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더케이투’ 이정진 “실제가 더해, 우린 겉만 핥았어요”
[SS인터뷰] ‘더케이투’ 이정진 “실제가 더해, 우린 겉만 핥았어요”
  • 승인 2016.11.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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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화에는 정재계에 퍼진 비리, 유착 등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최근 종영한 tvN ‘더케이투’에서는 국회의원의 이중성, 재벌가의 권력 싸움 등이 그려졌다. 지창욱(김제하 역)과 윤아(고안나 역)의 멜로 뿐 아니라 로열패밀리의 민낯을 볼 수 있었다. 극중 재벌로 등장한 이정진은 ‘더 케이투’를 두고 “우리 드라마 착하지 않냐”라고 웃었다.

극중 이정진은 최유진(송윤아 분)의 이복동생이자 악랄하기 그지없는 재벌 회장을 연기했다. 사람 죽이는 것은 우습고, 무례하며 중요한 순간임에도 한 없이 가벼워 보인다. 최성원이 작은 설정 하나하나는 이정진이 만들어 낸 디테일이다.

“드라마에서 악역은 처음이에요. 평범하지 않고 입체적으로, 재밌게 하고 싶었어요. 특히 송윤아 누나와 붙었을 때 그런 점이 부각됐어요. 이 사람은 실수하고 잘못한 행동을 해도 그게 당연한 거죠. 잘못된 게 없다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나쁜 사람을 나쁘게만 표현하면 흥미가 없을 것 같았거든요. 이정진이란 사람이 보면 최성원은 잘못된 거지만, 최성원에게는 당연한 것이요.”

이정진은 완전히 최성원에 몰입했다. 누가 봐도 연기한다는 것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대본에 나와 있지 않았지만 상황을 분석했고, 시청자들 역시 최성원에 대한 재미를 느꼈다.

“누나랑 로비에서 만나는 장면이 있어요. 극한 상황이지만 최성원은 ‘누나 놀려야지’ 이런 마음이거든요. ‘왜 왔냐’는 누나에게 ‘왜 오긴, 놀러왔잖아’라고 놀리는 거죠. 할 말은 정확하게 하면서 즐기는 거죠.”

   
 

자연스럽게 시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정진은 “최성원은 뭘 잘못 했는지 모른다. 뉴스를 봤더니 더한 사람이 많더라. 뉴스 보면 더하지 않나? 잘못했다고 하는 사람 누가 있냐? 맞지 않냐? 그 사람들이 더 한 것 같다”라며 “사회에 관심이 많지 않은데 요즘 안볼 수도 없다. 극장에서 해도 돈 내고 들어가서 볼 거다. 웬만한 영화보다 잘 될 거다”라고 말했다.

결말에서 최성원은 죽음을 맞았다. 자신이 남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동차 안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드라마에서 악역이 응징을 당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최성원을 연기한 이정진은 결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죽어야죠. 실제였으면 휠체어 타고 검찰 갔을 텐데…. 최성원 캐릭터가 신경 쇠약으로 휠체어 타느니 죽는 게 났죠. (범죄자인데 감옥에서 벌을 받아야 하지 않나?) 우리 돈으로 밥 먹잖아요. 다른 나라 사례를 봤는데 교도소 다녀오면 돈을 갚아야 한 대요. 2년 복역했으면 식사 숙식한 돈 갚아야 해요. 좋은 시스템이잖아요. 범죄자가 내야지. 2년 살았으면 날짜 계산해서 끝까지 갚게 해야 돼요. 저런 건 도입해야 해요.”

   
 

범죄자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생각을 밝힌 이정진. 다시 한 번 시국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더케이투’보다 뉴스가 더 재미있다는 것. 폭탄, 총까지 든 악역이었지만 실제 뉴스는 더 극적이다. 이정진은 ‘더 케이투’를 두고 “착하다”라며 이해 안가는 두둔을 해 웃음을 자아냈다.

“저희 드라마에 나쁜 사람 많이 나오는데 별로 안 나빠 보여요. 저희 드라마 착하지 않나요? 내 돈 쓰잖아요. 나랏돈 쓰지 않았잖아요. 두 윤아(최유진, 고안나)만 괴롭혔지 국민은 안 괴롭혔잖아요. 이 드라마에서 제일 나쁜 사람은 김제하와 고안나에요. 순진하잖아요. 최유진, 장세준 박관수는 잘못한지도 모르고 미안하다는 말도 안하고. 최유진이 ‘제가 퀸을 잡았네요’ 이런 말을 하잖아요. 너희 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못됐는데 더한 사람들이 뉴스에 나오니까…. 장세준도 검찰 조사 받으러 가서 바둑 두잖아요. 저희와는 다른 사람이죠. 그 사람들이 미안하다고 할까요? 시간 지나면 끝날 텐데….”

   
 

현 대한민국의 상황과 부패 기득권을 비판하는 모습에서 이정진은 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보였다. 하지만 이정진은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스스로를 “여당, 야당도 몰랐다”라고 고백했다.

“뉴스에 너무 버라이어티 하니까. 드라마를 보면서 그럴 법한 일을 하나? 해야 하는데…. 나라가 잘 돌아가고 있으면 ‘더케이투’를 보면서 ‘정말 저럴까?’ 시청자들도 생각 했겠죠. 저렇게 진흙탕일까? 싶겠죠. 근데 나온 게 더 하잖아요. 우리 드라마는 겉만 핥았죠(웃음).”

올해 한편의 영화를 개봉하고 두 편의 드라마에 출연한 이정진. 어느 때 보다 한해를 꽉 채워 보낸 듯하다. ‘욱씨남정기’에서는 마마보이 찌질한 홈쇼핑 사장으로, ‘더케이투’에서는 악랄한 재벌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정진의 내년 계획도 궁금해졌다.

“김수로 형을 만났어요. 내년에 연극을 하자고 얘기를 했거든요. 그동안 얘기를 몇 번 했는데 스케줄이 안돼서 못했어요. 내년이 기대돼요. 작년에 영호도 많이 보고 여행가서 사진도 찍으면서 혼자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시청자들이 ‘더케이투’를 잘 봐준 덕분에 내년은 정신 없게 일하지 않을까요? 일단은 추우니까 따뜻한 곳으로 갈까 해요. 뉴스도 보기 싫고.”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