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운빨로맨스’ 이청아 ″더 예쁘자, 의심하지 말자″
[SS인터뷰] ‘운빨로맨스’ 이청아 ″더 예쁘자, 의심하지 말자″
  • 승인 2016.07.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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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예쁘자, 의심하지 말자″

어느덧 데뷔 15년차에 접어들은 이청아는 최근 ‘라이더스’, ‘뱀파이어 탐정’, ‘운빨로맨스’까지 쉬지 않고 열일했다. ‘운빨로맨스’(연출 김경희|극본 최윤교)를 끝내고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청아는 아직 캐릭터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듯 보였다.

그는 “아직 끝났는지 모를 정도다. 이제서야 인터뷰를 하면서 촬영장 사람들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라이더스’, ‘뱀파이어’, ‘운빨’을 연달아 달려왔다. 아쉬워 할 틈이 그동안에 없었다. 이제 ‘운빨’이 끝나니까 현장이 그립다. 작품들이 순식간에 지나 간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달뜬 표정으로 입을 뗐다.

이청아는 극에서 첫사랑을 되찾기 위한 과정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쿨한 모습과 위풍당당한 자신감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특유의 R발음을 굴리는 유창한 영어발음부터 말투, 표정까지 기존과 다른 신선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알파걸’다운 스타일링이 이청아표 ‘걸크러쉬’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데 한몫했다.

“‘뱀파이어 탐정’을 했을 때가 첫 시도였다. 섹시함을 갖춰야하는 캐릭터였다. 나중 되니 스태프들이 옛날에 어리버리 착한 역 했던 게 기억이 안 난다고 하더라. 우리 스탈리스트 실장님도 ‘뱀파이어’때 ‘이청아 변화의 간극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운빨’로 넘어오는데 징검다리 역할을 해 준 캐릭터였다. ‘운빨’의 한설희는 사실 기획 단계부터 패션이 이슈가 되어야 하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헤어, 메이크업 등 전면적으로 실장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평소 내가 못 입을 것만 같았던 브랜드의 옷도 입게 됐다. 옷 입는 재미를 알게 됐다. 패션에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패션이 캐릭터를 만드는 게 크구나’라고 느꼈다. 특히 ‘운빨’ 끝나니까 평소 신지도 못 했던 12cm 힐이 거뜬할 정도다. 그게 설희를 도전할 수 있는 힘이었다. 찍으면서 원래 이랬던 것 같은 느낌이라 ‘사람은 정말 빨리 적응하는구나’, ‘내 안에 이런 모습도 있구나’ 싶었다”

   
 

‘운빨로맨스’가 시청률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는 시청률과는 별개로 현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자신했다. 그 중심에는 그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 류준열, 황정음, 이수혁을 비롯해 함께 동고동락을 한 스태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주변 시청률’은 좋아서 몰랐다. 주변에서 ‘잘 봤다’고 많이들 이야기해줬다. 시청률을 떠나 현장이 참 좋았다. 현장이 즐거우면 그게 화면에 묻어난다. 다만 시청률 때문에 스태프들이 힘을 잃을까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애교와 재롱에 힘을 썼다. 역할 덕분인지 없던 애교도 늘었다. 쑥스러움이 많아서 예쁜 척을 못하는데, 준열이에게 열심히 들이댔다. 예상보다 훨씬 좋은 사람들이었다. 정음이는 부러울 정도로 사랑스럽고 밝다. 수혁이는 천진난만하고 귀엽다. 현장에서 수혁이랑 준열이가 그렇게 잘 논다. 뭘 하는지 모르지만 ‘꽁냥꽁냥’ 거리고 있다. 준열이가 애교가 많은데, 정말 재간둥이다. 장면을 귀엽고 재미있게 연구해오니까 다들 준열이 촬영할 때 배를 잡고 쓰러진다. 각 팀마다 힘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 화기애애하게 찍었다”

이청아가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늑대의 유혹’(2004)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수한 이미지로 순수하고 해맑은 캐릭터 ‘정한경’역을 맡아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풋풋한 여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제28회 황금촬영상과 제42회 대종상영화제 신인여우상을 휩쓸기도. 이후 브라운관, 스크린관을 넘나들며 주연을 줄곧 해왔던 그는 조연은 물론 특별출연도 가리지 않았다. 이청아가 다양한 배역을 가리지 않은 배경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처음으로 주인공을 하고 나서 조연을 했던 게 ‘그저 바라보다가’였다. 회사에서는 주인공 시키려고 했는데 황정민 선배가 출연해서 너무 하고 싶다 졸랐다. 그 때 기억이 정말 좋았다. 주인공을 할 때는 관객 동원력이 있는 배우도 아니고 주연으로 하는데 힘들었다. 보통 작은 역할 다음 큰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순서가 아니라 ‘각각 다른 역할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배울 것이 많았다. 주연하다가 조연하면 다 잘할 것 같지만 오히려 조연이 에너지도 크고 장악력도 커야한다. 조연을 하면서 잘하시는 선배님들이 왜 잘하시는지도 알겠더라. ‘연평해전’은 내가 부담을 덜면서 시험해 볼 수 있고 관객분들에게 이미지를 심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 것들이 없었으면 ‘뱀파이어 탐정’이든 ‘운빨로맨스’에서 도전할 때 주저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는 최근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넓혔다. 올해 초 종영했던 E채널 ‘라이더스: 내일을 잡아라’에서 당차고 열정적인 청춘 ‘윤소담’역을 맡아 소신 있는 발언으로 통쾌한 ‘사이다녀’로서 야무진 매력을 드러냈다. 이어 지난 6월 종영한 OCN ‘뱀파이어 탐정’에서는 베일에 싸인 미스터리한 여인 ‘요나’역을 맡아 1인 2역의 ‘극과 극’ 캐릭터로 활약, 최근 종영한 MBC ‘운빨로맨스’에서는 ‘제수호’(류준열 분)의 첫사랑이자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의 에이전트 ‘한설희’ 역까지 완벽소화하며 또 한 번 연기변신에 성공했다.

“매번 배역들이 제게 선물을 줘요. 바꾸고 싶은 성격을 바꿀 수 있고 완성형 인간이 되어가죠. 캐릭터를 만들 때 주변에서 착안할 수 있는 걸 많이 찾는데 ‘저 언니 부러운데 약간 얄밉다’라고 생각했던 것을 많이 따왔어요. 그런데 설희를 하고 나니 얄밉지 않더라고요. 왜 그 사람이 저렇게 행동하고 말하는지 이해하게 됐죠. 설희라는 인물이 마냥 차갑고 도도하지 않다. 털털함이나 씩씩함은 저와의 교집함이다. 그런 긍정적인 부분들이 저에게 있는 것들이라 쉽게 융합시킬 수 있었다”

이청아가 최근 들어 작품 활동에 매진한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인터뷰 내내 솔직담백한 답변으로 응했던 그의 눈가가 금세 촉촉해졌다. 이내 밝은 미소를 지으며 진솔한 얘기를 들려줬다.

“전에는 도전을 무서워하는 성격이었다. 일 년에 작품을 많이 하지도 않았다. 30대 되고 많은 일들을 겪다보니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좋았다. 안정적인 거 할 때보다 깨지고 도전하면서 느끼는 게 지금 나이에 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안 해봤던 것에 대해 호기심이 왕성하다. 어머니가 병석에 계시고, 또 돌아가셨을 때 많이 느꼈다. 세상이 바뀔 것 같은 일인데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 안에서 내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만약에 어머니에게 캐스팅에 대한 것을 여쭤봤다면 ‘야 너는 맨날 착한 딸만 하는데 아닌 면도 있잖니’라며 선택에 대해 북돋아주셨을 것이다. 어머니가 겁도 많고 조심스러운 나에게 교훈을 주신 게 아닌가 싶다”

   
 

이청아는 조진웅, 김대명, 신구 등과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 ‘해빙’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는  전작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예고하며 설레했다.

“‘해빙’이라는 영화가 지난해 여름에 찍어서 이제 곧 개봉할 것 같은데 너무 기다리고 있다.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어요. ‘해빙’에서의 역할도 새롭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아요. 거기서도 마냥 선한 캐릭터는 아니거든요. 그 애야말로 도덕관념이 조금도 없는 친구인데 연기하고 싶었다. 도덕관념 없는, 나쁜 역할은 드라마나 영화 속 배역이 아니면 할 수 없으니깐요. 재미있게 찍었으니 기대해 주세요”

캐릭터 도전과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청아는 숨은 매력이 참 가득한 열린 배우였다. 배역을 통해 완성형인간이 되어간다는 그는 매 작품에서 이청아만의 색깔을 덧칠해나가고 있다. 이번 ‘운빨로맨스’ 한설희에서 자칫 악역으로 비춰질 수 있었지만 깔끔하게 국민 여사친으로 남아 예쁨이라는 매력을 선물 받았다.

“외모에 신경을 안 썼다. 제가 예쁜역할할지 정말 몰랐다. 기사 댓글에 ‘예쁘다’는 말이 있으면 이상하더라. 제가 언제부터 이런 말을 듣는 배우인가 싶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의심하지 말라고 하더라. 왜 그렇게 자신을 못 깎아서 안달이냐. 그래서 ‘의심하지 말자. 더 예쁘자’라고 미음 먹었다. 도전했다는 것에는 100점인데 늘 아쉽다. 그래서 51점. 1점 잘한 거로 하겠다”

[스타서울TV 조인경 기자/ 사진 = 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