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김태리 “‘아가씨’, 모두가 소유하고 싶은 영화되길” 이보다 완벽할 수 없는 데뷔
[SS인터뷰] 김태리 “‘아가씨’, 모두가 소유하고 싶은 영화되길” 이보다 완벽할 수 없는 데뷔
  • 승인 2016.06.1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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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은 남들과는 다른 눈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 특유의 미장센과 주제의식은 물론 배우를 보는 눈도 남다르다. 감독의 작품을 거친 여배우에게는 ‘재발견’, 신예에겐 ‘발굴’이라는 말이 붙는다. ‘아가씨’를 통해 박찬욱 감독은 김태리를 발굴했다. ‘올드보이’에서 강혜정을 처음 봤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김태리에게도 있었다.

김태리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무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올렸다. 영화 ‘아가씨’는 거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와 그녀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분), 백작의 사주를 받고 하녀가 된 숙희(김태리 분), 후견인 코우즈키(조진웅 분)의 속고 속이는 관계를 그린다.

   
 

1500대 1의 경쟁률, 박찬욱 감독의 신작, 칸 경쟁부문 진출, 파격적인 동성 애정신 등 이전까지 무명이던 김태리는 하루아침에 신데렐라로 변신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김태리에게 유리 구두를 신겨준 사람은 박찬욱 감독이지만 구두를 신고 뛰노는 것은 김태리의 몫이다. 김태리는 스크린을 당돌하게 누비며 자신만의 빛을 밝혔다. 박찬욱 감독의 선구안은 적중했다. 영화 속에서 숙희는 히데코를 만나고는 ‘염병, 예쁘면 예쁘다고 미리 말을 해줘야 할 거 아니야. 사람 당황스럽게 시리’라고 중얼거린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순수하다가도 영악하고 포용력 넓어 보이다가도 작은 것에 휘둘리는 숙희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박찬욱 감독 영화의 주연에 칸 진출까지. 짧은 사이에 많은 일이 벌어졌다. 영화를 처음 본 소감은 어떤가?

칸에서는 정신도 없었고 혼이 빠져나가있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한국 와서 제대로 봤죠. 제 연기는 너무 못했다고 생각해서 그건 빼고 다른 선배분들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었고 같이 촬영하지 않았던 장면들을 완전 영화로 처음 보니까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특히 히데코가 저와 있을 때가 아닌 다른 인물과 붙을 때 보이는 새로운 모습들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다채롭더라고요.

원작인 ‘핑거스미스’는 읽어봤나?

오디션 본다고 했을 때 미리 봤어요. 원작은 사랑의 감정이 주를 이루는 것 가타요. 두 인물에 초점이 맞춰 흘러간다면 저희 영화는 좀 더 캐릭터가 활기차게 살아있고 히데코와 숙희 말고도 다른 인물들이 모두 어우러진 재미있는 영화가 완성됐어요.

   
 

상업영화는 이번이 처음인데 대단한 감독과 배우들을 만나 정신없었겠다.

정신이 많이 없었던 거 같아요(웃음). 그런데 선배님들이 더 편해요. 또래도 또래 나름 장점이 있지만 저는 극단 활동을 할 때 항상 선배님들이 나이가 많았어요. 보통 띠 동갑이 넘으셔서 이번에도 편했어요. 선생님은 더 편하시고. 제가 좀 치근덕대고 그랬어요.

극단은 언제부터 했나?

극단은 2012년에 학교 졸업하고 바로 대학로에서 아르바이트 겸 해서 스태프 일을 하면서 만났는데 지금도 극단에 계속 있죠. 스태프 일도 하고 배우도 세워주시고 그랬어요.

연기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교 들어가서 처음 연기했어요. 그냥 신입생 때 학교생활을 즐겁게 보내고 싶었어요. 선배님 공연을 보는데 너무 웃기더라고요. 그래서 ‘이거면 내 대학생활을 재미있게 충족시켜주겠다’고 생각하고 동아리에 들어갔죠. 요즘도 학교에서 오라고 연락와요. 저희 동아리는 선배들이 후배를 가르쳐야 하는데 ‘너 왜 그렇게 해’ 이런 게 너무 민망하더라고요. 그래서 못가고 있어요(웃음).

   
 

숙희라는 캐릭터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준비했나? 주변도움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분석이라고 해서 A부터 Z까지 세밀하게 한 건 아니고요. 감독님이 각색중이셨으니 시나리오를 보면서 장면 장면에 관해서 소통을 많이 했어요. 좀 지나고 나서 대사를 읽어보면서는 한 줄 한 줄 뉘앙스에 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현장에서 박찬욱 감독의 디렉션은 어땠나?

현장 디렉션은 대사에 토씨하나 틀리는 것을 안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살짝 바꿔서 하면 바로 ‘그거는 이거야’하면서 바로 틀렸다고 지적하세요. 그럼 ‘아, 네’하고 다시 하죠. 장단음도 많이 따지셨어요. 그리고 1930년대가 배경이다 보니 요즘 말투를 사용하면 바로 알려주셨어요. 이번에 대사에 많이 신경을 쓰셨죠.

상대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예전부터 김민희를 좋아했다고 밝혔는데.

예전부터 좋아했다는 말을 듣고 언니가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제작보고회에서 밝혔는데 언니가 모르고 있었다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저 혼자 즐겼죠 뭐. 현장에서 언니가 정말 잘해줬어요. 현장에서 너무 베테랑이라서 편한 호흡이 있어요. 제가 긴장한다 싶으면 캐치를 해주셔서 편안하게 풀어주세요. 워낙 많은 장면에 붙어있다 보니 너무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죄송하고 감사드려요.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으로 이 갈아주는 장면을 자주 언급했는데 김태리가 좋아하는 장면도 궁금하다.

저도 이갈아주는 장면이 너무 좋았고. 둘이 도망치는 시퀀스 전체도 정말 잘 봤어요. 제가 안 나오는 장면은 낭독회 장면이나 히데코와 백작의 와인 장면을 재미있게 잘 봤어요.

반면에 아쉬운 건 없나?

많이 아쉬웠죠. 후시 녹음 경험이 없다보니 너무 떨었어요. 내레이션은 전반적으로 다 부끄러워요. 다른 촬영은 선배님들 덕분에 커버가 됐다며 내레이션은 너무 명백하게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많이 불려갔어요. 끝났다고 했다가 다시 불려가서 또 하고 고치고 그랬죠.

아무래도 ‘아가씨’는 동성애, 파격적인 베드신 등이 화제가 됐다. 분명 부담이 있었을 텐데.

첫 애정신을 뒤쪽으로 배분해주셔서 중반 이후에 찍었어요. 그전에는 생각 안하고 있다가 막상 촬영할 때 많이 힘들었죠. 민희 선배님이 많이 위안이 됐고 스태프 분들도 많이 배려해주셨어요. 콘티를 미리 주시고 계속 회의했어요. 정확히 콘티를 따랐죠.

   
 

박찬욱 감독은 극중 인물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전작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동성애를 다루지만 시련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에서 동성애로 인한 사회적 억압이 그려지진 않아요. 각 사람마다 다른 점이 있잖아요. 숙희와 히데코의 성격이 그냥 그랬던 거고, 읽으면서 너무 자연스러웠어요. 그래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저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특별히 동성애라는 생각은 안했어요. 안 들었고요. 깊이 생각하실 필요 없이 그냥 봐주시면 좋겠어요. 구성이 재미있고 이야기가 재미있고 보시는 재미가 사람마다 다양할 것 같아요.

그래서 공식석상에서 반복해서 영화를 보면 좋다는 말을 했나?

그 이야기, 약간 영업사원같이 각 배우들이 한 번씩은 말했어요(웃음). 너무 많이 말해서 저는 이제 자제하고 있습니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지만 배우로서 지향하는 지점을 설정해뒀나?

안 정해졌어요. 정해질 수도 없는 게 사람일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아직 시작하는 단계니 몇 작품 거치다 보면 방향성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경험이 많이 없잖아요. 능력이 없으니 일단 작품을 선택할 때 감독님이 중요할 것 같아요. 디렉션이 정확한 감독님을 만나서 많이 배우고 싶어요.

   
 

동안이라 그렇지 실제 나이는 어린 나이는 아니다. 스크린 데뷔가 늦은 것에 대한 부담감이나 조바심은 없었나?

전혀 없었어요. 저는 이 나이에 시작하게 된 게 너무 좋아요. 어렸을 때 나름 저의 삶이 있어서 좀 더 소신도 갖게 되고 주변 사람에 휘둘리지 않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전혀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배우는 나이가 들수록 무르익는 것 같아요. 인생 경험이 쌓여야 연기에도 내공이 생기고 다양한 감정을 낼 수 있잖아요.

‘아가씨’를 통해 김태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제가 뭘 얻었는지는 다음 작품을 할 때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할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다음 일을 할 때면 분명 한 단계 성장했다는 걸 느낄 수 있겠죠. 분명 배운 게 많았죠.

‘아가씨’는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이 됐으면 하는지 한마디로 말해 달라.

소장하고 싶은 영화, 저희가 공들인 모든 것들을 소유하고 계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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