‘소작농’이 됐죠.(웃음)”

   
 

앞서 몇 년간 다양한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펼쳐온 덕분인지 배성우는 각종 인터뷰에서 다른 배우들에게 좋은, 존경할만한 배우로 꼽히는 대표적인 배우가 됐다. 그야말로 ‘배우들이 사랑하는 배우’라는 말이 배성우를 위한 타이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정말 감사하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됐으면 좋겠고요. 영화를 하기 전 연극을 할 때도 제 성격자체가 모나게 지내는 편이 아니라 동료 배우들과의 관계가 좋았어요. 그렇지만 연극같은 경우는 배우가 관객을 직접 만나야 하기 때문에 돌이켜 봤을 때 영화를 할 때보다는 배우들이랑 덜 가깝게 지냈던 것 같아요. 관객들과 직접 대면하다보니 연출에 대한 생각까지 배우가 다 하게 되고, 그 책임감이 커서 배우들과 친하게 지내기보다는 연극에 집중하게 됐거든요. 반면 영화같은 경우는 제가 연기 한 것을 찍어주시고 잡아주시고. 상황을 만들어서 연출해주고 편집까지 하니까 연극보다 오히려 더 스태프와 배우들이 소통해서 맞춰나가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실제로 그 중에서도 ‘더 킹’은 끝난 후에도 계속 자주 보고 있어요. 성격들도 잘 맞고 촬영할 때 분위기 뿐만 아니라 성향들이 잘 맞지 않았나 싶어요.”

배성우의 동료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명해 진 그의 사모임에 대한 이야기까지 흘러갔다. 배성우를 비롯해 차태현, 조인성, 송중기, 김우빈, 도경수, 임주환, 이광수, 김기방등이 속해있는 해당 모임은 일명 ‘조인성 절친 모임’으로 불리며 연예계 대표 친목 모임으로 꼽히고 있다.

배성우는 “어떻게 그 모임에서 좌장 격으로 함께하게 되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좌장이 아니고, 제가 어떻게 보면 막내다”라고 입을 열었다.

“처음에 차태현 씨와 영화를 같이 찍었는데 서로 잘 맞았어요. 그 때 다음 작품 뭐하냐고 물어보길래 ‘더 킹’을 한다고 말했더니 “거기 인성이 나오는데 친하다”고 하곤 조인성 씨를 소개 해줬죠. 나중에 인성 씨에게 들었더니 차태현 씨가 누구를 소개해주고 이런 적이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믿고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저한테 정을 많이 줬다고요. 그래서 ‘아 내가 참 좋은 사람이구나, 역시’라고 생각했죠.(웃음) 그리고 나서 어느날 모임을 하는데 같이 놀자고 하면서 함께 모이게 됐죠. 다들 너무 예의 바르고 착해요. 서로 얘기하면 너무 재미있어서 중국집 가서 짜장면에 소주 마시면서 수다를 떨거나 하면서 놀아요. 영화, 연기 이야기를 하고, 정치 이야기도 하고요.”

   
 

친목 모임 이야기에 “이제는 결혼을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자연스러운 질문이 배성우에게 이어졌지만 배성우의 대답은 “아직”이었다.

“연애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요. 주위에 결혼을 한 사람들이 많으면 저도 해야하나 하는 생각을 할텐데, 주위에 다들 결혼을 안 한 사람들이다보니 그다지 생각이 크게 다가오지 않는 것 같아요. 이젠 그냥 ‘팔자려니’하고 있는데, 주위에 결혼한 사람들이 다 하지 말래요.(웃음)”

그간 TV보다는 영화에서 더욱 익숙하게 만나볼 수 있었던 배성우는 드라마 출연 계획을 묻는 질문에 “TV 역시 닫아놓고 있는 건 아니고 잘 봐서 선택하려고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다양한 영화에서 선 굵고 좋은 연기로 관객들의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는 배우 배성우. 그 좋은 연기 덕에 ‘다작 요정’으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기 힘들어졌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지만, 1년에 단 한 편 씩이라도 꾸준히 배성우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는 행복을 오랫동안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