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재미있는 여자’ 윤여정, 내려놓았기에 더욱 빛나는 ’영원한 배우’
[SS인터뷰] ‘재미있는 여자’ 윤여정, 내려놓았기에 더욱 빛나는 ’영원한 배우’
  • 승인 2016.05.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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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대부분 엇비슷하다. 그 중 ‘나이가 들어도 여전한 여배우’라는 이미지는 윤여정 특유의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에서 기인한 것.

하지만 직접 만난 윤여정은 여배우라는 타이틀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그냥 ‘재미있는 여자’ 윤여정으로 기억됐으면 한다는 의외의 말을 건넸다.

“‘여배우’ 하면 예뻐야 하고 화려해야 하고, 남들과는 뭔가가 달라야 한다는 느낌이 있잖아요. 저는 제 자신을 ‘조금 특별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나이 많은 여자’라고 생각하지, 여배우라는 수식어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실 레드카펫 같은 데 서는 것도 굉장히 거추장스럽고 힘들거든요. 전 정말 ‘여배우’라는 단어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 것 같아요”

‘여배우’라는 틀 대신 평범한 ‘늙은 여자’임을 강조했던 윤여정. 그렇지만 윤여정의 필모그래피에는 계춘할망에서 보여준 것처럼 억척스러운 할머니의 느낌이 아닌 세련되고 우아한 역할이 대부분. 때문에 ‘계춘 할망’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외적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기란 힘든 결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윤여정은 이러한 생각을 “부담감이 전혀 없었다”는 한 마디로 불식시켰다.

“흉해봤자 얼마나 흉하겠어요. 저는 이미 여배우가 아니라 노배우이고, 그 분장을 하고 한 번도 거울을 본 적이 없었어요. 사실 제가 모니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부담감이 없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어느 순간부턴가 저는 모니터를 따로 하지 않는데, 배우가 촬영 당시 연기에 몰입을 해서 해도 될까 말까인데 모니터까지 보면서 연기를 할 재량이 저는 안되더라고요”

이어 윤여정은 부담감 대신 ‘계춘 할망’의 내추럴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분장 때문에 겪었던 고충을 털어놨다.

“분장을 할 때는 몰랐는데, 순알콜을 많이 사용해서 주름하고 검버섯 등을 표현하다보니 피부가 많이 상했어요. 알고봤더니 순알콜을 피부에 묻히고 장시간 햇빛 밑에 노출되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윤여정이 ‘계춘할망’을 촬영하면서 겪었던 수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뱀장어를 직접 손으로 잡아 앞치마 주머니에 넣는 장면을 촬영하다가 뱀장어에 사타구니를 물리는 사고를 겪기도 했고, 해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입었던 해녀복은 시간이 지날수록 목을 조여와 숨을 쉬기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심지어 두꺼운 고무로 된 해녀복을 급히 벗다가 귓바퀴가 찢어지기도 했다니, 이쯤되면 ‘극한촬영’이라 칭할 만 한 나날들을 보낸 셈.

비단 이번 영화 촬영만 힘든 것은 아닐테다. 배우로서 살아간다는 건 보여지는 화려한 면보다 숨겨진 힘든 면이 더 많을테니.

   
 

그럼에도 끊임없이 다작을 하며 어언 50여 년이라는 시간동안 연기 생활을 해 온 윤여정에게 오랜 시간 연기를 해 온 데서 비롯된 고충은 없는지 물었다.

“신인 배우들을 볼 때 신인임에도 연기를 잘 할때가 제일 무서워요. 아주 신선하기도 하고 ‘처음’이라는 게 사실 가장 무서운 거 아니겠어요. 처음은 단 한 번 뿐이기에 감독들이 더욱 선호하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50여 년 동안 연기생활을 해 온 저에게는 습관화 된 부분이 있을텐데, 그런 부분을 스스로 캐치해서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아쉽죠. 오래 연기를 한다고 해서 연기를 잘 할 수 있다고 하면 좋겠지만, 오래 한다고 해서 마치 장인처럼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현재 윤여정은 쟁쟁한 청춘 스타들 만큼이나 다작을 하고 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윤여정은 “앞으로 대사를 외울 수 있는 한 계속 연기생활을 하고 싶다”면서도 “작품이나 배역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한다. 써 주면 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 말미 윤여정은 자신을 향한 “멋있다”라는 말에 대해 “내가 키가 큰 것도 아니고, 생긴게 멋있게 생긴 것도 아닌데 왜 멋있다는 말을 해줄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과거 일을 그만뒀다가 다시 시작하기도 했고, 말하지 못할 아프고 치열한 일들이 많았었다. 그런 세월을 지나오면서 쥐고 있던 많은 것을 놓을 수 있었는데, 바로 그런 점이 나를 ‘멋있다’고 평가해 주는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인터뷰 당일 좋지 않은 몸 상태 때문에 고생을 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으로 인터뷰를 마친 윤여정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았으면 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잠깐 고민하던 윤여정이 답했다. “그냥 ‘재밌는 여자’, ‘웃기는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콘텐츠 난다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