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부산행' 공유, 소년과 배우 넘나드는 ‘특별한’ 두 얼굴의 남자
[SS인터뷰] '부산행' 공유, 소년과 배우 넘나드는 ‘특별한’ 두 얼굴의 남자
  • 승인 2016.08.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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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시원한 성격이 매력적인 배우, 공유를 만났다.

공유는 소년처럼 장난기 넘치는 모습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다가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치고 들어오는 진지함으로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종잡을 수 없는(분명 좋은 의미로) 남자였다. 게다가 하나를 던지면 열을 이야기하는 깊이감있는 그를 바라보고 있자면 절로 ‘이래서 공유, 공유 하나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 ‘부산행’에서 딸 수안을 지키기 위해 부산행 열차 안에서 감염자들과의 사투를 벌이는 석우 역을 맡아 열연한 공유는 부산행의 ‘천만’ 전망에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개봉 이후 꾸준히 관객 몰이에 성공하며 2016년 첫 ‘천만’ 영화 등극이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공유의 겸손 발언은 더욱 빛을 발한다.

“말을 하면 안 믿으시는 것 같지만 저는 정말 상상해 본 적이 없어요, ‘천만’을. 칸 영화들이 천만 나오고 이러는데 ‘이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 그 말이 조금 무섭기도 하고요. 당연히 영화가 잘 되면 좋고 기쁜 일이지만 그냥 좀 생각하기조차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고리타분한 소리지만 소리없이 사라지는 영화도 많고, 저 역시 그런 영화도 찍어봤고. 그래서 주변에서 그런 가능성을 이야기 해주셔도 저는 입 닫고 있으려고요(웃음)”

‘부산행’으로 생애 첫 칸 레드카펫을 밟아본 공유는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던 당시 보다도 미드나잇 스크리닝 당시의 분위기를 더욱 인상깊게 설명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당시에는 그 곳에 계시던 관객분들이 액션 시퀀스가 나올 때 처럼 동적인 부분에서 많이 환호해주시고 즐기셨었어요. 반면 한국 시사회 때는 상대적으로 정적인 부분에 동요를 하셨던 것 같다요. 특히 저희가 비장하게 감염자들과 싸울 준비를 하는 장면에서 크게 웃으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아직도 해석이 안돼요(웃음)”

‘부산행’의 칸 행은 공유에게는 단순한 ‘세계적 영화제 진출’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공유는 칸, 그리고 ‘부산행’을 자신의 연기적 자신감을 되찾아 준 기회로 설명했다.

“연달아 작품을 하다보니까 이런 호흡도 안 가져 봤었고, 제 욕심에 제가 하고 싶은 분들과 연달아 기회가 와서 잡긴 했는데 모두 다 다른 장르에 다른 감성을 가진 감독님들과 하다보니까 제 스스로의 역량에 대해 자신감도 상실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또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지치다보니까 제가 잘 가고 있는지, 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었고요. 시기적으로도 매너리즘이 올 수 있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생전 처음 가 보는 칸에 가서 환호와 갈채를 받으니까 뭔가 약간의 보상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자신감같은 것도 어느정도 회복이 됐던 것 같고. (자신감 있어보이던데?) 그건 외국인들 사이에서 주눅들지 않으려고 더 그랬던 것 같고, 사실은 엄청 떨리고 무슨 정신으로 있었는지 잘 몰랐을만큼 정신이 없었어요”

   
 

‘부산행’ 속에서 끝까지 감염자들과 싸우고 달리며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액션신을 소화해야했던 공유.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이 촬영 당시 너무 더웠던 날씨를 힘든 점으로 꼽았던 것과 달리 딸 수안 역으로 나온 아역배우 김수안의 안전이 가장 걱정됐었다는 현실 ‘아빠’같은 이야기를 털어놨다.

“영화 속에서 감염자들에게 쫓기며 자갈밭에서 수안이를 안고 뛰어야했어요. 차라리 ‘용의자’ 때처럼 저 혼자 뛰면 괜찮은데, 애를 안고 뒤면 실수를 했을 때 애가 같이 다치니까 심적 부담이 컸죠. 한번은 자갈밭에서 제자리 뛰기를 하다가 제대로 넘어져서 사람들이 진짜 놀랐던 적도 있었고, 그런식으로 한 두어번 크게 다칠 뻔 한 위기가 있었어요. 열차 안에서 안고 뛰다보니까 문에 수안이 뒷통수가 부딪히는 경우도 허다했고요”

수안을 걱정하는 만큼 공유가 생각하는 ‘배우’로써의 김수안은 더욱 특별하다.

“원래 그 아이의 존재에 대해서는 김태용 감독님이 워낙 이야기를 많이 하셔서 알고 있었어요. ‘부산행’ 영화의 설정이 원래는 아들과 아버지의 정서를 다루기 위해 저와 남자 아이가 나오는 거였어요. 그런데 수안이가 온전히 자신의 실력만으로 ‘부산행’의 설정을 아들에서 딸로 바꿔버린거에요. 거기서 이야기 다 한거죠. 저는 수안이한테 고마운 점이 참 많아요. 연기를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아이답지 않게 프로답게 일을 하니까 편하고 수월했거든요. 한 편으로는 ‘이렇게까지 아이가 연기를 하나’ 싶어서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요”

그러나 공유는 이러한 수안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에도 불구하고 촬영 현장에서는 수안과 거리를 뒀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극 중 워커홀릭 아빠와 마음의 벽을 가지고 있는 수안의 설정 때문.

“현장에서 수안이의 장기자랑부터 그야말로 수안이가 구심점이었어요. 그렇지만 저는 거기서 조금 물러나 있었어야 했던 것 같아요. 극 중에서 자상한 아버지가 아니라서 카메라 밖에서의 거리감을 두고, 수안이에게 일부러 더 막 곰살맞게 하지 않았어요. 그랬는데 나중에 수안이가 그걸 모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헉’했어요. 저보고 소심하다 그러더라고요(웃음)”

   
 

한국에서 감염자물, 즉 좀비물은 유행이 지난 장르라는 점과 애니메이션 전문 감독이었던 연상호 감독의 실사 영화 첫 도전이라는 점에서 개봉 전 ‘부산행’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연상호 감독과 ‘부산행’을 믿고 공유는 출연을 결정했고, 천만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저도 시나리오 본 뒤에 똑같은 걱정을 했었어요. 어찌됐건 늘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위험 요소가 있는 선택이었지만 빈 공백은 연상호 감독님이 자력으로 많이 메꾸신게 아닌가 싶어요. 처음에는 밑도끝도 없는(웃음) 자신감이 불안하긴 했지만 그것이 기분 나쁜 자신감이 아니었고, 유쾌함으로 다가왔거든요. 저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선택할 때 우려에도 불구하고 85억이란 제작비로 좀비를 앞세워서 하는 게 위험하지만 도전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전 세계적으로도 ‘좀비’는 이미 너무나 일정한 눈높이가 형성되어 있는 소재고, 좀비 소재를 좋아하는 마니아 층에게는 더욱 엄격한 잣대가 있을테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시작을 하지 않으면 움직여야 시작이 되는거고 꿈틀거려야 된다는 생각이었죠”

공유가 말한 연상호 감독의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란 무엇을 말하는지 더욱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연상호 감독님이 실사 입봉이 처음이니까 배우들 모두가 걱정어린 호기심 같은 것이 있었는데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감독님께서 다 해결을 하신 것 같아요. 처음엔 테이크를 너무 짧게 가셔서 불만 아닌 불만이랄까요, 걱정을 좀 했었어요. 워낙 인물도 많고 액션도 많은데 이걸 다양하게 찍어놔야 영화를 완성할 때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 때문이었죠.  그런데 현장에서 너무 간결하고 짧게 가시는거에요. 오히려 배우들이 ‘조금 더 해야할 것 같은데?’라고 말했을 정도로요. 그 때 감독님이 “걱정 마라,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짧은 테이크로 간결하게 갈 수 있었던 것은 그 안에서 본인이 구도나 콘티에 대한 명확점이 있으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고, 그래도 저희가 의문점을 가질 때는 현장 편집을 한 걸 보여주시면서 그런 부분들을 다 납득을 시켜주시더라고요. 애니메이션을 하셨던 분이 가지고 계셨던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그 덕분에 4회차 시퀀스를 2회차로 완성했다니까요. “찍은 게 없어서 편집 할 게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연상호 감독님 본인은 뒤에서 그만큼 고민을 하셨겠다 하는 생각을 하죠”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에 앞서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먼저 설계해 둔 상태였다.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의 시작은 ‘서울역’이었다고 말하며 더욱 관심을 모았던 부산행의 프리퀄 격인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오는 1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기를 위한 스토리 구축을 위해 공유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은 개봉 전 ‘서울역’을 보지 않았을지 궁금했지만 공유는 “아직 저도 보지 못했다”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서울역 프리퀄은 볼 수가 없었어요. 저도 보고싶었죠. 애니메이션인 ‘서울역’과 실사 영화인 ‘부산행’, 이 두 개를 합쳐놓은 기획이 영민한 기획인 것 같아요. 감독님이 ‘서울역’에 대한 대답을 잘 안해주시던데. 한 번 보려고 해요. 제 느낌상으로는 ‘부산행’에 비해서 본인의 기준과 타협을 덜 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갈증을 조금 더 해소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요. 부산행은 감독님께서 처음부터 타협에 대한 부분을 많이 열어뒀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서울역이 기대가 돼요”

   
 

공유는 그동안 ‘대놓고 천만’ 영화로 보이는 화려한 캐스팅, 유명 감독 등을 내세운 영화들에 출연한 경험이 많지 않다. 영화 배우로서 ‘천만’처럼 흥행으로서 일정 지점에 이르는 것에 욕심이 없을 수 없을 터. 그래서 공유의 남다른 행보에 그의 작품 선택 기준이 궁금해졌다.

“일부러 그런 류(흥행이 보증된)의 영화라고 해서 출연을 안한 것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 제가 찍은 영화로 치자면 9월 개봉을 앞둔 ‘밀정’같은 영화가 그런 영화인 것 같은데, 워낙 유명한 감독님에 유명한 선배 배우님이 나오시고 외적으로 해외의 큰 영화 스튜디오가 투자를 했고. 그러니까 많은 분들이 ‘천만’ 영화라고 보시는데, 누군가에게 밀정은 처음부터 천만 영화인 것처럼 포장이 되지만 저는 잘 모르겠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 스펙을 보고 따졌다고 판단하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저는 저 나름대로의 명분이 없으면 선택을 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사실 조금 조심스럽죠. (밀정을 선택한 이유는?) ‘밀정’을 선택한 이유는 시나리오, 시대극에 대한 로망, 입고싶던 시대의 옷, 송강호 선배님으로 요약해서 말할 수 있겠네요”

8년 전 팬미팅에서 공유는 “빨리 30살이 되고 싶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긴 공유의 지금은 20대와 비교해서 많은 것이 달라졌을까.

“30살이 되고 싶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죠. 그런데 막상 30살이 되고 나니까 다른 종류의 조바심이 생기더라고요. 분명 그 때 당시 30살이 돼서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던 여유는 조금 생겼는데, 저는 예전보다 지금 제 영화를 보는 것이 더 두려워요. 나이가 들 수록 생각지도 못했던 두려움들이 오다 보니까. 어찌보면 쳇바퀴를 도는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겠고 점점 더 어려워지지만, 그래도 사회에 대해서 그 때 가지지 못했던 여유는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일하면서 겪게되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 같은거요. 하지만 30살을 지나면서 저를 마주하는 게 두려워졌어요. 어렸을 때는 ‘저 신은 조금 잘한 것 같아’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에 대한 도취가 없어지고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이 눈에 꽂히고 그런 거죠”

   
 

한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던 공유와의 인터뷰 말미, 공유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에 올랐다. 공유는 “팬들이 공유와 강동원에게는 ‘공공재로 남아달라’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말에 “공공재로 남아야 하나요? 공공재 안 할래요”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저는 육아와 결혼이 두렵긴하지만 공공재로 남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저도 제 인생을 살아아죠.(웃음)”

그야말로 ‘단호박’ 같은 대답으로 여성 팬들의 공공재 요청을 거절한 공유. 이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린가 싶었지만 ‘연기’를 그 이유로 설명하는 공유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내 고개가 끄덕여졌다.

“연기를 하다 보니까 상상력의 한계가 분명히 있어요. 특히 ‘부산행’을 찍으면서 ‘아버지’ 역할을 연기하다보니 간접경험,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고요. 사실 사람들이 강하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라는 것을 무시하기가 힘들잖아요. 그런 것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장가를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가를 가고 결혼을 한다는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가 제 아이를 낳았을 때 배우로써 연기를 할 때 가질 수 있는 감정 등이 어떻게 달라질 지 궁금한 것이 큰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판타지도 없고, 두렵기는 해도 제 아이를 가지고 기른다는 것이 정말 제게 소중하고 큰 도움이 되는 경험일 것 같아요”

오랜 연기 생활 동안 묵묵히 자신의 갈 길을 걸어가고 있는 공유. 하나의 작품도 허투루 선택하는 법이 없고, 선택한 작품에서 늘 최선을 다 하는 그의 모습에서 어느덧 진정한 배우의 향기가 짙게 묻어났다.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호호호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