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박은빈, 청춘의 한복판에서 만난 ‘청춘시대’
[SS인터뷰] 박은빈, 청춘의 한복판에서 만난 ‘청춘시대’
  • 승인 2016.09.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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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긴 생머리를 넘기는 게 익숙한 여배우다. 최근 특별출연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청순한 캐릭터를 연기하거나, 사극에서 기품 있는 여성을 연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종영한 JTBC ‘청춘시대’는 좀 의외다. 다른 캐릭터 설명 필요없이 박은빈이 연기한 송지원은 ‘여자 신동엽’으로 불리는 인물. 얼굴이 신동엽을 닮아서는 아니고, 그 입담을 닮았다. 어느 때나 입만 열면 나오는 19금 대사. 박은빈은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양한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청춘시대’ 뿐 아니라, 그동안 해 온 것과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는 평을 듣고 싶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 더 노력할 거고요. ‘청춘시대’를 하면서도 제가 변화를 시도했을 때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길 바랬어요. 몰입하는데 방해되지 않았으면 싶었는데, 시청자들이 저를 송지원 자체로 봐준 거 같아요. 작은 소망을 이루지 않았나 싶어요.”

극중 박은빈이 한 대사들은 ‘여자 신동엽’이라고 불릴 만큼 직접적이고, 어떻게 보면 낯 뜨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친한 친구 사이라면 가능하기도 한 발언들이다. 물론 박은빈이 이 역할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살면서 그렇게 리얼한 ‘19금 입담’을 달고 살기란 쉽운 일이 아니다.

“음주가무에 능하고 음담패설을 하는 역할인데 실제 성격과는 반대에요. 저와 캐릭터를 분리시켰어요. 굳이 저를 송지원으로 흡수 시킨다거나 하지 않았어요. 녹일 수 있는 것은 녹이면서 캐릭터에 집중한 거죠. 마음속으로 준비를 했어요. 19금 대사도 실제 저는 할 일이 없어요. 부끄럽고 나쁜 게 아닌데, 내가 이렇게 이런 대사에 노출되지 않았구나를 절실히 느꼈죠. 이 부분이 불편한 것은 박은빈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나를 접어두자고 생각했죠.”

   
 

‘청춘시대’ 속 송지원은 언제나 활달하다. 학보사 남자 동기의 엉덩이를 아무렇지 않게 찌르고, 화를 내면 자신의 엉덩이를 더 아무렇지 않게 내미는 괴짜다. 셰어 하우스 벨 에포크 윤진명(한예리 분) 정예은(한승연 분) 강이나(류화영 분)와 유은재(박혜수 분) 사이의 묘한 대치를 깬 것도 송지원 이었다. 어쩐지 보고 있자면 한 마리의 비글이 생각난다.

“송지원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좀 더 재밌고 듬직해 보이려고 노력을 했어요. 저는 평소에 조용한 편이에요. 송지원은 말 많고 나대고, 저랑은 반대죠. 송지원이 할 말은 하는 성격인데, 이번 작품을 통해 배웠어요. 저는 그런 항의는 전혀 못해요. 오히려 유은재 같은 성격인데, 평소에도 사람들한테 치이면서 다니고 사과를 들어 본 적도 없어요. 저 스스로도 농담을 잘하고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농담을 하면 진담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송지원을 하고 나서는 친근감이 생겼는지 장난은 장난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마음이 훈훈해요.(웃음)”

그런 송지원의 성격이 드러난 게 미팅 장면. 친구들과 함께 나간 미팅에서 자기소개까지는 예쁜 외모 덕에 남자들의 관심을 받지만, 곧 봉인이 해제 돼 술을 냉장고에서 직접 꺼내오고 분위기를 주도하다 결국은 남자가 먼저 택시를 타고 가버린다. 술을 가지러 간 사이 말이 없는 친구들에겐 “내가 없다고 말을 안해”라며 타박을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내가 없다고 말을 안하냐고 하는 건 애드리브였어요. 3,4,5,6부 야외 촬영을 먼저 했어요. 소개팅 장면부터 촬영했는데 그때는 캐릭터에 대한 확신이 덜 된 상태였어요. 몽타주 촬영인데 대사가 있어야 해서 애드리브를 했어요. 처음에 힘들었는데 그랬기 때에 송지원 캐릭터에 빠르게 다가설 수 있었죠. 제가 평소에 술을 즐겨한다거나 그런 자리를 가져본 적 없어서 특히나 어려웠는데 어려워하는 것을 감독님이 잘 알고 도움을 많이 줬어요. 감독님이 남자 송지원이었다고. 그 장면은 저 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서로 처음 봐서 어색함의 절정이었어요. 컷 하면 침묵 지키는데, 촬영 시작하면 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저만 송지원이 된 거죠(웃음.)”

‘청춘시대’는 벨 에포크에 사는 5명의 하우스 메이트 이야기다. 5명의 첫사랑, 가족, 취업 등 여러 이야기를 담았다. 여대생들의 이야기이지만 이 시대를 살고 있거나, 20대를 보냈다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시청률은 1.310%로 시작했다 다음 회에서 0.473%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종영 직전에는 2.508%까지 오르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박연선 작가님이 인물의 심리를 상황을 세심하고 담담하게 그렸어요. 뭔가 내용만 보면 무겁고 이렇게 까지 심각할까 싶은데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유머를 잃지 않았어요. 대학생 여자 이야기라기보다 이 세상 살아가는 인간 이야기 아닐까 싶어요. 촬영하면서 현장에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수치로 확인됐으면 좋았겠지만 화제성지수에서 많이 놀랐어요.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거든요. ‘청춘시대’를 봐주신 분들이 SNS에 많이 올려주시고 입소문이 잘 나서, 좋은 작품으로 회자되는 게 보람 있고 뿌듯해요.”

   
 
   
 

1998년 ‘백야 3.98’로 데뷔한 박은빈은 어린 시절 아동복 광고 촬영을 비롯해 여러 활동을 했다. 부모님의 권유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하지만 ‘아역 출신’은 늘 박은빈을 따라다녔다.

“아역 출신에 대한 꼬리표가 크다고 생각 안 해요. 제가 5살부터 한해도 빠짐없이 작품을 했어요. 항상 새로운 얼굴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내가 크게 각인된 이미지가 없구나 생각했어요. 오히려 남들이 걱정하는 과도기적 슬럼프가 없겠구나…. 이것도 박은빈, 저것도 박은빈이라는 것 알려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혜경궁 홍씨가 송지원도 하는 구나’ 이렇게 어색함 없이 물들고 싶어요.”

1993년 생 박은빈은 올해 25살이다. ‘청춘시대’를 하면서 25살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을 맞을 차례다. 박은빈이 생각하는 청춘은 “주관적”이다.

“마음이 청춘이라면 청춘이지만, 20대로 한정 짓는다면 제가 청춘이죠. 20대의 중간인데, ‘청춘시대’가 누구든 인정할 수 있는 내 청춘의 한 단면 같아요. 청춘의 한복판에서 찍은 드라마가 ‘청춘시대’에요. 앞으로 남은 20대는 학교를 졸업하고, 대표작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학업을 마치고 작품에 매진해서 다작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송지원이 청춘에게 전한 메시지를 물었다.

“작가님 본인의 이야기를 썼다고 한 부분이 있어요. 청춘, 그것은 앞말이 구만리여도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오늘 당장은 퍼마시는 것. 제 청춘은 놀고 먹는 것은 아니지만, 송지원은 힘든 세상 속에서 자기만의 행복을 찾으려고 무던히 애를 쓰는 아이에요. 이 시대의 청춘들도 본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돌아보면사 행복한 길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길을 통해 행복하라고.”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나무엑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