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춘몽’ 한예리 “제가 바로 최대 수혜자”…네 감독의 여신 등극
[SS인터뷰] ‘춘몽’ 한예리 “제가 바로 최대 수혜자”…네 감독의 여신 등극
  • 승인 2016.10.11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예리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21th BIFF) 개막작 ‘춘몽’의 주연배우로 부산을 찾았다. 개최 여부마저 불투명했던 영화제가 우여곡절 끝에 열렸고, 자신의 주연작이 개막작으로 선정됐으니 의미는 남달랐을 터.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스타서울TV와의 인터뷰에서 한예리는 “‘춘몽’이 이번 영화제에 힘이 되고 보탬이 된 것 만으로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장률 감독의 영화 ‘춘몽’은 세 남자 익준, 정범, 종빈과 그들의 여신, 예리가 꿈꾸는 그들이 사는 세상을 담은 작품이다. ‘코리아’, ‘해무’ 등에서 개성강한 캐릭터를 도맡아 했던 한예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극적인 하룻밤’, ‘최악의 하루’를 통해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생활 연기를 펼쳐오고 있다. ‘춘몽’에서 한예리는 세 남자의 꿈같은 존재로 말도 느리게 하며 나른한 느낌을 살려 연기했다.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데 감독님보다 못할까봐 걱정했어요. 세 감독님들은 작품을 망치면 안 되겠다는 부담이 있으셔서 준비를 많이 하셨어요. 그러니 저도 오히려 자극이 됐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었죠. 세 감독님이 제 연기를 평가한다는 생각을 하면 제 연기를 못하겠더라고요. 세 사람과 떨어져서 저만의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영화 안에서 예리라는 인물 자체가 그들에게 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들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연기로서 힘겨루기는 말도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제 안에서 다른 것들을 찾으려고 했죠.”

연출력과 연기력을 두루 갖춘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은 ‘똥파리’, ‘무산일기’,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자신들이 맡았던 캐릭터를 고스란히 ‘춘몽’에 옮겼다. 개성 강한 세 캐릭터는 각자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며 영화에서 재미를 담당한다.

“전체 그림을 보는 감독과 한 인물만 파는 배우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전체 그림을 많이 생각하니 분명히 그들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어떤 타이밍에 어떤 뉘앙스로 이야기를 전달해야하는지 많이 고민하시더라고요. 확실히 연출을 해봤던 사람은 이런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장률 감독은 배우들에게 자신의 디렉션을 강요하기보다 함께 만들어갈 수 있게 이끌었다. 그래서 ‘춘몽’은 배우들의 소소한 애드리브와 설정들이 들어가 있다. ‘춘몽’에서 세 남자가 예리에게 이상형을 묻는 장면에서 예리는 ‘몸도 정신도 모두 건강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는 실제 한예리의 이상형을 장률 감독이 직접 물어 대사로 넣은 장면이다. 마침 영화 속 익준, 정범, 종빈은 신체와 정신에 모두 하자가 있었고, 좌절하는 그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자아낸다.

“장률 감독님의 방식이 너무 좋았어요. 어떤 지점으로 우리를 데려가실 때 전 배우와 스태프 포함해서 빨리 가르쳐주기 보다는 오랫동안 기다려주시는 분이세요. 지혜롭다고 생각했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방법이 너무 좋았어요. 정말 큰 어르신이라 가능한 거죠.”

‘춘몽’은 당초 ‘삼인행’이라는 가제로 진행됐다. 당시에는 예리를 둘러싼 세 남자가 주인공이었다. 한예리는 “제가 최대 수혜자가 아닌가 싶다. 17회차 촬영을 모두 나갔다”며 “시작부터 끝까지 현장에 있어서 감독님이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을 때 더 찍을 수 있는 환경이 됐다. 그래서 분량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춘몽’의 예리는 조금은 새침한 구석이 있고 여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긴다. 스크린을 벗어난 한예리는 자신은 새침한 사람이 아니라며 사람을 잘 챙기는 부분은 영화 속 예리와 닮았다고 밝혔다. 그래서 한예리가 꼽는 ‘춘몽’ 속 명장면은 한 신이 아니라 네 명이 함께 가족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다.

“딱 어떤 장면을 말하기 보다는 넷이 함께 있는 그 장소가 좋아요. 제가 테이블에 한쪽에 앉고 나머지 셋이 마주보고 있는 게 가족 같아서 너무 좋아요. 영화를 찍고 나서 슬픈 감정이 많이 남았는데 당시에는 잘 몰랐어요. 다 함께 사진을 찍고 저 혼자 남아서 사진 찍는 장면에서 울컥했고, 편집됐지만 주영 씨와 마지막 장면에서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다른 이들은 모르고 저만 준비하는 이별이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한예리는 장률 감독의 작품이 가진 매력에 관해 사람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작품 속 모든 인물이 사랑스럽고 애정과 동정이 간다는 것이 그녀의 말. 장률의 새로운 페르소나가 된 한예리는 장률 감독이 다음 작품을 찍게 된다면 작은 역할이라도 나오지 않겠느냐며 귀띔했다.

한 영화제의 개막작이라면 으레 작품성과 내재된 의미를 찾기 마련이다. 인터뷰 말미 한예리는 관객들에게 ‘춘몽’이 쉽고 편한 작품이 되길 바랐다.

“어렵게 생각 안하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부분을 모른다고 해서 알아야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생각만큼 받아들이면 될 것 같아요. 저는 영화를 보며 수색동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담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나리오를 받고 찍을 때도 그런 모습이 많이 담겨서 좋았어요.”

한편 ‘춘몽’은 오는 13일 개봉한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