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인천상륙작전’ 이정재 “혹평 확인하러 극장 왔나?” 혹평 이겨낸 흥행
[SS인터뷰] ‘인천상륙작전’ 이정재 “혹평 확인하러 극장 왔나?” 혹평 이겨낸 흥행
  • 승인 2016.08.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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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평으로 다소 긴장하다가 개봉하면서 긴장이 조금 풀린 모습이다. 연이어 대박을 내던 이정재가 ‘인천상륙작전’의 시사회에서 혹평을 받았다. 인터넷에는 서로 편을 갈라 헐뜯고 이념을 내세우며 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예매율 1위를 개봉했고 흥행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이정재는 인터뷰를 시작하며 “관객들이 왜 이렇게 혹평을 받는지 직접 확인하려고 극장에 왔나보다”라며 대인배의 미소를 보였다. 

이정재가 연기한 장학수는 실존인물 임병례 중위를 베이스로 했다. 그의 작전을 기반으로 다른 부대원의 일을 조금씩 보강해 장학수라는 인물을 만들었다. 이정재는 실존인물에 누가 될까봐 부담을 느꼈고, 수많은 역사적 사실과 인터뷰 자료를 통해 캐릭터를 구축했다. 영화는 평이 갈렸지만 이정재와 이범수 두 배우가 이루는 연기 시너지에는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시나리오 처음 봤을 때 80% 비율로 첩보에 치중했었어요. 첩보 영화를 보면 속느냐 마느냐 하는 부분이 많잖아요. 림계진 캐릭터와 호흡을 잘 맞춰야 하는 게 중요했죠. 범수 형과는 이번이 세 번째 작품이다 보니 ‘아’하면 ‘어’하는 느낌으로 잘 맞았어요. 이전 작품이 2003년인데 그사이에 개인사도 있었고 각자 영화와 드라마에서 많은 작품을 거쳤죠. 그동안 자연스럽게 연륜이 각자 쌓였겠죠. 그래서 긴장감을 유발해야하는 장면 같은 경우 좀 더 팽팽하게 잘 나온 것 같아요.”

   
 

이정재는 ‘빅매치’, ‘암살’에 이어 ‘인천상륙작전’까지 거친 액션을 소화해 왔다. ‘잘생김’이 묻은 그의 외모에는 세월의 흔적이 많지 않지만 이제는 확실히 예전에 비해 부상이 잦다. ‘빅매치’에서는 어깨 인대가 끊어졌고 이번에는 손목과 손가락 인대를 다쳤다. 카메라 앞에서 주저하는 모습이 간혹 보이면 다시 찍어야 한다. ‘인천상륙작전’은 전쟁영화라서 군사훈련도 받았다. 포탄이 터지고 화약가루가 얼굴에 튀는 정신없는 현장이었다. 모든 장면을 고생 속에 찍었지만 어쩔 수 없어 들어내야 하는 장면들도 있었다.

“부대원에 관한 에피소드도 다 찍었어요. 시나리오에도 분명 있던 부분이고요. 모든 영화는 선택인 것 같아요. 어떤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편집이 달라지고 영화가 달라지는 거니까. 부대원의 죽음, 처절하게 죽는 모습을 부각시켜서 그 당시의 희생을 많이 보여주느냐 아니면 이는 최소한으로 하고 시간을 줄여서 이야기 전개를 빠르게 하느냐에 관해 고민이 많았어요. 사실 연기자 입장에서는 찍은 게 편집되면 아쉽긴 하죠. 하지만 영화는 개인이 아니라 전체를 위해서 작업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의견을 따라야죠.”

   
 

‘인천상륙작전’은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이 맥아더 장군으로 참여하며 제작 단계에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비록 분량이 많진 않지만 리암 니슨은 직접 소품을 준비하는 등 영화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어요. 맥아더 장군의 분량을 찍는 스케줄이 여유롭지 않았고요. 당시 짧은 순간에도 본인 역할에 대한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세팅된 현장에서 벗어나지 않았어요. 그 정도로 노력하고 몰입을 했어요. 촬영 외에도 무대 인사로 만나서 이야기를 좀 나누고 했는데 최종 편집본을 보고 영화 좋았다며 재미있었다는 말을 해줬어요.”

‘인천상륙작전’에서 진세연은 홍일점으로 등장해 첩보부대를 돕는다. 영화가 공개되고 진세연의 롤에 관해 의견이 분분했다. 장학수와의 어설픈 러브라인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고 이정재는 시나리오 초고에는 그런 멜로가 존재했지만 영화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진세연 씨와 멜로 파트는 초고에 있었어요. 그때는 한채선이라는 역할이 여성 켈로부대였어요. 실제로 당시 부대원의 3분의 1에서 절반 가까이가 여성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채선은 장학수와 함께 첩보전을 수행하고 슬픔과 아픔을 공유하면서 로맨스가 생긴다는 구조였어요. 다른 이야기들과 엮어서 두 시간에 끝내기는 무리라는 생각에 다음 시나리오부터 간호사로 바뀌고 멜로 코드는 없어졌어요. 영화를 보시는 분들 반응이 장학수와 한채선 사이에 로맨스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하시는데 ‘이상하다. 그렇게 연기한 적 없는데’라고 생각해서 다시 살펴봤어요. 제가 보기엔 오토바이 장면 때문인 것 같아요. 한채선이 트럭 위에서 장학수를 기다리는데 연막탄 사이로 장학수가 오토바이를 타고 들어오죠. 그때 고속촬영에 음악까지 깔리니 한채선의 표정이 안도하는 게 아니라 ‘어머, 저 오빠 오토바이도 탈 줄 알아’라고 느껴졌을 것 같아요(웃음). 같은 표정도 그 앞이 어떤 상황이었느냐에 따라 보는 사람들이 느끼는 게 달라요. 그런 작용이 있었던 거죠.”

   
 

최근 이정재는 정우성과 함께 아티스트 컴퍼니를 설립했다. 이정재는 이사로 정우성은 대표를 역임해 신인 배우들을 키운다.

“아무래도 정 대표님께서 레드브릭하우스라는 매니지먼트를 10년 정도 하셨고 제작사 더블유팩토리도 4~5년 됐어요. 아무래도 그런 경험과 노하우가 있으니 대표를 하셔야죠. 저는 주로 지시를 받는 입장이라 마찰이 아직 없네요. 크게 요구를 해본 적도 없어요. 아직 만든 지 얼마 안됐잖아요. 소속배우가 없어서 일도 별로 없어요(웃음).”

둘의 회사 설립은 예전부터 이야기가 돌았다. 이정재와 정우성은 예전부터 이야기를 나눴지만 서로 바쁘다 보니 접어뒀고 이제야 계획이 이뤄졌다. 이정재와 정우성은 경험에 의한 조언이 필요한 후배 배우를 돕고 싶은 마음에 회사를 설립했다. 이정재는 ‘후배 양성’이라는 말은 부담스럽고 조언 정도로 편안하게 생각했으면 한다고 뜻을 전했다.

이정재는 어느덧 데뷔 24년차가 됐고 영화계를 이끄는 묵직한 배우가 됐다. 그가 지닌 배우로서의 꿈은 ‘오래하는 것’이다. 그는 이를 설명하며 최근 ‘사냥’으로 열연을 보인 국민배우 안성기를 언급했다. ‘젊은 남자’ 때부터 배우 안성기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해오던 이정재는 자신도 끝까지 노력하는 배우가 되길 바란다며 눈을 밝혔다.

“저는 오래 할 수 있는 배우가 욕심이 큰 배우라 생각해요. 물론 시장의 영역을 넓혀서 해외 가는 분들도 훌륭하신데 저는 상대적으로 그런 제안은 많이 안 왔어요. 어쨌든 지금과 같이 꾸준히 일을 하고 싶어요. 조연, 우정출연 형식이든 꾸준히 일을 오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희망인데 곰곰이 생각하면 그게 가장 큰 욕심이 아닐까 생각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