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곡성’ 천우희, 분량을 넘어서는 존재감…나홍진의 신임 얻다
[SS인터뷰] ‘곡성’ 천우희, 분량을 넘어서는 존재감…나홍진의 신임 얻다
  • 승인 2016.05.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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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황해’의 나홍진 감독이 6년 만에 ‘곡성’으로 돌아왔다. ‘곡성’은 이미 제69회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은 물론 언론시사회에서 극찬을 받으며 기대감을 한껏 모으고 있다. ‘곡성’에서 천우희는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매 신마다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낸다. 최근 ‘해어화’를 통해 기생으로 분한 천우희는 ‘곡성’에서는 사건을 목격한 의문의 여인으로 한 달 사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곽도원은 천우희에 관해 “깊이 있고 매 작품 다른 사람 같은 느낌을 주는 배우“라고 말한 바 있다. 그녀의 변신은 어느덧 관객과 충무로의 신임을 얻었다.

“‘혼란스럽다’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관객들도 혼돈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충격 속에서 각자의 의미를 찾는 묘미가 있는 영화라 생각해요.”

영화 ‘곡성’을 처음 본 소감을 묻자 천우희는 ‘혼란스러웠다’면서 웃어보였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에 다양한 종교관과 엑소시즘, 그로테스크한 미장센, 한국적 스토리텔링 등을 모두 담았다. 극의 긴장감은 긴 러닝타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꾸준히 이어진다. 남성적인 색채가 강한 나홍진 감독의 영화에서 천우희는 홑겹의 의상하나로 산을 누비며 남자배우에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곡성을 비롯해서 전국을 다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이 돌아다녔어요. 산이란 산은 다 다녔고 많이 다쳤죠. 편집된 부분 중에 외지인과 격하게 부딪히는 장면이 있어요. 얇은 옷을 입고 있어서 보호 장비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종일 찍었는데 촬영 당시는 아픈 줄 몰랐죠. 집에 가서 샤워를 하는데 아주 난리가 났어요. 다리가 피투성이에다가 살은 건드리기만 해도 아플 정도였어요. 그게 한 달이나 갔어요. 지금도 상처가 있지만 아프다고 속상하진 않았어요. 몸싸움 하면서 평소 스트레스가 해소됐나 봐요(웃음).”

‘곡성’은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기이한 소문 속 미스터리하게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외지인은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이 연기했다. 천우희가 연기한 무명과 마찬가지로 외지인은 시종일관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쿠니무라 준과 처음 호흡을 맞춰 본 천우희는 “섬뜩할 정도로 눈이 빛났다”며 “평소에는 인자한 할아버지 같이 웃고 있는데 그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니 순간적인 짜릿함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곡성’에서 곽도원은 경찰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로 사건을 추적하는 종구를 연기 했다. 첫 주연이자 연기변신에 성공한 곽도원은 천우희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천우희 역시 그런 칭찬에 부끄러워하면서도 곽도원의 열정에 감탄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부담도 됐을 거라 생각해요. 정말 지치지 않은 모습에 감탄했어요. 제가 워낙 분량이 적으니 가끔씩 촬영하러 내려가면 외로웠다면서 막 좋아해 주세요. 항상 예뻐해 주시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연기하실 때 보면 뭐랄까 동물적인 부분이 있어요. 순간적이고 우발적인 포인트를 기가 막히게 잡아요.”

   
 

천우희는 ‘곡성’을 통해 나홍진 감독의 신뢰를 얻었다. 앞서 나홍진 감독은 천우희 캐스팅 과정에서 “대본을 들고 서있는 모습이 마치 땅바닥에 하체가 박힌 듯 안정적이었다”며 “황정민 씨보다 무섭다”고 극찬한 바 있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로 소문난 나홍진 감독의 촬영 현장에서 천우희는 더욱 지독하게 연기했다.

“나홍진 감독님은 참 섬세해요, 주변에서 나홍진 감독님이 어떤 스타일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섬세해서 좋다고 하면 잘 안 믿어요(웃음). 저는 감독님의 의외의 면모를 봐서 더 좋았어요. 정말 섬세하세요. 연기를 할 때 배우로서 테이크마다 다른 의도를 가지고 변화를 주면 정말 잘 캐치를 하세요. 그러면 연기할 때 흥이 나죠. 무표정일 때마저 심중을 잘 읽으세요. 배우들의 성향도 잘 간파하셔서 가끔은 무서울 정도예요. 연기나 작품이 아닌 다른 고민이 있을 때도 통찰력이 뛰어나시니까 위안을 삼고 많이 배워요. 다른 작품에서도 또 만나면 좋을 것 같아요. 얼마든지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여자배우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감독님께서 남성적인 작품을 하시다 보니 여배우의 롤은 한정적일 수 있는데 이번에 작업하면서 그런 부분이 깨졌다고 말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6년 만에 베일을 벗은 나홍진 감독의 차기작 ‘곡성’은 제69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한공주’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천우희지만 직접 칸 영화제에 참석하는 건 처음이다.

“너무 기분 좋아요. 17일에 떠나는데 많이 설레요. 아직 일정 부분이나 다른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은 건 없어요. 이미 다녀온 경험이 있는 나홍진 감독님은 딴 소리만 하시고 봉준호 감독님께 어떤지 물어봤더니 덥다는 이야기만 해주셨어요(웃음). 자세한건 직접 가서 느껴봐야 할 것 같아요. 일정이 많지만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구경도 많이 하고 돌아다니고 싶어요. 일단은 공식행사 만으로도 충분한 자극이 될 것 같아요”

천우희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이후에도 꾸준히 대중과 평단의 기대에 부응하는 행보를 보였다. 천우희의 연기는 ‘물이 올랐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작품마다 전혀 다른 얼굴로 연기하며 스크린 밖에서는 유쾌한 모습으로 두 번 놀라게 한다. 이제 ‘천우희’라는 이름에는 책임감과 자신감이 모두 존재한다.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어떤 문제에 있어 걱정하고 불안해하지 않았어요. 걱정보다는 욕심이 많았어요. 자신감이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기도 잘 안 죽고요. 그렇다고 자만하는 건 아니었어요. 항상 어렵다는 건 느끼죠. 조금씩 올라갈수록 사람들의 기대도 커지고 배우 천우희로서의 책임감도 있죠. 아직은 ‘이제 됐다’라는 마음은 없어요. 아직도 하나의 과정인 것 같아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

▼ 천우희 종합움짤

천우희…"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곡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