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싸우자 귀신아’ 18살 김소현이 꾸는 꿈, 그리고 무더운 여름
[SS인터뷰] ‘싸우자 귀신아’ 18살 김소현이 꾸는 꿈, 그리고 무더운 여름
  • 승인 2016.09.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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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KBS 드라마 ‘전설의 고향 - 아가야 청산가자’로 데뷔한 김소현이 2016년 어엿한 여자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에서 중전이 되고 싶은 야먕 소녀를 표독스럽게 해내더니, 같은 해 ‘옥탑방 왕세자’에서도 화용이란 역할을 맡아 ‘악녀 종결자’로 불렸다. 어린 나이에 얻은 수식어 치곤 다소 ‘강렬’하지만, 그만큼 잘했다는 의미다. 이젠 tvN ‘싸우자 귀신아’ 속 ‘애교 종결자’ 김현지를 연기하며 귀여움을 듬뿍 받았다.

‘싸우자 귀신아’는 귀신이 보이는 눈을 떼기 위해 귀신을 때려잡아 돈을 버는 복학생 퇴마사 박봉팔과 수능을 못 치른 한으로 귀신이 된 여고생 귀신 김현지가 동고동락하며 함께 귀신을 쫓는 등골 오싹 퇴마 어드벤처.

지난 달 30일 마지막 방송에서 김현지는 박봉팔(옥택연 분)과 같은 대학에 입학하며 CC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귀신일 때 박봉팔과 기억은 끝내 기억하지 못해 절반의 해피엔딩을 맞았다.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드라마가 크게 복잡한 게 아니라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죠.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라, 생각이나 상상의 여지를 주는 엔딩이라 좋았어요. 저는 나중에 기억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귀식일 때 추억이 예쁘고 좋은 것들이라 봉팔이만 아는 게 슬퍼요. 그때의 두려움을 잊을 정도로 봉팔이와 함께 한 시간이 좋았으니까요. 물론 사람이 돼 다시 사랑에 빠진 것도 크지만요. 봉팔이와 동아리 얘기를 한 것처럼 생각하기 나름인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열린 느낌.”

귀신이 돼 외롭게 몇 년을 지낸 현지 앞에 나타난 박봉팔. 두 사람은 퇴마 파트너로 시작했지만 현지가 ‘심장도 뛰는 귀신’이 되면서 그 매력이 더해졌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며 “당근 당근 당근 당근”을 말하거나, 술에 취해 “샤샤샤”를 하는 귀신 현지가 귀엽지 않을 사람이 있었을까? 마치 한 마리의 비글이 옆에 있는 것처럼.

   
 

“귀신 현지는 제가 봐도 사랑스러웠어요. 대본도 그렇고 강아지 같더라고요. 따라다니고 봉팔이도 가만있으라고 하잖아요. 가만 못 있고 뛰어다니고 그런 느낌. 그 느낌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어요. 실제로 편한 사람들끼리 장난 치고 활달해요. 사람이 되고 나서는 낯설었어요. 깨어나서는 기억을 못하니까 밀당하고 튕기잖아요. 이런 부분이 많아서 대학교에서 봉팔이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 조금 힘들었어요. 밀어내지 않는데, 마음이 있고, 여러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어요. 봉팔이한테 들이대면서 ‘좋다’고 하는 게 좋았어요.”

김소현이 모든 것을 놓고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싸우자 귀신아’의 현장 분위기도 큰 도움이 됐다. 김소현과 11살차 커플 옥택연부터, 11살차 동아리 멤버 강기영 이다윗도 그랬다.

“현장분위기가 좋았어요. 오빠랑 얘기할 때 차이가 안 나고 잘 맞았어요. 워낙 잘 맞춰 줬어요. 다 에너지 넘치게 밝게 했어요. 장난치면서 편하게 찍었어요. 나이 차이 안 느껴졌어요. 애교를 부리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어요. 들이대는 것도 어색했는데 제 스스로 이렇게 해도 되나 싶었죠.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모든 것을 내려놨어요. 감독님도 ‘너 이제 애교도 늘었다’고 하셨어요. 캐릭터들이 다 재밌게 산 것도 감독님 덕분이에요. 초반보다 옥택연 오빠와 케미도 좋아졌고요. 사람들이 다 좋아서, 현장에서 너무 덥고 짜증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크게 신경 안 쓰고 밝았어요. 강기영 오빠도 똑같은 대사인데 몇 배는 재밌게 쳤고요. 뭘 해야 하나 스스로 만드는 게 보였어요. 어느 커플을 데려와도 다윗 오빠와 기영 오빠만큼 안 될 거예요.”

즐거운 현장이었지만, 김소현에게도 외로움이 있었다. MT에서 아무리 ‘당근 당근’을 해도 게임에 낄 수 없고, ‘007 빵’을 해도 소용이 없던 것처럼 김소현은 누군가와 있어도 혼자였다. 하지만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연기를 몰래 보내거나, 사진을 찍을 때 머리를 헝클일 수 있는 자유도 있었다.

“현지가 없는 것처럼 연기를 해야 했는데, 저보다는 상대 배우들이 힘들었어요. 대사를 하는데 기영오빠가 저와 눈을 마주치더라. 눈을 마주치면 안 되거든요. 저는 리액션을 열심히 하는데 본인도 모르게 저를 쳐다보는 거죠. 기영오빠가 놀라서 ‘죄송하다 현지를 봤다’고 해 NG가 났어요. 너무 저와 눈이 마주치는 게 많다고(웃음). 눈을 마주치면서 촬영을 한 사람이 택연오빠 뿐이었어요. 외로운 느낌이었어요. 천상, 일락이랑 봉팔이 밖에 없었잖아요. 외로운 느낌이 들더라고요. 현지가 5년 동안 혼자 떠돌다 아는 사람은 경자언니 뿐이고. 그래서 봉팔이한테 붙으려고 하는 게 이해가 갔어요. 경자언니가 떠나고 천상이와 일랑이가 붙으면서 그 외로움이 상쇄됐어요.”

   
 
   
 

극중 봉팔이를 따라 학교를 다닌 현지덕분에 김소현도 캠퍼스 구경을 제대로 했다. 캠퍼스 구경을 하며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이 생겼냐고 물었다.

“대학가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동아리 활동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중, 고등학교와는 다르잖아요.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거기서 얻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동아리 활동이요? 순대국밥 같은 동아리가 있다면 해보고 싶어요(웃음).”

작년 여름, 김소현은 영화 ‘순정’을 촬영하면서 보냈다. 한 인터뷰에서 김소현은 그 여름 자신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18세의 여름도 김소현은 촬영을 하면서 보냈다. 무척이나 더웠던 2016년 여름 이번에도 김소현은 성장했다.

“새로운 도전이고 발견이에요. 제가 밝은 역할 할 수 있다는 가능성 찾게 해줘서 감사해요. 감독님 께 진짜 감사해요. 제가 하고 싶어도 대본 들어오지 않으면 못 하잖아요. 선택을 받아야 하니까요. 처음엔 원작과 비슷하고 싸움도 잘하고 말을 세게 하는 캐릭터인데, 감독님이 저한테 발랄하고 순수한 면이 있다고 해서 바뀌었어요. 저는 ‘할 수 있을까요? 귀여운 것 잘 모르겠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네 안에 그런 면 있으니까 편하게 놀라’고 자리를 만들어 주셨어요. 방송 초반은 저도 어색하더라고요. 하다 보니 점점 나아졌어요. 이런 역할도 재밌다는 것을 배웠어요. 앞으로도 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고요.”

1999년 생 김소현은 아직 18살이다.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을 좋아해 홈스쿨링을 택했다. 지난해 ‘순정’ 이후 ‘페이지 터너’ ‘싸우자 귀신아’에 출연하면서 대본에 집중한 탓에 책읽기를 좋아하지만, ‘그래도 사랑’이 후 아직 읽지 못했다. 이젠 에세이를 읽어 볼 생각 이다. 벌써 ‘완성형’인 듯 한 김소현에게 아직 꿈은 많다.

“어릴 때부터 보조출연을 하다 보니까 ‘계속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배우가 되고 싶다고요. 막연한 과정이잖아요. 평생 이렇게 하다 끝날 수도 있고, 계속 한다고 배우가 될 수 있을까? 마의 16세도 있잖아요. 정말 걱정했거든요. 나도 이제 변해 가니까. 불안했어요. 전 정말 운이 좋고 모든 분들이 잘 도와주셨어요. 요즘 감사해요. 행복하고요. 행복은 큰 게 아니잖아요. 연기를 하고 있는 지금, 새롭게 꾸는 꿈은 열심히 하는 것. 아직 안정적인 단계라고 생각 안 해요. 성인 연기자로 발 돋움해가는 과정인데 안정적으로 해나가고 싶어요.”

김소현에게 10년 후의 모습을 물었다. 10년 후에는 28살인 김소현. “데뷔 60주년 이어도 70살이 된다. 지금부터 일 년에 한 작품씩만 해도 60개”란 기자의 말에 김소현은 “더 많을 거예요. 전 일 년에 한 개 안 할 거 거든요”라며 장난스러우면서도 해맑게 웃었다.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sidusHQ,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