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2500억 미지급…금감원 “소멸시효 지나도 전액 지급” 압박
자살보험금 2500억 미지급…금감원 “소멸시효 지나도 전액 지급” 압박
  • 승인 2016.05.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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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권순찬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 금융감독원 입장 및 향후 처리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보험사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규모가 246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자살보험금의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약속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라'고 보험사들을 다시 압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보험사들은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26일 기준 자살관련 미지급 보험금(지연이자 포함)은 2980건, 24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소멸시효 기간이 지난 경과건은 2314건으로 전체의 78%에 달했다. 금액은 전체의 81%인 2003억원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23일 보험가입 후 2년이 지난 시점에 자살한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보험사가 소멸시효 뒤에 숨어 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것은 소비자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문제가 된 재해사망특약에는 '가입자가 계약의 책임 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후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지만, 보험사들은 고의적인 자해는 예외라며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12일 자살자에게도 약관대로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해당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이 사건 특약은 주계약과는 보험의 성격을 달리하고 그에 따라 보험사고와 보험금 및 보험료를 달리하는 별개의 보험계약이기 때문에 주계약 약관의 내용과는 관계없이 별도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소비자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자, 이번엔 민사상 '소멸시효' 문제를 들고 나왔다. 자살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동안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면 시효가 완성돼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 자살보험금 / 그래픽 = 뉴시스

금감원은 이에 "전문가인 보험사가 순진한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라고 강도 높은 제재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비자가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음에도 보험사가 일부만 지급하고 2년이 지났다고 소멸시효를 이유로 나머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설명한다.

이성재 금감원 보험준법검사국장은 "보험사는 충분한 조직과 인력을 갖추고 있어 내부 통제를 거쳐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보험상품 개발을 자율화했기에 상품 개발과 가격,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책임 문제가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어 이번 사건을 획기적인 전환 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무슨 수로 보험금을 받기 위해 자살하는 사람을 막을 수 있겠느냐"며 "10여 년 전부터 판매해온 보험 상품의 약관 문제를 알고도 지금까지 묵인한 금감원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이냐"고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스타서울TV 김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