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곡성’ 곽도원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숨길 수 없는 웃음
[SS인터뷰] ‘곡성’ 곽도원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숨길 수 없는 웃음
  • 승인 2016.05.13 0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곽도원의 웃음소리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카페 전체를 울렸다. 최민식, 임시완을 짓밟던(?) 영화 속 악한 눈빛은 어디에도 없다. 복식호흡으로 호탕하게 웃는 그의 표정에는 ‘행복한 긴장감’이 서려있다. 칸 진출을 축하한다는 말에 곽도원은 ‘홍진이 덕이죠’라며 또 다시 호탕하게 웃는다.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으로 곽도원은 첫 주연은 물론 제69회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되는 겹경사를 맞이했다. 게다가 영화를 통해 사랑도 얻었으니 웃음이 새어나오는 건 당연한 반응. 곽도원은 첫 주연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기막힌 완급조절로 극을 끝까지 긴장감 있게 이끌어 갔다. 나홍진 감독의 안목은 정확했고 곽도원의 그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처음에는 3시간 30분이었어요. 기술 시사회로 먼저 봤어요. 물론 다시 편집할 걸 알았지만 앞에 지루했어요(웃음). 같은 식구들이고 스태프인데 아무도 안 웃는 거예요. 웃으라고 만든 부분들이었는데 큰일이 났다 싶었죠. 웃기려고 안했는데 웃으면 주제의식에서 벗어나는 건데 웃으라는 부분에서 안 웃으니 소름이 돋더라고요. 다행히 더 짧게 편집된 언론시사회에서는 다들 웃어주시더라고요. 의도하던 부분들이 먹혔다는 생각에 안도를 했죠.”

   
 

‘곡성’에서 곽도원은 시골마을의 경찰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인 종구 역을 맡았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마을에 의문의 사건들이 발생한다. 자신의 딸까지 이상이 생기면서 종구는 소문의 근원지인 외지인을 추적한다. 종구는 겁 많은 평범한 가장의 모습부터 악에 바친 절규와 절절한 부성애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폭넓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게다가 영화는 다양한 종교관과 엑소시즘까지 등장한다. 무시무시하다고 표현되는 ‘곡성’의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곽도원은 자신이 주연을 할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는 도통 모르겠더라고요(웃음). 세 번 읽으니 알겠더라고요. 읽고 ‘무시무시한 책을 써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밥을 먹으면서 배고프다고 말하는 것처럼 읽으면서 다음 페이지가 궁금했어요. 처음에 나홍진 감독이 그냥 읽어보라고 했었고 세 번째 만나서는 무슨 역을 예상하느냐고 물었어요. 워낙 캐스팅 과정부터 까다롭다는 걸 알아서 ‘조연도 이렇게 여러 번 미팅하는 구나’고 생각했죠. 그런데 갑자기 주인공인 종구 역이라고 했어요. 칭찬을 막 하더라고요. 감독이 ‘황해 때 느꼈던 곽도원이라면 할 수 있다. 이미 다 파악했다’고 말했어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그 안에 웃음도 있었으면 했어요. 감독이 ‘황해’ 이후에도 지켜봤는데 코미디도 가능한 배우인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너무나 감사하죠. 연기는 답이 없잖아요. 스스로 만들어서 답이랍시고 연기하고 계속 의견을 절충하며 만들어 가는데 어떻게 보여 질지 고민이 많아요. 용기를 주고 새로운 기회를 줘서 고맙죠.”

   
 

이전까지 영화에서 악역 주로 맡아온 곽도원이지만 극단에서는 코믹연기도 많이 했다. 아동극을 할 때는 스머프도 하고 텔레토비도 했고, 시골 약장수 같은 소극장용 코미디 연기도 해왔다. ‘황해’, ‘범죄와의 전쟁’, ‘변호인’으로 이어지며 악역이 굳어졌지만 ‘곡성’을 통해 다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곡성’에서 곽도원은 절절한 부성애를 표현해야 했다. 아직 미혼인 그에게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에요. 애도 없고 결혼도 안 해서 지인들에게 물어봤어요. 극 중 상황에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떨 것 같으냐는 물음에 모두가 첫 마디는 장탄식이었어요. 그 탄식, 깊은 호흡이 무엇을 의미하나 생각하다보니 아버지가 떠올랐죠. 우리 아버지는 장애가 있으셨어요. 불발탄 때문에 다리를 다치셨는데 그런 분이 어떻게 삼남매를 키웠을까 하는 마음에서 출발했죠.”

   
 

촬영 기간 동안 곽도원은 주연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원톱 주연이 156분이라는 러닝타임을 강한 연기로만 채운다면 관객들에게 내 연기를 알아달라고 강요하는 것밖에 안 된다. 곽도원과 나홍진 감독은 감정을 점층적으로 쌓아가며 곳곳에 분위기를 환기시킬 요소들도 넣어갔다. 작품에 대한 집요한 고집들은 결국 예정된 촬영기간인 4개월을 넘어 총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황해’를 찍으며 이미 대충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곡성’도 찍으면서 크랭크업이 늦어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감독의 열정이 배우로서는 안심이었어요. 제가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감독이 잘 잡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고생하는 건 아무렇지 않았어요. 몸이 힘들어도 정신이 맑으면 다 괜찮아요. 절뚝거리다가도 카메라가 돌면 또 뛰게 돼요. 희한해요. 그렇게 아파 죽을 것 같다가도 ‘액션’이라는 소리만 들으면 괜찮아져요. 예전에 어느 선배가 영화가 흥행하려면 현장에서 세 사람만 미치면 된다고 했어요. 촬영감독, 감독, 주연배우만 미치면 관객에게 사랑 받을 수 있다고 했어요. 홍경표 촬영감독이야 워낙 어마어마한 분이시고 나홍진 감독도 ‘미친놈’이라는 거 알고 있으니 저만 정신 차리면 됐죠. 죽을 것 같이 했는데 살아 돌아왔네요(웃음).”

   
 

6개월의 촬영은 고행에 가까웠다. 나홍진 감독은 병원에서 출퇴근 하며 영화를 찍었고, 천우희 역시 산을 뛰어다니며 촬영해 다리는 상처투성이가 됐다. 곽도원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약을 먹어가며 연기했다. 덕분에 ‘곡성’은 배우 곽도원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곡성’은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서 곽도원의 가치를 알렸다. 연기의 답은 찾을 수 없어도 방향성에는 확신을 줬다. 곽도원은 차기작 ‘아수라’ 촬영을 마치고 ‘특별시민’ 촬영에 돌입했다. 당분간 그의 배우인생 그래프는 상승곡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살면서 ‘나는 이정도 크기야’라고 생각하며 꿈도 그만큼만 꿨는데 ‘이제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촬영하는 내내 느꼈어요. 이제 주연으로서 손님도 맞이하고 성공을 누리든 참패를 감내하든 현실에 맞닥뜨려야죠.”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

▼ 종합움짤 바로가기

곽도원…"곡성의 유혹" 강동원 우산이요?